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영화보다 더 잔인한 현실.. '악질경찰' 응원"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19. 3.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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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청불 영화라 불편하다는 의견 반박
"지난 정권 하에서 우리가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약해"
이정범 감독과 나눈 문자도 공개
4월 개봉 예정인 영화 '생일'에도 관심 부탁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세월호 유가족인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을 응원했다.

유 씨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악질경찰'을 본 평론가와 관객들 중 이렇게 폭력적이고 쌍욕이 난무하는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에 세월호 참사가 등장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나 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글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런데 저한테는 그런 장면과 대사가 오히려 약해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정권하에서 우리가 겪었던 온갖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것들에 비하면 말이다. '순수한 유가족', '시체 팔이' 등등. 이런 것보다 더 심한 폭력과 욕설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유 씨는 "영화의 의도된 폭력성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야만적인 현실의 폭력에 더 분노하는 마음을 갖고 극장을 나서면 좋겠다. '악질경찰'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또한 유 씨는 이정범 감독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감독은 "저로 인해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신 건 아닌지 죄스럽고 죄스러웠다. 범죄 장르이다 보니 불편한 장면과 욕설도 많았다. 송구스럽다. 특히 생존한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싶었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고 유 씨는 "저희가 겪은 현실은 더 끔찍했고 훨씬 더 야만스러웠다. 저는 참사 후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현실보다 더 끔찍한 걸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렇게 원초적으로 접근해 주신 게 오히려 고맙다. 혹시 가지고 계시던 우려를 다른 이들이 물으면 자신있게 대응하시면 좋겠다. 필요하시면 제 이름 파셔도 된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개봉하겠다"고 말했다.

유 씨는 오는 4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에 관해서도 같은 날 글을 올려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영화 '생일', 많이 봐 달라. 힘드시겠지만 직면해주시면 좋겠다. 유가족들이 불쌍하구나를 넘어 세월호 참사가 왜 304개의 사건인지 느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격려해주시면 더 좋겠다. 끝까지 함께할 테니 떳떳하게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바꾸라고"라고 썼다.

오는 4월 3일 개봉 예정인 영화 '생일' (사진=NEW 제공)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악질경찰'은 '열혈남아', '아저씨', '우는 남자' 등을 만든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경찰 압수창고 폭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며 거대 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인데,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로 친구 지원(박소은 분)을 잃은 장미나(전소니 분)를 만나며 조필호가 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

'악질경찰'은 영화 초반부터 경찰이 도둑질을 시키고 종용하는 장면, 사건을 가볍게 해 준 대가로 돈을 받는 장면을 비롯해 거침없는 욕설과 폭력적인 액션 장면이 나온다. 짧지만 잠시 선정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조필호가 최소한의 인간성을 되찾고자 하는 '각성'의 계기가 꼭 세월호 참사일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랐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인 유 씨가 현실이 더 잔인했다며 '악질경찰'과 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이 겪은 인격모독과 조롱 수위는 심각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망언에 앞장섰다.

세월호 특별법 내용을 곡해해 "국가유공자보다 몇 배나 더 좋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것"(심재철), "'시체 장사'라는 말이 나돌 만도 하다"(김순례)고 하거나, 특조위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들을 "노숙자들 같다"(김태흠)고 하는가 하면, "가족이 전문지식이 있습니까? 이성이 있습니까?"(이완영), "(세월호 인양은)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김진태)라고 했다.

거기에 극우 사이트 일베와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은 2014년 9월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장 앞에서 치킨, 맥주, 라면 등을 먹는 '폭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5주기(2019. 4. 16.)를 앞두고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영화가 연달아 개봉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20일 '악질경찰'이 개봉했고, 세월호 참사로 아들이자 오빠를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생일'이 4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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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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