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한화 채드벨, 류현진 이후 첫 왼손 에이스?

조회수 2019. 2. 28. 12: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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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⑧ 한화 이글스 채드 벨
▲ 한화의 새 외국인 투수 채드 벨. © OSEN

지난 시즌 한용덕 감독 체제로 새출발한 한화 이글스는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11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에 성공했다. 선발진이 취약했던 한화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칠 수 있었던 데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  외국인 에이스 키버스 샘슨(13승, WAR 4.9)과 대체 외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3승, WAR 1.3)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

샘슨은 탈삼진(195개) 타이틀을 차지했고, 제이슨 휠러의 대체선수로 영입된 헤일은 후반기 무너진 한화의 선발진에서 고군분투(12선발 6QS)했다. 

하지만 한화는 샘슨과 헤일 대신 새로운 외국인 투수 물색에 나섰다. 샘슨은 떨어지는 이닝 소화 능력과 후반기 잔부상으로 인한 급격한 구위 저하, 헤일은 기대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한화는 이 둘을 대신할 선수로 지난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두 투수를 영입했다. 우완 워윅 서폴드(총액 100만 달러)와 좌완 채드 벨(총액 60만 달러)인데, 이 중 벨에게 휠러와 헤일이 해주지 못했던, 그리고 류현진 이후 맥이 끊긴 좌완 에이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HISTORY

▲ 채드 벨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미국 테네시주 코녹스빌 출신의 채드 벨은 사우스-도일 고교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25라운드 지명(전체 761번)을 받았지만, 월터스 스테이트 커뮤니티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 진학 첫 해, 12승 2패 ERA 3.50(07-08 NJCAA)을 기록하며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지난해보다 낮은 순번인 37라운드(전체 1131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을 받으며 대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8승 1패 ERA 2.08(08-09 NJCAA)의 발전된 모습으로 나선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 지명(전체 424번)을 받게 되자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다.

벨은 입단 후 2년간 A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3년차인 2012년에 A+(4경기 ERA 1.59)에서 시즌을 시작해 AA(13경기 7선발 ERA 2.84)를 거쳐 AAA(14경기 14선발 ERA 4.15)까지 초고속 승급을 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2012년 총 142.1이닝을 던졌는데 무리한 탓인지 어깨와 팔꿈치에 부상을 당했고 결국 토미존 서저리로 2013시즌을 날리게 된다. 가능성을 발현하려던 시점에서 투수로서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1년을 재활한 벨은 다시 강등당하며 2014시즌 A~ A+리그를 오간다.

이후 2015년에 AA(27경기 23선발 ERA 4.58)로 복귀한 벨은 기록 자체는 썩 좋지 않았지만,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베테랑 포수인 바비 윌슨의 반대 급부로 디트로이트로 이적해 시즌 후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디트로이트 산하 AAA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승(28경기 10선발 ERA 3.70)을 거둔 벨은 이듬해인 2017년  5월 11일, 프로 입단 8년만에 불펜 투수로 메이저리그 데뷔전(1이닝 무실점)을 치르게 된다.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28경기 4선발 0승 3패 ERA 6.93)

▲ 채드벨 MLB시절 투구 영상.

그 결과 2018시즌은 AAA에서 시작했고 메이저리그 3경기(7.1이닝 ERA 8.59) 등판 기록만 남긴 채로 디트로이트에서 지명할당 된다. 

애틀랜타의 웨이버 클레임으로 이적하지만, 잔여기간을 AAA팀의 불펜 투수로 마무리했다. 애틀랜타 산하 AAA(28경기 46.1.이닝 ERA 6.22)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시즌 종료 후 마이너리그 FA선수가 됐다.

31세의 나이, 불확실한 미래와 어느 팀에 가더라도 기회를 많이 받기 어려운 처지가 된 벨은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포기하고 KBO리그 행을 선택했다. 총액 60만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한화의 오렌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 플레이스타일

▲ 벨의 프로 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유망주 시절 채드 벨은 사이드암에 가까운 낮은 위치에서 공을 뿌렸다. 하지만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된 2012년 이후 팔 위치를 높이며 현재는 쓰리쿼터 스타일로 투구한다. 투구 타점이 그리 높지는 않은데, 타점이 높은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는 KBO리그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벨은 포심과 투심을 섞어 던지는 그라운드 볼러인데,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는 평균 93마일(148~9km/h), 최고 95마일(152km/h)를 던졌다. 선발로 등판 시  평균 90~92마일(144~147km/h) 정도의 속구 구속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벨의 메이저리그 시절(17~18) 구종 레퍼토리

(소수점 첫 자리 반올림). © Brooks Baseball

포심과 투심(싱커)을 혼용하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커터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데이터 상으로는 슬라이더와 구분되지 않았다. 

이런 다양한 구종들을 통해 땅볼을 유도하고, 장타를 억제한다. 체인지업은 우타자를 상대로만 활용하며, 좌타자를 상대해서는 슬라이더(커터)를 주로 구사한다.

▲ 벨의 MLB 시절 좌,우(왼쪽부터)타자 상대 슬라이더 히트맵 (포수 시점)

© Brooks Baseball

평균 86마일(138~139km/h)대에 형성되는 슬라이더(커터)는 좌우타자에게 모두 구사한다. 좌타자 상대 구사 비율이 40%를 초과했는데 아웃코스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주로 구사한다. 

