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품격] 한국인 75% 앓는 유당불내증..OOO 없었다면?

노정동 2019. 3.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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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동 기자 ]

베지밀은 소아과 의사였던 고(故)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 환자를 접한 뒤 우유 대용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1967년 개발한 제품이다. 1973년 대량생산을 시작해 국내에 두유시장을 열었다.

베지밀은 그동안 150억개(2017년 말 기준)가 판매됐다. 이를 일렬로 세워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855번 왕복할 수 있으며 지구를 39.5바퀴 두를 수 있는 길이다. 대체 음료가 많이 나오면서 국내 두유시장은 침체기지만 베지밀은 시장 점유율 5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두유의 시초

베지밀의 탄생은 정식품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이 소아과 의사로 재직하던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 베지밀은 일반적인 음료가 아닌 아기들의 치료식으로 탄생했다. 당시에는 모유나 우유를 마시고 나서 이유 없이 고통 받는 아기들이 많았다.

병명조차 밝혀지지 않은 이 병으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환아도 적지 않았다. 줄곧 이 병의 치료법을 고민하던 정 명예회장은 44세의 나이에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기 위해 영국 및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1964년 그 병이 한국인의 75%가 앓고 있는 '유당불내증'이라는 것과 발병 원인이 모유와 우유 속에 든 유당 성분에 있다는 것을 유학 과정에서 알아냈다. 곧바로 귀국해 본격적인 아기 치료식 개발에 나선 그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콩'이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콩국에는 유아를 위한 3대 필수 영양소(단백질 40%, 탄수화물 35%, 지방 20%)는 풍부한 반면 문제가 되는 유당 성분은 전혀 없음을 알아낸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모유와 우유 대신 아기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2년 간의 연구 끝에 1966년 콩을 갈아 만든 콩국에 부족한 영양소들을 보강해 영양균형을 맞춘 국내 최초의 두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 발명 특허 및 영양식품 허가를 받았다. 베지밀(Vegemil)의 제품명은 식물성 밀크(Vegetable + Milk)라는 뜻으로 지었다. 


베지밀을 내놓자 전국의 유당불내증 환자가 몰려들었다.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원래 소아과 의사 생활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아무도 베지밀 사업화에 나서려 하지 않자 정 명예회장이 직접 뛰어들었다.

1984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두유 생산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했고, 이듬해 중앙연구소를 세워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썼다. 베지밀은 아시아, 유럽, 서아프리카, 중동 등 1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호주와 미국 등에서는 두유 발명 특허를 받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기업의 이윤 추구나 외형 확대보다는 안전한 제품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정식품은 시장 1위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인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해 경쟁 기업에 원료를 제공했다.

정 명예회장은 평소 "정식품이 두유에 관한 발명특허를 많이 받았는데 다른 업체도 두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몸에 좋은 두유를 더 많은 사람이 마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 결과 두유회사는 10군데가 넘고 제품도 다양해졌다.

'맞춤형' 두유

두유는 국내에서 웰빙 열풍을 타고 남녀노소에게 두루 인기를 얻고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건강에 좋은 음료로 인식돼 있고, 젊은층에게는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두유의 효능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식품의 매출도 ▲2016년 1870억원 ▲2017년 2000억원 ▲2018년 2158억원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베지밀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원조'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과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각 연령별 두유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용, 임산부용, 시니어용 등 타깃별 맞춤형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이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란 설명이다.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 제품으로는 '베지밀 과일이 꼭꼭 씹히는 애플망고 두유'가 있다. 그간 두유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닌 소비자들에게 "상큼하고 깔끔한 맛의 두유", "알갱이가 씹히는 재미있는 두유"라는 호평을 받으며 두유시장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두유에 비타민 A, C, D가 풍부한 애플망고의 영양과 나타드코코(코코넛) 알갱이를 넣어 씹는 식감을 살린 이 제품은 젊은층과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현재까지(2018년 10월 기준) 2000만 개 이상 판매된 히트제품으로 등극했다.

또 타깃 맞춤형 전략의 대표 제품으로는 2017년에 출시한 '베지밀 5060 시니어 두유'가 있다. 국산 검은콩과 뼈 건강에 좋은 칼슘, 칼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D와 시니어에게 필수인 단백질 효율을 강화하기 위해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등을 강화했다.

이밖에 가임기 여성부터 임신부, 수유기 엄마에게 맞춰 영양을 설계한 '베지밀 건강맘',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베지밀 어린이두유 다빈치', 벌꿀에 함유된 당 성분인 팔라티노스를 사용해 당 수치를 줄인 '베지밀 에이스 두유', 콩의 영양성분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칼로리를 줄인 '베지밀 칼로리컷 두유' 등도 각각 음용층의 연령과 상황에 필요한 필수 영양 밸런스를 설계한 맞춤형 상품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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