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 원조' 하인즈 몰락, '투자 귀재' 버핏 3조 잃다

김성은 기자 2019. 2. 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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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 하인즈, 4Q 17.3조원 상당 상각
'건강식 선호' 소비자 변화 못 맞춰 가치↓..
1대 주주인 버크셔 버크셔해서웨이 '손실'
코카콜라 부진전망 겹치며 버크셔 '이중고'
/AFPBBNews=뉴스1

'푸드 자이언트'이자 '케첩의 원조'로 불리는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결과를 내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이 때문에 크래프트 하인즈에 오랜 기간 투자해온 워렌 버핏도 거액 손실을 보며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에 흠이 갔다.

◇건강식 선호 취향에 포장 음식 '외면'…크래프트 하인즈 가치 하락=지난 21일(현지시간)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하며 126억800만달러(14조2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서 102억9200만달러(11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어닝쇼크의 원인은 자회사의 영업권 등 무형자산의 손실처리에 있었다. 지난해 4분기 154억달러(17조3000억원)의 손상차손(write down·상각)을 기록한 것이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2015년, 150년 역사의 케첩 제조사 하인즈와 식품업체 크래프트푸드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맥스웰하우스, 카프리선, 젤로, 필라델피아 등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이날 공개된 문제의 기업은 합병 당시 장부에 기재된 '크래프트'와 육가공 자회사 '오스카 마이어'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자회사 영업권 손상액이 83억달러, 그 밖에 미국 및 캐나다 소매점 등에서의 영업권 손상액이 71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트하인즈의 대표 자회사들의 영업가치가 추락한 것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좀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포장 음식(Packaged food)'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2대 주주(지분율 22.2%)인 브라질 투자회사 3G의 자린고비식 경영전략도 도마위에 올랐다. 3G는 크래프트와 하인즈의 합병을 성사시킨 뒤 2500명을 구조조정하고, 17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등 '이익 지키기'에만 골몰했다. 그 결과 R&D(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혁신, 시장 확대 등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릴랜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빗 카스 교수는 "크래프트 하인즈 경영진은 좀더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고 대신 비용 절감에만 골몰했다"고 꼬집었다.

워렌 버핏. /AFPBBNews=뉴스1

◇하루 만에 시총 18조 '증발'…체면 구긴 1대 주주 버크셔해서웨이=대규모 순손실 소식에 크래프트 하인즈 주가는 지난 22일 시간외거래에서 27.5% 폭락했다. 이날 하루 시가총액은 162억달러(18조2000억원)가 날아갔다. 1년 전 주가(67.64달러) 대비로는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10월 부적절한 회계 관행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소환장을 발부받았다는 소식, 4분기 배당금이 직전 분기 대비 36% 삭감된 주당 40센트로 결정됐다는 소식까지 이날 전해져 크래프트 하인즈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주가 폭락으로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 역시 거액 손실을 봤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1대 주주다(지분율 26.7%). 지난 2013년 3G와 손잡고 하인즈를 23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크래프트와의 인수합병에도 관여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253억9200만달러(28조6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 순익은 전년 대비 91.1% 줄어든 40억2100만달러(4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크래프트 하인즈의 적자로 인한 상각금액은 30억2300만달러(3조4000억원)로 기록됐다. 그 외 기타 주식 및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인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데이터 제공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가 한 분기에 이 정도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약 30년 만이고, 지난해 전체로도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였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카콜라도 최근 판매 둔화 전망을 내놓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소비재에 장기투자하라는 것은 버핏의 오랜 투자 격언이었지만 이제는 그 규칙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 "크래프트 하인즈와 코카콜라 모두 달라진 소비자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며 "버핏은 여전히 코카콜라라는 음료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는 점차 소수가 돼가는 코카콜라 애호가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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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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