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땐뽀걸즈' 신도현, 배우 이전에 연기

입력 2019. 1. 11. 12:00 수정 2019. 1. 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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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배우 신도현은 아직 낯설어요”

‘거제’를 위한 찬가(讚歌). 서울로 상경한 주인공이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나를 키운 엄마, 나의 고향, 나의 20년. 안녕”이라고 말하는 순간, KBS2 ‘땐뽀걸즈(극본 권혜지, 연출 박현석)’는 고향을 부정해온 한 인간의 회한과 반성의 노래로 그 끝을 맺었다.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거제여상) 학생들에게 세상은 두 가지 차별을 어깨에 지운다. 하나는 촌구석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거제’고, 나머지 하나는 대학에 간다고 고집하면 “여상 나온 주제에 대학은 무슨 대학” 비아냥거림을 받는 ‘여상’이다. 하지만 거제여상 댄스스포츠반(이하 땐뽀반) 여덟 명에게 그 차별은 큰 문제가 아니다.

“뭐 경연 대회도 아니고 학교 축제니까 몇 등 하고 뭐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그들이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도 ‘아 참 그때 친구들이랑 참 재밌었지 좋았지’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하자. 알겠나?” 땐뽀반 아이들에게 춤은 그냥 춤이 아니다. 어른들은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언성을 높이지만, 아이들 역시 “잘해봤자 쓸모도 없는 거 열심히 해서 뭐하는데? 어차피 우리 인생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그들에게 춤은 이규호(김갑수) 선생님의 말처럼 미래에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지금의 행복이다.

등장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땐뽀’는 가짜고 거제여상 출신은 진짜다. 그들은 진짜를 잊기 위해 춤을 췄다. 그 환상이 가짜든 뭐든 땐뽀반은 춤에서 진실한 행복을 느꼈다.


배우 신도현(23)은 그 행복을 느낀 여덟 땐뽀걸즈 중 하나 이예지를 연기했다. 친구들은 유도 유망주가 여상으로 전학 온 이유를 ‘뜻하지 않은 부상’에서 찾았지만, 실은 그가 운동을 관둔 이유는 경기 성적이 자꾸 떨어지는 데에서 오는 무서움이었다. 한 번의 좌절을 겪은 이예지는 땐뽀를 통해 그 생애 절정이 언제든 다시 올 것이란 믿음을 가진다.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도현은 “‘내가 참 좋은 작품을 만났구나’라는 걸 촬영하면서 계속 느꼈다”고 했다. “시원섭섭해요. 촬영 장소가 거제도였어요. 서울과 거제를 오가며 촬영하는 게 실은 힘에 부쳤죠. 하지만 이젠 추억이 됐어요. 동료 배우들과 단톡(단체 카카오톡)을 하는데, ‘보고 싶다’ ‘너무 허전하다’ 같은 메시지를 아직 서로 주고받는 중이에요.”

첫 지상파 드라마 출연작 SBS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출연 당시 언론은 그를 신데렐라에 비유했다. 400대 1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오디션 봤어요.(웃음) 저번 오디션은 당연히 떨어질 거란 생각에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기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이번엔 달랐죠. 걱정이 컸어요. ‘내 외모가 학생물에 어울릴 만큼 어려보일까?’란 걱정도 있었고, ‘춤을 잘 출 수 있을까?’란 염려도 있었어요. 중학생 때 취미로 댄스 스포츠를 배웠어요. 감독님께서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대본 상의 이예지는 지금과 달랐다는 후문. 신도현은 “다른 분들은 예지를 두고 귀여운 운동 선수를 떠올리셨다. 다들 의외라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근데 나중엔 ‘예지랑 진짜 비슷하다’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진짜 잘 뽑은 거 같다’는 소리도요.(웃음)”

신도현은 꾸미지 않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학창 시절에 이예지처럼 화장도 안 하고, 무기력해 보이고, 느린 구석이 있는 학생이었다. 이예지의 보이시한 면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는 그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됐다. “감독님께서 자유롭게 연기하게끔 도와주셨어요. 원래 이 캐릭터랑 닮은 점도 많지만, 그 자유롭고 편한 연기를 통해 제 원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모르는 저의 모습을요.”

신도현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꿈은 딱히 없지만 영어를 좋아한 어린 신도현은, 둥지를 떠나보고 싶은 마음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셋째고, 늦둥이라서 많은 보호를 받고 자랐어요. 영어를 쓸 수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걸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은 타국에서 돌아온 딸이 영어를 전공하길 바랐다. 하지만 신도현은 방점을 학교 대신 ‘그가 좋아하는 것’에 찍고 싶었다. “부모님과 대입 문제로 서로 부딪혔어요. 대학은 제가 좋아하는 게 생겨서 그곳에 가야 될 이유가 있을 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동아리가 떠오르더라고요. 공부하고 싶은 좋아하는 것, 결국 연기란 생각에 21살 때부터 입시를 시작했어요.”

사실 신도현에게 배우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배우’ 대신 ‘연기’를 좇았다는 것. 그 한 뼘의 차이는 이 신인 배우를 아주 특별한 존재로 꾸며준다. “저는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저 화려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금 그에게 가장 힘든 건 그 스스로를 배우답게 포장하는 일이다. 배우는 광대다. 하지만 광대 역시 사람이다. “지금은 배우와 연기 둘 다 좇고 있어요. ‘연기파 배우가 될 거야!’는 아니에요. 다만 ‘배우는 남의 시선에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란 점이 아직 어렵게 느껴져요.”

신인 배우는 회사가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 그럼에도 그는 “독립 영화라든지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의견을 많이 제시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영화 ‘소공녀’ ‘리틀 포레스트’ 등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신도현은 희망 중이다. 차기작은 MBC ‘더 뱅커’. 역할 비중은 여타 출연작과 비등하지만 거제 소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배우는 말했다.

“제게 배우의 기질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어요. 지금도 인터뷰를 할 때나 영상을 찍을 때면 ‘안녕하세요 신도현입니다’ 해요. ‘배우 신도현’은 낯설거든요. 미래엔 제 스스로가 ‘배우 신도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이 생겼으면 해요.”

약한 체력과 정신력을 붙잡고 쉬지 않고 달리기. 신인 신도현이 세운 지난해 목표였다. 기해년(己亥年) 세운 새 목표는 나이에 걸맞은 멋을 가지는 것이다. 남들이 숲만 보고 걸을 때 숲으로 가는 그 방법 자체에 매력을 느낀 배우는 살랑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오늘도 잘 영글어가는 중이다. “올해는 제가 한 살 나이가 든 만큼 멋이 새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열심히 일하자’ 하며 몰아붙이기보단 여유를 가지고 싶어요. 저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시기가 됐으면 합니다.”(사진출처: VAST엔터테인먼트, KBS2 ‘땐뽀걸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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