안현모 "다 가진 여자 말고 언니·누나로 불려지길" ① [창간특집 인터뷰]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9. 5.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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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통역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안현모가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경섭 작가

“그냥 언니, 누나로 불렸으면 좋겠어요. 손윗분들에게는 어떻게 불리면 좋을까요?”

인터뷰면 흔히 하게 되는 ‘어떤 수식어로 불리길 원하나’하는 질문의 대답이었다. 안현모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쭉 생각해 오던 것”이라고 말하면서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많이 가진 사람’이다. 외고 출신에 서울대학교를 나왔고 전문직종에서도 선망받는 기자 직군에서 일했다. 2017년부터 동시통역사로 일해 경력은 짧은 편이지만 북미정상회담 외신 통역, <어벤져스> 내한 행사 통역,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 생중계 통역 등 굵직굵직한 일을 따냈다. 거기다 결혼 3년차라고는 믿기지 않는 빼어난 미모까지.

하지만 여기까지만 보고 안현모를 다 평가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극히 그의 단면만을 본 셈이다. 그는 좋고 싫은 게 분명하면서도 생각에 쭉 잠기는 일을 좋아하고, 남편과의 과거 추억이 담긴 영상을 차곡차곡 모아놓고 보는 일을 좋아한다. 모두가 잘 됐다고, 앞으로 편하겠다고 하는 순간부터 ‘자갈밭’을 걷는 도전이 또 하고 싶어 결국 자신을 자유로운 망망대해 앞에 풀어놔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어떤 면에서 안현모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 방송의 분위기가 가장 원하는 사람 중 하나다. 정돈된 모습이 필요한 기자 일을 했지만 자연스러운 예능에도 어울리고, 영어와 한국어에도 자유롭다. 그리고 의외로 푸근하고 솔직하고 서글서글하다. 그런 모습이 지금의 그를 각광받는 동시통역사 동시에 방송인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경향’이 창간 14주년을 맞아 평소에 궁금했던 안현모를 만났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오크 룸(OAK ROOM)’이었다. 도심 속 고즈넉한 분위기의 정원과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안현모의 모습은 미리 서로 맞춘 듯 어울렸다.

“요즘 정말 채널이 많잖아요. 그래서 바쁜 건지도 모르겠어요.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하고 있고요, 채널A <지구인 라이브>와 스카이라이프의 영화소개 프로그램 <무비 앤드 라이프>를 진행하고 있어요. 2017년부터 통역 일을 시작하면서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외신 통역과 각종 내한행사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참석해 유명해진 미국의 음악시상식들 현지중계 통역에 참여했어요.”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안현모가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경섭 작가

기자였고 원래부터 북미정상들을 취재해오고 있던 터라 북미정상회담 외신 통역에 대한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SBS 기자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나온 상황에서 들어오는 일들은 달랐다. 예전 방송사 시절부터 통역은 물론 진행능력을 겸비하고 있던 그에게 새롭게 일을 맡기는 방송사들은 많은 역할을 요구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채로운 통역 현장을 누빌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는 대선 후보일 때부터 뉴스를 챙겼고요. 특보팀에 있어서 북미정상회담 참여도 갑작스러운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워낙 팝음악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각종 시상식의 아티스트들도 낯설지 않았죠. 통역할 때도 딱히 어려운 용어가 없어 즐겁게 일했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이 2관왕을 차지할 때 멤버들의 수상소감 때 실시간 통역을 일부러 하지 않고 시간차를 둬 많은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통역이란 너무 많아도 번잡하고, 없어도 허전하다. 또한 통역을 주문하는 측과 실제 통역 서비스를 받는 대중의 요구를 적절히 조화하는 일도 어렵다. 그는 통역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전달의 방법’ ‘제작진과의 소통’ ‘관련 시설에 대한 이해’ 등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현모에게 어려운 것은 예능 적응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가 지난 1월 <동상이몽2>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물론 기자출신으로서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곧바로 예능에 입성하게 돼 그런 것도 있지만, 부부의 시시콜콜한 많은 생활이 대중에 공개돼야 하는 프로그램 형식을 과연 감내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내보이는 과정에 조금씩 익숙해져 이제 조금은 예능을 편하게 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됐다.

“아직도 너무 어려워요. 제 삶에 있어서는 정말 큰일이기도 하고요. 결혼 뉴스가 나가고 제작진으로부터 계속 섭외가 왔었어요. 처음엔 고사했죠. 저희가 무슨 톱배우 커플도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남편 때문에 오롯이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방송이니까요. 초반에는 남편의 특이한 일부의 행동이 예능적으로 포장돼 피드백이 안 좋기도 했지만 이제 제작진에 대한 신뢰도 많이 생겨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안현모가 ‘스포츠경향’과의 창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경섭 작가

<동상이몽2>같은 관찰 예능 형식은 확실히 ‘자연인’ 안현모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였다. 너무나 스펙이 좋고 가진 게 많아 깍쟁이 같이 보였던 그에게서 의외로 허술한 모습이나 귀여운 모습 등이 발견될 때는 여느 예능인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신선함이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모습을 온전히 인정하고 신뢰하며 일과 생활에 있어 완벽하게 하나가 된 두 사람은 요즘 신혼부부의 새로운 모습, 그 양상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했다.

“제게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들에 대해서 댓글이 ‘대단하세요’하고 달리는 걸 보면 많이 놀라죠. 남편을 많이 포용한다고 하시기도 하는데 사실 부부관계라는 건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맞춰주는 건 없어요. 비록 방송에서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나오지만 저도 마냥 바보 같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저도 남편이 이해해주고 맞춰주는 것이 많으니까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거죠.” (인터뷰 ②에서 계속)

▶▶ [창간특집 인터뷰] 안현모 “모두와 연결돼 행복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②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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