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1일 흔들리는 KBS, 방송장악이 시작됐다 [오래 전 '이날']

최민지 기자 입력 2019. 2. 21. 00:05 수정 2019. 2. 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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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09년 2월21일 흔들리는 KBS, 방송 장악이 시작됐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SBS 홈페이지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KBS 9시 뉴스가 처한 위기에 주목했습니다.

KBS의 대표 뉴스프로그램인 ‘뉴스 9’이 시청률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첫번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맞습니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SKY캐슬>의 김주영 선생님(김서형 분)이 희대의 악녀 ‘신애리’로 열연한 그 드라마입니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구은재(장서희 분)가 눈 밑에 점을 찍고 ‘민소희’로 변신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인데요.

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청자를 끌어모았고, 이들이 그대로 SBS 8시 뉴스를 보게 됐다고 합니다. 2009년 1월말 <SBS 8뉴스>는 1.4%포인트 차이로 <KBS 뉴스9>를 따라잡았고 이 현상은 2월에도 이어져 2월 중순에는 결국 역전하고 말았습니다. 드라마의 힘, 정말 대단하지요?

하지만 이 위기 뒤엔 <아내의 유혹> 외에도 이명박 정권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집권 초기 이른바 ‘광우병 사태’로 크게 흔들린 이후 언론에 대한 탄압과 장악에 힘을 쏟았습니다. 정부의 방송 장악이 곧 뉴스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고 시청률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신문은 “지난해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주요 비판보도 기획물 폐지, 몇몇 직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에 따른 기자들의 제작거부 등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KBS뉴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시청자 사이에서 팽배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KBS뉴스는 민주시민언론연합이 2008년 9월부터 방송3사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매주 선정하는 ‘유감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날 실린 또다른 기사입니다. 전날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열린 ‘MB(이명박) 정권 1년, 언론정책 평가 토론회’ 내용인데요.

당시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작된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과거 독일의 아데나워 정권에 빗대어 비판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독일의) 슈피겔지가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기동 훈련을 비판하자 슈피겔 간부들을 국가반역죄 등으로 기소한 뒤 비상사태법을 선포해 집회·언론·결사의 자유 등을 정지시켜 조기 몰락을 자초한 전후 독일의 아데나워 정권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재벌과 보수신문에 방송을 내주고 휴대전화·이메일 감청을 가능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사이버모욕죄 도입, 정치 사찰을 가능케 하는 국정원법 개정 등이 실현되면 완벽하고 전방위적인 파시즘적 통제가 실현될 것이다.”

경향신문의 시각도 비슷했습니다. 이날 사설에서는 정부가 KBS 가족시간대에 정책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로 한 것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약 7억원의 예산을 들여 버라이어티 형식의 주간 정규프로그램을 신설, 6개월간 24회에 걸쳐 정책을 홍보할 계획이었는데요. 야당의 반발에 결국 물러서긴 했지만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에 이용하고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신문은 “집권 1년차 ‘방송 장악’에 이어 올해 미디어산업 육성론으로 포장된 ‘언론악법’이 통과될 경우 권력의 전방위적인 언론 통제가 가능해져 이명박 정권의 파시즘적 행태와 신권위주의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불행히도 이 전망은 들어맞았습니다. 낙하산 인사, 편파적인 심의·제재, 징계·해고 남발이 이어졌습니다. 언론인 사찰 의혹마저 제기되었지요. 정부의 이 같은 언론 정책은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났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인데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한국은 31위에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69위로 추락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6년에는 70위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지요.

한국 언론 자유 지수는 현재 회복중입니다. 촛불이 전국을 물들였던 2017년 63위로 뛰어올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인 2018년에는 20계단 오른 43위를 차지했습니다.

2019년 한국 언론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요? 40위대에 만족해선 안되겠지요. 30위대, 20위대를 넘어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언론만큼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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