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다리·무릎 꿇고 걸레질 자주하면 '점액낭염' 주의보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2019. 4. 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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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양반다리로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은 발목 복숭아뼈에 자극을 주고 마찰을 일으켜 염증성 점액낭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을지병원 제공

김모(75)씨는 평소 방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TV를 보곤 했다. 의자나 소파에 앉는 것보다 편해서다. 그런데 지난 1월 중순 갑자기 왼쪽 발목 바깥 복숭아뼈에 혹 같은게 부풀어올랐다. 병원에서 주사기로 혹에 찬 물을 여러번 빼고 그 과정에 감염증까지 생겨 고름을 빼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진물이 계속 나며 동그란 상처가 한달 넘게 이어져 병원을 찾았다.

김씨가 진단받은 건 ‘만성 외과(바깥 복숭아뼈) 점액낭염’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병이었다. 을지대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정형외과 이홍섭 교수는 29일 “오랜 좌식생활 때문에 복숭아뼈 부위가 방바닥에 지속적으로 눌리고 마찰이 생겨 염증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점액낭은 우리 몸의 관절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주머니에는 약간의 물 같은 ‘윤활액(synovial fluid)’이 있어 관절끼리 마찰을 줄이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점액낭에 반복적인 자극이나 외상이 가해지면 염증과 출혈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는데, 점액낭염 혹은 윤활낭염으로 불린다.

점액낭은 관절과 관절 사이에 있기 때문에 신체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특히 마찰이 잦은 발목 무릎 엉덩이 팔꿈치 어깨 등에 많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점액낭염은 어깨 관절 부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깨 점액낭염 환자는 2016년 9만8896명에서 지난해 11만4999명으로 약 1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릎(4만5732명→4만6167명)과 엉덩이(2만7923명→2만7966명), 발목 등 기타부위 점액낭염(3만6694명→3만9627명)도 증가했다. 다만 팔꿈치 점액낭염(2만2002명→2만431명)은 다소 줄었다.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인 족부궤양(발이 썩어들어감)이 발생해 감각이 둔화되면 특히 발목 복숭아뼈 염증 부위에 심각한 감염이 진행돼 병을 더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감염성 점액낭염 환자는 2016년 8706명, 2017년 9227명, 지난해 9273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

이 교수는 “발목 복숭아뼈가 많이 튀어나와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복숭아뼈에 물이 차고 붓거나, 해당 부위가 빨갛게 변하고 열감이 느껴지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심한 통증이 생긴다면 점액낭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면서 “특히 당뇨 환자는 초기 증상을 놓치고 장기간 방치할 수 있어 복숭아뼈 부위에 이상이 없는지 항상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염이 발생한 복숭아뼈 점액낭염의 경우 상처가 작다면 단순 소독으로 치료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봉합이 불가능해 허벅지에서 피부를 떼 와 이식하는 수술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일반인이나 당뇨 환자 모두 전신마취 후 피부 이식 수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피부 이식을 하지 않고 부분 마취 후 한번의 수술만으로 상처 치유가 가능한 ‘캔디 모양 봉합술’을 처음 연구해 국제학술지(바이오메드 리서치 인터내셔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점액낭염이 자주 발생하는 어깨, 무릎, 발목관절 부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게티이미지뱅크

발에 생기는 점액낭염은 발목 복숭아뼈 뿐 아니라 아킬레스건(발목 뒤쪽 힘줄)에도 생긴다. 지나친 운동이나 발목의 무리한 사용, 그리고 너무 크거나 작은 신발을 신는 경우 아킬레스건이 팽팽해지고 비틀려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디거나 오래 앉아 있다 걸을 때 통증과 열감이 느껴진다면 아킬레스건 점액낭염일 수 있다.

어깨 관절에는 8개의 점액낭이 있는데, 어깨 삼각근 밑에 위치한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어깨 힘줄에 쌓인 석회가 점액낭과 충돌해 발생한다. 갑자기 생기기도 하지만 팔 운동 등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한 충돌이 원인이다. 목동힘찬병원 이정훈 원장은 “팔을 올리기 어렵거나 저린 증상이 있고 팔을 수평으로 혹은 안쪽으로 든 자세에서 통증이 발생할 경우 어깨 점액낭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 점액낭염은 ‘하녀 무릎병’ ‘성직자 무릎병’으로 불릴 정도로 무릎을 자주 꿇는 사람들에게 흔히 생긴다. 무릎의 툭 튀어나온 슬개골이 무릎 꿇는 자세에서 바닥과 닿는데, 슬개골 앞쪽에 있는 점액낭이 가장 많은 자극을 받는다.

이 원장은 “무릎을 꿇고 걸레질하거나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는 주부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퇴행성 관절염과 비슷하게 무릎에 통증이 나타나 자칫 관절염으로 혼동할 수 있으나, 시큰한 관절염 통증과는 달리 점액낭염은 열이 나는 듯한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져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무릎을 무리하게 사용한 후 무릎 앞쪽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거나 주변이 빨갛게 달아오르면 의심해야 한다.

엉덩이 점액낭염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할 때가 많다. 고관절(엉덩이 관절)은 무릎 관절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돼 있지만 큰 근육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고 상체의 체중을 받아 하체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점액낭염이 발생하기 쉽다. 고관절 주위에는 18개의 점액낭이 있다. 특히 허벅지 바깥쪽으로 돌출돼 있는 대퇴골 윗부분(대전자)이 장경인대(허벅지뼈 바깥에서 무릎쪽으로 내려오는 근육·인대)와 마찰이 잦아 염증이 자주 발생한다. 주로 엉덩이 위쪽에서 통증이 나타나 아래쪽으로 뻗치는 특징이 있다. 오래 서 있는 자세나 잦은 달리기 등이 점액낭에 압박을 줘 염증을 일으킨다. 또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뼈(좌골)에 있는 점액낭에 오랫동안 압박이 가해져 좌골 신경이 눌리고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오래 앉아 일하는 직장인이나 운전자, 수험생 등이 많이 겪는다. 같은 자세로 고관절을 많이 꺾거나 펴는 동작을 삼가고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동힘찬병원 백지훈 원장은 “점액낭염은 초기 3~4일은 15~20분씩 냉찜질로 염증을 가라앉히고 부기가 빠진 뒤 온찜질을 수시로 해 주면 좋다”고 했다. 만일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염증을 줄이고 변성된 조직을 강력 초음파로 파괴시켜 정상 조직으로 변화를 도와주는 체외충격파 치료로 통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백 원장은 “점액낭염을 예방하려면 관절 부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마찰을 일으키는 동작(양반다리로 오래 앉아 있거나 무릎 꿇는 자세 등)을 피하는 등 일상에서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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