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의 MVP" 최태웅 감독을 울게 한 남자, 이번에는 이승원
2년 전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한 현대캐피탈 최태웅(43) 감독은 경기 뒤 “3세트 시작 전 문성민에게 ‘너는 문시호(큰 아들)의 아빠다’라고 말했는 데 정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1차전에서 경기력이 떨어진 팀의 베테랑 주공격수를 사령탑으로 크게 질책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여 눈물로 흘러내렸다.
최 감독은 ‘울보’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선수를 다독이는 데 강점이 있는 최 감독이지만 지도자로서 선수를 끌어올려야 할 때는 냉정한 말을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선수들이 재도약했을 때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곤 한다. 지난 26일 두 시즌만에 챔프전 정상에 다시 오른 최 감독을 울게 만든 선수는 세터 이승원(25)이었다.
최 감독은 “내 마음 속 MVP는 이승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시즌 유독 부상도 많고 힘들었는데 마지막에 잘해주는 것을 보니 계속 생각났다.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알고 혹독하게 훈련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부상으로 뜻대로 하지 못할 때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세터는 현대캐피탈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레프트 전광인을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로 주전 세터 노재욱을 한국전력으로 내줬다. 최 감독은 이후 이승원을 주전 세터로 낙점했다. 하지만 이승원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력의 한계점으로 나타났다. 이승원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는 점을 알기에 최 감독에겐 아픈 손가락이었다.
최 감독이 우승 시점에서 이승원을 떠올렸던 것은 그의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승원이 해낼 줄 알았다. 사실 6경기를 하면 2경기 정도에서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조금 내려놨는데 너무 잘해줬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룸메이트 신영석도 이승원의 반전을 기뻐했다. 신영석도 “나의 MVP도 이승원”이라면서 “새벽 훈련 때 누구보다 먼저 코트에 나오는 선수인데 어떻게 도와주지 않을 수 있나. 나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 어쩌면 멘탈이 좋은 선수”라며 흐뭇해했다.
홀가분한 얼굴로 축승회 자리에 참석한 이승원은 “감독님이 경기 뒤 저를 안아주셨는 데 나중에 영상으로 감독님이 우는 모습 보면서 나도 울컥하고 감사했다”며 “시즌 때 감독님께 많이 혼나서 힘든 때도 있었는데 우승으로 서운함은 다 사라졌다”며 활짝 웃었다.
이승원에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동시에 설욕전이기도 했다. 이승원은 지난 시즌에도 허리 부상을 당한 노재욱을 대신해 챔프전에 섰지만 한계를 보이면서 대한항공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이승원은 “노재욱 선배가 너무 잘해왔기 때문에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스스로 이겨내고 싶었다”며 “대한항공에는 정말 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이어 “오늘이 바로 내 배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도 각오를 새롭게 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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