다만 복판으로 몰리는 행잉성 슬라이더도 적진 않은 편. 작은 구장이 많고 타고투저가 계속되고 있는 KBO리그에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타자에게는 인코스 낮게 떨어지는 프론트도어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또 아웃코스 존 밖에서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공도 구사한다. 구사율 자체는 좌타자보다 적지만 비교적 다양한 코스를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벨의 MLB 좌,우(왼쪽부터)타자 상대 커브 히트맵 (포수 시점)

© Brooks Baseball

평균 81마일(129~130km/h) 대의 커브는 좌우 타자 모두에게 비슷한 비율로 구사한다. 좌타자의 경우엔 아웃코스 낮은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모습이다. 우타자를 상대로도 주로 아웃코스를 공략한 것은 동일하나, 낮게 던지는데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위치에 커브를 구사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복판으로 몰리는 공이 거의 없는 반면, 우타자에게는 몰리는 공이 다소 많은 편이다. 극단적 타고투저의 KBO리그에서 장타 허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타자 상대 커브 구사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벨의 MLB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포수 시점)

© Brooks Baseball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인지업은 우타자에게만 구사한다. 평균 구속은 87마일(139km/h)대다. 체인지업 활용의 정석처럼 우타자 상대 아웃코스로 투구했는데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도 효과적이었다. 낮은 코스 일변도로 투구하지 않았으며 범타 유도가 주 목적인 구종이다.

▲ 벨의 MLB(17~18) 각 구종별 피안타율 (좌/우) 

(출처:Brooks Baseball) 케이비리포트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상당히 고전했는데, 피안타율(0.325)과 HR/9(1.68)을 통해 그의 구위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통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그라운드 볼러임에도 탈삼진 능력(마이너 통산 K/9 7.56)과 제구력(마이너 통산 BB/9 2.99) 모두 준수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구위로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며 도망가는 피칭(ML 통산 BB/9 4.26)을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ML 통산 K/9 8.27)은 보여줬다는 점.

또 우타자를 상대로한 체인지업이 효과적이었는데, ML 통산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200에 불과한만큼 한국에서도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의 위력이 기대된다.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구속과 구위 모두 평균 이상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볼넷을 남발하거나, 유인구 위주의 피칭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 비교

▲ 외국인 투수들 성적 비교.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채드 벨은 지난해 시즌 중 퇴출되었던 한화의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와 체격 조건과 투구폼까지 상당히 흡사하다. 휠러가 준수한 제구에 비해 확실한 결정구가 없어 KBO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고전한 반면, 벨은 그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들과 승부할 수 있다.

▲ 휠러의 상위 호환으로 평가받는 벨.

또 포심과 투심을 혼용하면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사용하는 좌완이라는 점에서 오래전 한화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던 이브랜드, 롯데 자이언츠의 장수 외인투수 레일리와도 공통점을 갖는다. 

마이너 성적을 비교해보면 레일리는 주로 선발, 벨은 불펜으로 뛰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남긴 기록은 흡사하다. 이브랜드와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는 점이 비슷하다.

벨이 최근 KBO리그에 진출한 선수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선발 경험이다. 과거에는 불펜으로 뛰던 선수들을  영입해 선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외국인 투수의 안정적인 이닝 소화가 한층 더 중요해진 최근에는 선발 커리어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벨은 이런 흐름과는 다르게 커리어에서 불펜 투수로 뛰었던 기간이 적지 않고, 근 2년 동안 선발(11경기)보다는 불펜(28경기)으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섰다. 아무래도 지난해 NC에서 뛰었던 왕웨이중처럼 내구성과 풀타임 선발로서 체력에 물음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체크 포인트

벨의 성공 여부는 패스트볼의 구위에 달려있다. 최근 국내 구단들은 외국인 투수를 뽑을 때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커터와 투심을 구사하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이 유입되었고 대부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물론 모든 투수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 아델만(8승 12패, ERA 5.05)과 보니야(7승 10패, ERA 5.30)도 투심(싱커)를 구사하는 투수였으나, 성공이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여러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그라운드 볼러인 만큼 한화 내야 수비진의 조력이 절실하다. 하주석, 정은원, 강경학 등으로 구성된 한화의 키스톤 콤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코너 내야를 포함한 전체 내야진의 구성은 썩 탄탄한 편은 아니다. 땅볼 유도형인 벨의 성공을 위해선 내야 수비진들이 분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후랭코프와 왕웨이중처럼 내구도와 체력 문제도 주목해야한다. 후랭코프와 왕웨이중처럼 벨도 불펜 투수로의 커리어가 긴 편이며, 최근 몇 년간은 사실상 불펜이었다는 점은 다소 불안한 점이다. 또, 국내의 타자들이 낯설어 하는 높은 타점이 아니라는 점과 전세계적으로 이어진 좌완 기근으로 우완 외인들에 비해 과거 커리어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지난해 휠러(3승 9패, ERA 5.13)에 비해 구속과 구종의 다양성이 모두 우위인 벨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벨은 지난 16일 주니치 드래곤즈 2군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해 최고 148km/h를 기록하며 3이닝동안 탈삼진 4개,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비록 일본 2군팀과의 경기지만, 한화 소속으로 나선 첫 경기에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3위를 기록하며 11년만에 가을 야구의 맛을 본 한화지만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인 올시즌 성적은 장담하기 어렵다.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노리는 한화는 약점인 선발진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KBO리그를 기준으로  빠르고 다양한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채드 벨이 류현진 이후 맥이 끊긴 좌완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한화 이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13시 KIA와의 연습경기 선발 등판 예정)

[기록 출처 및 참고 : 위키피디아,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팬그래프, 브룩스 베이스볼, thebaseballcube.com, Baseball 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관련 칼럼:  [2019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① 한화 이글스 워윅 서폴드

[글: 이상평 & 순재준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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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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