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부산 생활쓰레기 '종량제 봉투가격' 카르텔 붕괴 위기

허상천 2019. 1. 2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은 부산진구가 올 7월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하키로 한데 이어 북구와 남구도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낮추기 위한 준비절차에 돌입해 2012년부터 시행해 온 종량제 봉투 단일화 쳬제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2019.01.23.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부산시 생활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카르텔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진구가 올 7월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하키로 한데 이어 북구와 남구도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낮추기로 하고 준비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다른 구·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2012년부터 7년간 운영해 온 종량제 봉투가격 단일화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부산시 종량제봉투 가격은 구·군이 생활쓰레기 종량제 봉투값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변두리 지역인 강서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14개구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때 다른 구에서 사용하던 종량제봉투를 못쓰게 되는 등의 민원을 해소하고 구·군별 처리하던 생활쓰레기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4개 구청이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단일 가격으로 안정적인 판매를 해 왔다. 한 장당 가격은 5ℓ 220원, 10ℓ 430원, 20ℓ 850원을 비롯해 100ℓ 들이는 4090원 등 7종의 용량에 따라 판매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카르텔 붕괴 원인

각 지자체들이 쓰레기종량제 봉투가격에 민감한 것은 서울 등 다른 시도에 비해 부산의 경제 여건이 열악한데도 종량제 봉투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10ℓ 종량제 봉투 가격의 경우 부산은 430원인데 비해 서울 250원, 대구 290원, 대전 330원, 광주 380원 등으로 부산이 다른 대도시보다 비싸다.

시 관계자는 부산은 고지대가 많아서 문전 수거비용이 많이 먹히고 구청의 재정 형편이 서울 등 다른 시도에 비해 열악해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종량제 시행 초기부터 종량제 봉투 가격이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종량제 봉투가격 인하 방침을 정한 구청의 경우 구청장 선거 공약이기도 하지만 각종 물가 상승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과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봉투가격 인하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진구는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10ℓ들이, 북구는 10ℓ·20ℓ 들이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하키기로한 반면 남구의 경우 종량제보투 7종(5·10·20·30·50·75·100ℓ)과 재사용 봉투(10·20ℓ) 2종의 가격을 9~10%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쓰레기종량제 봉투가격 인하 득실

부산진구는 10ℓ들이 종량제봉투 가격을 현 430원에서 300원으로 30%가량 낮출 계획이다.

북구도 10ℓ 들이는 300원, 20ℓ 들이는 600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로써 진구와 북구의 경우 4인가족 가정에서 1주일에 10ℓ들이 한 장씩 사용할 경우 한달에 약 500원 가량, 연간 6000원 정도 절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구는 현재 10ℓ봉투는 430원→390원, 20ℓ 봉투는 850원→770원으로 조정키로 하고 조례 개정을 추진중이다. 이 경우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연간 2000~7000원가량 종량제 봉투 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이 쓰레기 처리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자치단체가 쓰레기 처리비용 부담을 안게된다. 현재 쓰레기처리비용은 종량제 봉투판매가격으로 턱없이 부족해 구청 세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종량제 봉투값이 인하되는 만큼 구 재정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종량제 봉투가격 인하는 최근 물가에 비해 막상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너무 적어서 효율성이 낮고 자치단체장들의 생색내기 시책에 그쳐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종량제 봉투 한 장씩 사용해도 커피 한 잔 가격에 비하면 가성비 효과는 그리 높이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부산진구와 남구 등 쓰레기종량제 봉투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되면 인접 지역 다른 구청 주민들의 쓰레기 불법 투기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문전수거제로 대문 및 상점 앞에 놓아두면 수거해 가는 생활쓰레기의 경우 불법투기는 덜할 것으로 보고있지만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 중에는 인접지역의 투기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남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구청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청소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재활용품 분리 배출에 대한 홍보와 함께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의 무단 투기 행위를 강력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종량제 봉투가격 카르텔 붕괴에 따른 대책은

생활쓰레기 처리업무는 구·군 소관이다. 종량제 봉투 가격도 구에서 조례를 제정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각 구청에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정하는데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대한 주민홍보 강화 및 무단투기에 대한 강력한 단속 등 쓰레기 배출량의 감소를 위해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또 일부 자치단체에서 종량제 봉투가격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청소행정의 효율화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도록 한다는 방침만 정한 채 사실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종량제 봉투가격 단일화 결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 종량제봉투 자율화로 인한 지역 차별 등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꼼꼼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heraid@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