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감독의 각기 다른 '배우 아이유' 활용법..넷플릭스 <페르소나'>
[경향신문]
‘질투심에 불타는 소녀’ ‘속을 알 수 없는 여인’ ‘귀여운 복수를 시도하는 소녀’ ‘옛 연인을 찾아온 여인’
배우 아이유(26·이지은)가 지난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에서 맡은 역할들이다. <페르소나>는 각기 다른 감독이 만든 단편 4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아이유는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에서는 실제 나이보다 어린 소녀 역할을 맡았고,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에서는 성인 여성을 연기했다.
<페르소나>에 참여한 4명의 감독들은 모두 아이유의 출연이 결정된 뒤 시나리오를 썼다. 아이유의 실제 모습 혹은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임필성 감독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는 아이유의 노래 ‘잼잼’에서 영감을 얻었고, 제목 역시 그 노래의 가사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전고운 감독은 “지은씨를 만나지 못하고 글을 썼지만, 굉장히 똑똑하고 정의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은씨가 체육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경미 감독과 전고운 감독은 여성이고, 임필성 감독과 김종관 감독은 남성이다. 여성 감독들은 배우 아이유에게서 ‘소녀’의 모습을 봤고, 남성 감독들은 ‘여인’의 모습을 끌어내려 했다.
<페르소나>는 배우 아이유의 영화 데뷔작이다. 아이유는 무대 위에서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갖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페르소나>는 극장 개봉 없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아이유는 제작보고회에서 “단편 영화는 스크린에 올라가지 않는 작품이 훨씬 많다고 (이미) 알고 있었고, 넷플릭스라는 좋은 플랫폼을 만나서 제 영화 데뷔작을 오래오래, 기한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첫번째 단편 ‘러브 세트’의 배경은 테니스 코트다. 아이유는 아빠의 애인이기도 한 영어 선생(배두나)과 치열한 경기를 펼친다. 배두나는 여유가 넘치고 아이유는 기를 쓰고 덤빈다. ‘러브 세트’는 아이유가 ‘장편 가능성이 가장 많은 에피소드’로 꼽은 작품이기도 하다. 두번째 단편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서는 배우 박해수가 아이유의 상대역으로 등장한다. 아이유는 ‘어리석은 남자’를 쥐락펴락하며 가장 소중한 것까지 빼앗는다.
세번째 단편 ‘키스가 죄’에서는 아이유 못지 않게 배우 심달기를 주목해 볼 만하다. 전고운 감독이 다른 단편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캐스팅했다는 ‘떠오르는 배우’다. 마지막 단편 ‘밤을 걷다’는 흑백영화다. 밤거리를 배경으로 꿈에서 다시 만난 두 남녀가 그간 못했던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단편들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감독 4명이 배우 아이유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 <페르소나>를 공개하기로 했다가 당일에 연기를 발표했다. 강원도에 산불이 나 큰 피해를 입힌 직후다. ‘키스가 죄’의 결말을 보면 왜 제작진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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