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찰떡호흡 보여준 신하균·이광수

두 배우의 진솔한 연기가 이뤄낸 따뜻한 화학반응이 영화의 격을 한층 높였다. 장애인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는 자칫 동정심을 유발하는 ‘신파’로 비칠 수 있지만 두 배우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해낸 캐릭터 간의 찰떡 호흡이 약자들이 모여 강한 힘을 만들어낸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실어 나르며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에서 첫 호흡을 맞춘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다. 5월 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남자가 형제가 돼 상대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신 마비 지체장애인인 세하(신하균)와 지적장애인인 동구(이광수)는 보육시설에서 만나 20년간 서로의 몸과 머리가 돼 살아왔다. 하지만 시설이 폐쇄돼 따로 떨어져야 할 상황이 벌어지자 이들은 잡은 손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쓴다. 두 배우를 만나 ‘케미’를 이뤄낸 과정을 들었다.

지체장애인 세하役 신하균 “영화처럼 서로 의지했죠”

“캐릭터에 몰입하며 적절하게 표현해내는 광수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왔어요.”

신하균은 인터뷰 내내 이광수 칭찬을 쏟아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처음 현장에서 만났을 때는 말도 잘 안 하고, 연기에만 집중하더라”며 “세하와 동구의 이야기를 쌓아가며 나와 광수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앙상블을 이루니 세하의 감정이 잘 표현됐고, 흐뭇하게 웃다 보면 눈물이 묻어나는 영화가 완성됐다”며 “내가 표현을 잘 못해서 광수 앞에서는 말을 못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후배고,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하균은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밝혔다. “제목에는 ‘특별한’이 들어가 있지만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매력을 느꼈어요. 전에도 장애인 역할을 해봤지만 이번 영화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자립하는 모습을 그리는 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다들 내버려두면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어요.”

그는 목 위로만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평소에 몸을 안 움직이며 뭔가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힘을 빼야 하는데 의식하며 하니 더 안되더라고요. 감독님이 목을 움직이는 각도와 숨을 쉴 때 가슴의 움직임까지 세세히 체크해 주셔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가 이 영화를 선택한 데는 제작사 명필름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온 육상효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7호실’ 등을 하며 명필름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졌어요. 심재명 대표님의 안목과 진정성을 잘 알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었어요. 또 육 감독님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지닌 분이라 의지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데뷔 20년을 넘긴 그에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묻자 “돌아보는 게 의미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나간 건 바로 잊어요. 오늘에 충실하려고 해요. 돌아볼 만큼 해놓은 게 없어서 잘 안 돌아봐요(웃음). 말로 설명하는 걸 못해서 연기를 하는 거예요. 저 자신에 대한 기대감은 항상 있어요.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매번 ‘0’에서 시작하게 돼요. 관객에게 제가 했던 영화 속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요. 저라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지금은 세하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지적장애인 동구役 이광수 “좋은兄 한명 더 얻었어요”

“(신)하균이 형 아니었다면 다른 연기가 나왔을 거예요.”

배우 이광수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에서 형제로 호흡을 맞춘 신하균을 향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극 중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동구(이광수 분)는 지체장애를 가진 형 세하(신하균 분)가 탄 휠체어를 항상 밀고 간다. 실제 형제처럼 닮은꼴 미소를 짓는 둘의 동행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해진다.

“저는 하균이 형의 연기를 보며 자란 세대여서 팬이에요. 둘 다 낯가림이 있어서 쉽게 편해지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 촬영이 없을 때도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저는 조인성, 차태현, 배성우, 임주환 형처럼 좋은 선배들을 만나 가족처럼 지내게 됐다는 점에도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 작품도 하균이 형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연기가 나왔을 것 같아요.”

이광수는 어느덧 연기 10년차가 됐다. 그는 10년 전인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모델 출신답게 190㎝가 넘는 키, SBS 예능 ‘런닝맨’을 통해 형성된 코믹한 이미지 등이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광수는 연기 잘하는 배우만 쓰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 4편째 출연한 이력을 가진 준수한 연기자가 됐다.

“10년 전보다 조금은 깊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항상 일을 즐기려 하지만, 그 이전에 제 연기에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요. 지금의 저는, 10년 전 제가 내다본 10년 후의 모습, 그 이상인 것 같아요.(웃음)”

이광수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또 한 번 진일보한 연기를 보였다. 극 중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수영 실력만큼은 빼어난 동구 역을 맡은 그는 사실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혹시 자신의 연기가 부족해 자칫 장애인을 비하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광수는 노심초사하며 연기했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정말 따뜻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욕심이 났는데, ‘연기 잘하는 배우니까,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다’는 육상효 감독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죠. 제가 생각하는 동구는 계산하며 행동하지 않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동구의 입장에서 그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꽤 준수한 작품을 들고 왔지만 그의 앞에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버티고 있다. 한 주 먼저 개봉된 ‘어벤져스:엔드게임’과의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대비책을 묻자, 이광수는 솔직하고 순박하게 답했다.

“경쟁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고, 저도 마블 영화 팬이라 볼 거예요.(웃음) 하지만 덕분에 파이가 커져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아진 것은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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