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한파, 누구의 책임인가
KBO는 "개선안 거부한 건 선수협"
냉전 이어질수록 선수들만 손해
꽁꽁 얼어붙은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다시 활력이 돌 수 있을까.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 스탠스 전환을 했지만 시장 분위기가 바뀌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장윤호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17일 "이미 끝난 얘기다. 구단들은 협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익 변화, 경제 상황 등 올 시즌 새로 나올 변수들을 따져보고 제시안을 다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올 시즌 중반 이후에나 FA 제도 개선안이 재논의 될 거란 의미다. 선수협은 FA 제도 수정안을 KBO에 전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선수협 제안 하루 만에 KBO는 협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시장뿐만 아니라 협상 당사자 사이도 얼어붙은 것이다. KBO는 지난해 10월 ▶FA 총액 상한제(4년 80억원) ▶FA 등급제 ▶FA 취득 기간 1시즌 단축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최저연봉인상 검토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책을 선수협에 제안했다. 선수협은 이에 앞서 KBO 규약에 FA 계약에 독소조항이 많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후 받은 KBO의 개선책은 "FA 총액 상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각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는 당시 "이번 제안이 최종안"이라고 밝혔다. FA 상한제를 제외한 항목은 대다수 선수들이 반길 조항이며, 과거부터 선수협이 요구한 사항이었다. KBO 관계자는 "선수협이 우리 제안을 당연히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선수협이 KBO 제안을 거절하자 이번엔 실행위원회가 강경하게 대응했다. 장윤호 사무총장은 "지난달 실행위원회 워크숍에서 FA 제도 개선안을 재논의하자고 했으나 모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선수협은 ▶최저 연봉 단계적 인상 ▶FA 취득기간 단축(7년) ▶재취득기간 폐지 ▶보상제도 완화(FA 등급제 또는 퀄리파잉 오퍼제) 등을 KBO가 받아들이면 FA 연봉 상한제도 조건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FA 상한(4년 80억원)을 지키되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근거를 마련하자는 게 선수협의 요구다. 인센티브 조항을 제외하면 KBO의 1차 제안과 선수협의 수정안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간극은 크지 않지만 협상 분위기가 꽁꽁 얼었다. KBO는 선수협이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점에 큰 반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여론도 선수협 편이 아니다. 90% 이상의 선수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제안을 선수협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선수협이 일부 스타 선수들에 의해 휘둘린 탓이라 해도 할 말이 별로 없다. 현재 미계약 상태인 FA들과 중견 선수들은 선수협의 협상 방법에 대해 성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은 KBO 편이다. 때문에 선수협으로서는 FA 개선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냉전이 길어지거나, 전장이 확대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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