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백] 이 계절의 레전드.. 다시 보는 '겨울연가'

2019. 2.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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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어느 계절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드라마들이 있다. 계절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 중 KBS2 ‘겨울연가’(2002)는 요즘 같은 겨울에 딱이다.

‘겨울연가’는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 드라마로, 고등학생 강준상(배용준)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춘천으로 전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학교에서 준상은 동급생 정유진(최지우)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각각 유진과 준상을 짝사랑하고 있던 김상혁(박용하)과 오채린(박솔미)이 얽히면서 지독한 사각관계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준상과 유진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준상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첫 사랑을 마음에 묻은 유진은 시간이 흘러 상혁과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준상과 꼭 닮은 이민형(배용준)이 나타난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민형에게 이끌렸고, 민형 역시 유진에게 마음을 흔들리게 됐다.

이후 ‘겨울연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를 선보였다. 민형이 실은 준상이 맞았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교통사고 당시 병원에서 학교에 준상이 죽었다고 잘못 알린 것이었다. 대신 준상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식이 안쓰러웠던 준상의 어머니는 기억상실증을 이용해 아들에게 거짓된 기억을 심었다. 그렇게 이민형이라는 남자가 탄생한 것. 심지어 준상의 친 아버지가 상혁의 아버지라는 비밀까지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시청자들을 가장 슬프게 만든 ‘겨울연가’의 마지막 반전은 결국 준상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에 혈종이 걸렸다는 설정이었다. 이로 인해 준상은 결국 시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겨울연가’ 엔딩 장면에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준상이 유진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그려지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사건의 단편들을 나열해 놓고 보면 이보다 더한 ‘막장’이 없는 수준이나 ‘겨울연가’는 방영 당시 웰메이드 멜로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다. 작품의 제목을 나타내듯 설경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상미와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히 표현한 대본, 여기에 청춘스타들의 풋풋하면서도 따뜻한 연기가 만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SBS ‘여인천하’ MBC ‘상도’ 등 대작 사극과 경쟁했던 ‘겨울연가’는 지상파 3사 꼴찌로 시작했다가 마침내 자체 최고 시청률 28.8%를 기록, 동시간대 1위로 거듭나는 기적을 이뤄냈다.

(사진=KBS)

■ ‘욘사마’ ‘지우히메’의 시작… 故박용하, 그리운 얼굴

작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배우들의 인기도 급부상했다. 특히 ‘겨울연가’는 국내 호평에 힘입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까지 방송된 바, 현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주연을 맡은 배용준·최지우·고(故) 박용하 등이 ‘한류스타’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그 중 최대 수혜자는 배용준일 터다. ‘겨울연가’ 당시 선보인 배용준의 ‘바람머리’ 스타일이 남자들 사이에 유행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본명보다 익숙한 배용준의 별명 ‘욘사마’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붙은 별명이다. 이런 가운데 배용준이 ‘겨울연가’를 통해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특유의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가 큰 몫을 했다. 또한 낮고 진중한 목소리와 진심이 묻어나는 눈빛 등이 여자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는 평이다.

배용준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지우히메’라 불리며 톱스타로 발돋움한 최지우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최지우는 ‘겨울연가’의 유진을 통해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십분 발휘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통통 튀는 모습부터 가슴 절절한 감정 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겨울연가’에서는 하늘의 별이 된 박용하의 생전 찬란했던 시절을 만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이른바 서브 남자주인공 캐릭터인 상혁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박용하다. 특히 자신을 두고 흔들리는 유진에게 집착까지 하게 되는 상혁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들었다.

(사진=KBS)

■ ‘겨울연가’가 남긴 것… ‘눈사람 키스’부터 ‘남이섬 코스’까지

‘겨울연가’가 남긴 것들이 많다. 우선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따라한 ‘겨울연가’의 명장면은 ‘눈사람 키스’다. 극 중 준상과 유진이 테이블 위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며 놀다가 입을 맞추는 장면이다.

10대 소년과 소녀의 풋풋함이 느껴진 이 입맞춤 장면은 한국의 관광문화 발전까지 야기했다. ‘눈사람 키스’가 촬영된 춘천 남이섬에 ‘겨울연가’의 국내외 애청자들이 몰린 덕분이다. 이에 일명 ‘겨울연가 관광코스’가 생겨나며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의 효과를 낳았다.

특히 작품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겨울연가’를 향한 열기가 식지 않았던 일본에서는 뮤지컬 버전의 ‘겨울연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2006년 공연되었으며, 그로부터 5년 뒤 한국에서도 막을 올렸다. 드라마판 ‘겨울연가’ 음악을 담당했던 이지수 작곡가가 뮤지컬 작곡을 맡았으며, 김태한·김승회·백은혜·최수진 등 당시 대학로에서 주목받던 스타들이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겨울연가’의 두 번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새로 만들 ‘겨울연가’는 2002년작의 속편이 아니라 작품의 영광을 재현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와 관련해 앞서 ‘겨울연가’를 만든 윤석호 PD가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시즌2 제작 제안을 받았지만 아이디어 부족으로 메가폰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밝혀 아쉬움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윤 PD 대신 ‘젊은이의 양지’ ‘파랑새는 있다’ 전산 PD가 기획을, ‘전설의 고향’ '칼과 꽃’ 김용수 PD가 연출을 각각 맡게 되며 현재 ‘겨울연가’ 원작자 윤은경·김은희 작가가 다시 한 번 대본을 쓴다고 알려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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