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FFLER] 배우 이지은(=아이유)의 희한한 데뷔작 '페르소나'

김현아 기자 2019. 4. 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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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영화. 한 명의 배우. 네 감독의 해석. 넷플릭스에서 11일 오후 5시에 공개된 영화 '페르소나'는 여러모로 희한한 작품이다.

먼저 네 감독의 페르소나로 네 번이나 변신한 배우 이지은(=아이유) 이야기부터 해보자. '음원깡패'란 수식어가 지겨울 만큼 아이유는 싱어송라이터로 크게 성공했다.

'페르소나'를 통해 본격 영화배우가 된 이지은.


연기에도 도전한 아이유는 '드림하이'(2011),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2013-2014), '프로듀사'(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2016) 등을 거쳐 지난해 tvN '나의 아저씨'로 대중에게 '배우 이지은'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으로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여) 후보에 오를 만큼.

TV 드라마에선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보였지만 배우 이지은에게 영화는 '페르소나'가 처음이다. 데뷔작 치고는 작품의 성격이 독특하다. 이지은은 이를 두고 "진짜 신선한 시도"(3월27일 '페르소나' 제작발표회)라고 표현했다.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등 네 감독이 이지은을 다각도로 해석해 각각 한 작품씩 만들었다. 이 네 단편을 한 데 모아 붙인 제목이 감독이나 감독의 세계관을 대변하는 배우, 감독의 분신을 뜻하는 '페르소나'다. 다수의 영화감독들과 친분이 두터운 윤종신이 이 희한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주연배우로 이지은을 떠올렸다.

네 명의 이지은을 볼 수 있는 영화 '페르소나'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래서 '페르소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지은의 첫 인삿말은 이랬다. "'페르소나'를 통해서 네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게 된 이지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지은의 '네 가지 모습'은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 등 네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을 쓰고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는 배두나와 이지은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던 작품. 다른 일정이 있어 제작발표회에 불참한 이경미 감독을 대신해 기획자 윤종신은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굉장히 어려운 영화"라고 소개했다. 다만 이지은의 모든 감정이 이 작품 안에 다 들어있다며 "분함이 95%"라고 말했다.

이 얘길 듣던 이지은이 이렇게↑ 물개박수를 친 걸 보면, 예고편에서도 테니스 라켓을 내던지며 '국제적인 욕설'을 내뱉는 걸 보면 평소 분노를 터뜨리질 않는다는 이지은의 제대로 된 '분노'를 '러브세트'에서 마주할 수 있겠다.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아이유의 팬이라면 단번에 떠올릴 바로 그 노래 '잼잼'의 가사 한 구절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다. 임필성 감독은 "표현하기 조심스러운데 남성들의 어리석음이랄까, 이런 얘기가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다.

'감독 자신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임필성 감독이 펄쩍 뛰며 "있으면 큰일 나는 얘기"라고 한 걸 보면, 이지은이 "두 주인공 다 독특한 캐릭터"라고 한 걸 보면 이 작품 또한 심상치 않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게 분명하다.

'키스가 죄'는 전작 '소공녀'로 호평 받은 전고운 작가의 '취뽀작'이다. 한 작품을 끝내고 휴지기에 들어간(=취준생으로 돌아간) 새에 '페르소나' 제의가 들어왔다고. 제작발표회에선 '키스가 죄'의 키워드로 #여고생 #호기심 #가부장제 박살내기 등이 제시됐다.

전고운 감독은 흔히 '교복'으로 표현되는 대중매체 속 학생의 모습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st의 체육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현실 여고생의 모습을 배우 이지은에게 부여했다. 그리고는 이지은과 배우 심달기를 두고 독특한 훈련을 실시했고, 그 훈련을 통해 이지은과 심달기는 현실 베프가 됐다. (+이지은에게 독심술이 +10 되었습니다) 연출인지 현실인지 모를 두 베프의 모습은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고 한다.

흑백 화면에서 묘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밤을 걷다'의 김종관 감독은 이지은과의 첫 만남에서 "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쓸쓸함 같은 게 보였다"고 한다. 그 쓸쓸함을 김종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녹여내 완성한 작품이 바로 '밤을 걷다'다.

네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밤을 걷다'의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다는 이지은은 "김종관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면서, 저도 그 안에 분명히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글"이라고 말했다. 덥지도 끈적이지도 않는 쾌적한 여름밤에 촬영일정이 잡혀 "꿈을 꾸듯 촬영했다"고도 기억을 더듬었는데 '밤을 걷다'의 키워드가 마침 #꿈 #밤거리 #산책 이라고 하니 영화의 분위기만큼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다.

수개월 간 네 명의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그들의 페르소나가 된 배우 이지은. 그의 영화 데뷔작은 희한하게도 극장에서 볼 수 없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기획 단계에서는 전혀 예상도 못했지만 뜻밖에 일이 풀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됐기 때문.

기획자 윤종신은 영화를 개봉하고 초반 성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기존의 영화판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기에 흥행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좋은 작품이 두고두고 사랑받을 수 있어 관심이 갔다고 밝혔다. 또 이번엔 이지은이 '페르소나'의 페르소나가 됐지만 다음엔 다른 배우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 이 희한한 작품을 볼 수 있냐면… 원래는 4월5일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일 공개 일정이 미뤄졌다. 넷플릭스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국가재난 상태가 선포된 엄중한 상황 속에서, 오늘 예정이었던 '페르소나'의 공개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의 지역에 정부가 '재난사태'를 선포한 상황인 만큼 지금이 영화를 공개하고 홍보하고 신나하고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

산불이 잡히고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아지자 넷플릭스는 다시 '페르소나'의 공개일정을 잡았다. 예정보다 6일 늦은 11일 오후 5시다. 기획도 형식도 남다른 이 영화는 어떤 반응을 얻을까. 과연 윤종신의 말처럼 두고두고 사랑 받는 작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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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 jvdit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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