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서] 이지은, 첫 '페르소나' 주인공이 된 이유

2019. 4.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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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M)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는 아티스트 이지은(아이유)에 대한 영화감독 4명의 탐구 결과를 집약한 작품이다. 이경미·전고운·임필성·김종관 등 충무로 내로라 하는 감독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지은의 모습을 짤막한 이야기 4편으로 풀어낸다.

오는 5일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되는 ‘페르소나’는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이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스틱스토리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단편영화 프로젝트다. 한 인물을 여러 감독이 다각도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장기 프로젝트를 예고한 만큼 물꼬를 틀 주인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초반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어 향후 프로젝트에도 대중의 기대감기 계속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이지은이 ‘페르소나’의 첫 대상이 된 이유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이지은의 역할은 연기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페르소나’ 속 이지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창작 행위의 시발점이 된다. 이에 따라 ‘페르소나’는 이지은의 음악 속 도발적인 가사를 화면에 옮기거나(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이지은이 가진 정의로운 이미지에 어느 10대 소녀의 못다핀 꿈을 투영시키는 식으로 전개된다(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반면 정상의 위치에서 언제나 정돈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이지은으로부터 분노를 끄집어내는가 하면(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 선 이지은의 그늘에 집중하기도 한다(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 개중에는 이지은이 “나한테서 이런 모습을 발견했냐”고 반문할 정도로 “신선한 접근”도 있고, 우리가 익히 알던 이지은의 어느 한 구석을 변주한 것도 있다. 확실한 건 이 모든 작업은 그 대상이 이지은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진=넷플릭스)

그 배경에 이지은의 커리어가 있다. 데뷔 후 10여년 간 이지은의 행보는 ‘변화무쌍’이란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가수로서는 물론 배우로서도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다. 단순히 그가 만드는 음악의 장르나 연기하는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이지은의 변화는 곧 성장을 의미한다. 경력과 발전의 정도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 남다른 일이다.

10대때 데뷔한 이지은은 귀엽고 상큼한 콘셉트로 이른바 ‘삼촌’ 팬층을 공략했다. 여자 가수에겐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지은이 특별해지기 시작한 건 그 다음부터다. 20대에 접어들며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은의 감성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지은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음악의 주제를 사랑에서 삶에 대한 고민으로 넓혔다. 덕분에 20대 여성을 넘어 청춘을 대변하는 아티스트로 사랑받게 됐다. 그러는 사이 기타를 둘러 메고 미성을 뽐내던 싱어송 라이터는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음반 한 장을 빼곡이 채울 수 있는 프로듀서로 거듭났다.

연기자로서도 마찬가지다. 2011년 하이틴 드라마로 연기를 처음 시작한 이지은은 필모그래피를 쌓는 데 있어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는 데 충실했다. 이에 따라 작품마다 어리바리한 연예인 지망생(KBS2 ‘드림하이’ 김필순 역)으로, 억척스러운 막내딸(KBS2 ‘최고다 이순신’ 이순신 역)로, 꽃미남들에게 사랑받는 아씨(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해수 역)나 얄미운 톱스타(KBS2 ‘프로듀사’ 신디 역)로 변신했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도전을 꾀한 셈이다. 이렇게 다져놓은 내공이 지난해 빛을 발했다. tvN ‘나의 아저씨’를 통해서다. 극 중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이지안을 연기하던 이지은은 분명 전작과는 결이 다른 모습이었다. 무대 위 마냥 해맑았던 소녀 가수가 ‘나’를 노래하게 된 것처럼 TV 속 배우 이지은도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를 탈피하게 된 것이다.

음악에도 연기에도 메시지를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지은이다. 이에 대중은 어떤 방식이든간에 이지은이 펼쳐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페르소나’의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기 이전에 연예인 이지은을 지켜봐온 개인으로서, 각자 갖고 있던 호기심이 ‘페르소나’를 창작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이현지 기자)

실제로 ‘페르소나’ 프로젝트에 가장 늦게 합류, 이지은과 미팅 전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는 전고운 감독은 “이지은에게서 나와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구가 작고 똑똑한데 정의로운 면도 가졌다”며 이지은이 가진 이미지가 ‘키스가 죄’를 구상하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전 감독은 “대중 매체는 여자 학생을 교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여자 고등학교를 나온 내 경험 상,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면 곧장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어디든 갔다. 씩씩하고 재밌었던 친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그 나이대에 이지은 씨는 (활동하느라) 자유롭게 못 놀았을 것 같아 작품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밤을 걷다’를 만든 김종관 감독도 마찬가지다. ‘페르소나’를 위해 만난 이지은의 첫 인상을 “차분하고 나른했다”고 떠올린 그는 “강한 삶을 사는 사람의 쓸쓸함이 보였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밤을 걷다’를 통해 “(이지은의) 가족이나 친구, 오랜 팬처럼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희망하기도 했다. 이렇듯 ‘페르소나’는 아티스트 이지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인간 이지은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가진다.

이런 가운데 ‘페르소나’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이지은은 “나에게 이런 제안이 와서 신기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반대다. ‘페르소나’는 그 대상이 ‘이지은’이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다. 실제로 윤종신 역시 이지은의 출연을 두고 ‘섭외’라는 표현을 쓰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대신 이지은이 “과감하게 허락해줬다”며 고마워 했다. 그러면서 이지은을 “참신한 시도를 제안해볼 만한 아이콘”이라고 칭했다. 과연 윤종신의 말대로 이지은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이자 아이콘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성향은 앞으로도 그에 대한 더 많은 ‘페르소나’를 만들어낼 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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