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경찰' 전소니 "나쁜 어른 혼내주는 미나, 통쾌했어요" [인터뷰]

이해리 기자 입력 2019. 3. 27. 06:57 수정 2019. 3. 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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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전소니는 한때 막막한 마음에 “연기가 ‘수학 문제’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과 친해지기로 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 도화지같은 배우 전소니 영화 ‘악질경찰’ 선택한 이유 “금방 친해지라고 지워준 이름 ‘소니’하지만 어릴적부터 불만이 많았던 나동화의 세계와 판타지가 큰 위로독립영화 작업은 ‘자기와의 싸움’수학문제처럼 정답 있으면 좋겠지만…유연성 잘 살려 후회없이 연기할래요”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나서야 해요.”

전소니(28)는 확고한 자신의 생각을 조용한 말투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꺼내놓았다.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도 자주 웃음을 터트리는 얼굴은 봄바람 일렁이는, 3월의 분위기와 닮았다. “부모님이 발음하기 편하라고 지었다”는 ‘소니’라는 이름처럼, 대중과 금방 친숙해질 것만 같은 매력은 그에게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제작 청년필름)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전소니이다. 이전까지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서 활동해온 그는 주인공 미나 역을 맡아 깊은 잔상을 남기고 있다. 영화 개봉 다음날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소니는 “한때 막막한 마음에 ‘연기가 정답이 있는 수학 문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두려움과 친해지기로 했다”며 웃어 보였다.

● “동화·판타지 동경, 영화 속 미나 부러웠다”

전소니는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며 졸업 전부터 학생 워크숍 작업 등을 통해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4∼5년 동안 실험적인 단편영화와 주제의식이 분명한 독립영화를 두루 거쳤다. 대학에 다니면서 매니지먼트사와 만나 연기자의 길로 빠르게 들어서는 이들도 많지만 그는 달랐다. 실전 경험부터 쌓았다.

“어릴 때에는 현실에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웃음) 그럴 때면 동화의 세계와 판타지로 위로를 받았다. 자연스럽게 나도 그런 세계에 있었으면 하는 동경이 생겼다.”

2014년 연기를 시작했으니 그리 짧은 경력은 아니지만, 상업영화 시스템으로 경험한 작업은 ‘악질경찰’이 처음이다. 제작진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는 “겁이 나서” 출연을 선뜻 결심하지 못한 채 한 달여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누구나 얻을 수 없는 영화 주인공의 기회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은 자신이 연기해야 할 인물의 아픔과 그 무게 때문이다.

영화 ‘악질경찰’ 전소니 스틸 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전소니가 연기한 미나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들을 잃은 소녀. 죄의식 없는 어른들을 향해 그만의 방식으로 대항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나쁜 어른들’을 일깨우는 존재이기도 하다. “못할 것 같다는 뜻을 전한 뒤에 우연히 뉴스를 봤다. 노란 리본을 자동차에 달고 다닌다는 시민의 인터뷰였다. 자동차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카드가 붙어 있었다. 그 말이 와 닿았다. 혹시 내가 나만의 시선으로 모든 걸 지레짐작하는 건 아닌가.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일단 부딪쳐보는 게 맞지 않나.”

전소니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면서도 그 안에서 확신을 세우는 사람 같았다. 아무래도 ‘자기와의 싸움’을 거듭하면서 오랜 기간 다진 독립영화 작업의 영향인 듯했다.

“연기 재능? 음…. 그냥 나한테 재능이 있겠거니, 한다. 하하하!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아주 옛날엔 ‘오스카상도 받을 거야’ 그런 꿈도 꿨으니까. 연기가 좋고 열심히 하고 싶지만 찾아도 답은 없다. 그럴 땐 연기가 수학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 독립영화의 친구들 이주영·박수연, “위로 주는 존재”

전소니가 영화계에 조금씩 알려진 계기는 2017년 제작돼 지난해 개봉한 ‘죄 많은 소녀’부터다. 뒤이어 나온 ‘악질경찰’은 그의 존재에 대해 더욱 기대하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한 발 떨어져 보면 어려움 없이 지금의 자리에 온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 거지 같은 연기가 너무 싫어서 꾸겨 버리고 싶은 생각을 할 때도 있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그는 이내 “몇 년 전 아주 가까운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허무의 시간을 보냈다”고도 말했다.

“희한하게 함께 교류한 동료들도 그 즈음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었다. 배우 이주영과 박수연이다. 우린 특별한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다. 연기하면서 느끼는 기쁨,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책임감 같은 걸 나누고 이야기한다.”

전소니는 얼마 전 가족사가 공개돼 한 차례 화제를 모았다. 1970년대 인기를 얻은 여성 2인조 그룹 바니걸스의 고재숙이 그의 어머니다. 중학생 때 막연하게 연기자를 동경했지만 막상 부모님께 말도 못 꺼냈다는 전소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야 비로소 자신의 바람을 털어놨다고 했다.

영화 ‘악질경찰’ 전소니.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부모님이 단칼에 ‘안 된다’고 하셨다. 포기할 순 없으니 ‘연기를 준비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설득해 엄마의 허락을 받았다. 두 살 터울 여동생은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몇 년 전 둘이 여행가서 어두컴컴한 밤바다를 앞에 두고, 우리 집안 앞날이 저 바다 같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하하하! 둘 다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으니까.”

전소니는 얼마 전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박보검과 호흡을 맞춘 tvN 드라마 ‘남자친구’이다. 영화 ‘악질경찰’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향할 모습이 몹시 궁금하다.

“나는 ‘무기’가 없다. 특출나지 않지만, 어떤 것에도 적응할 만한 유연성은 있다. 거창한 꿈을 꾸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것을 잘 해내고 싶다. 후회하지 않게.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낯설게 느끼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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