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레드카펫 '순백여신 콤플렉스'의 명암 [패션탐구생활]

한윤종 2019. 1. 5. 11: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부터 주말 기획으로 작성해온 '패션탐구생활'을 되짚어 보다가 유난히 자주 사용했던 단어를 몇 가지 발견했다.

'순백의 여신'이나 '청순한 화이트'와 같이 여배우의 드레스에 붙인 소위 '오그라드는 수식어'의 반복은 기자 본인의 부족했던 어휘력과 패션 분야의 비전문가가 분석한 스타일 관련 기사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혜수, 수지, 아이유 (사진 왼쪽부터)

지난해부터 주말 기획으로 작성해온 패션탐구생활을 되짚어 보다가 유난히 자주 사용했던 단어를 몇 가지 발견했다. ‘순백의 여신이나 청순한 화이트와 같이 여배우의 드레스에 붙인 소위 오그라드는 수식어의 반복은 기자 본인의 부족했던 어휘력과 패션 분야의 비전문가가 분석한 스타일 관련 기사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반성한다.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처럼 낯간지러운 수식어를 왜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까
. 지난해 대한민국의 레드카펫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1839회 청룡영화상의 레드카펫에 선 박보영, 김혜수, 이솜, 한지민, 김향기 (사진 왼쪽부터)

2018년에 국내에서 진행된 각종 레드카펫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재미가 없었다.’ 물론 레드카펫의 꽃이라 불리는 우리의 여배우들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고상한 스타일을 뽐냈다. 온통 화이트 드레스 일색이었던 지난해의 시상식은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는 우리 한민족의 오랜 수식어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 취재 현장에서 함께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동료 사진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난해의 레드카펫 패션은 딱히 보는 맛이 없었다.” 20181123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39회 청룡영화상 2018’의 레드카펫으로 돌아가 보자. ‘청룡의 여인김혜수부터 새로운 국민 여동생김향기까지, 수많은 여배들은 차분하게 빛나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일명 여신 같은 자태를 과시했다. 그러나 누구도 시상식 다음날까지 ‘레드카펫 스타’로 회자되는 센세이션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2018제54회 백상예술대상의 레드카펫에 선 이하늬, 수지, 김선아, 정유미 (사진 왼쪽부터)

지난해 5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54회 백상예술대상의 레드카펫 상황도 이와 유사했다. 시상식의 사회자로 활약한 수지의 드롭숄더 드레스도, 바비인형 같은 몸매를 강조한 이하늬의 드레스로 모두 하얀색이었다. 2017년의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접한 김혜수의 푸른 드레스나 윤아의 핫핑크 컬러와 같이 강렬했던 이전 해의 시도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 빈자리는 대부분의 여배우에게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우아하게 소화하기 쉬운 흰색이 차지했다.

와 같은 경향은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의 레드카펫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20181230일의 ‘MBC 연기대상31일의 ‘2019 연기대상의 경우, 주최측이 여배우들의 드레스 코드를 백의민족으로 지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너도나도 하얀 드레스를 선택했다

김소연, 서지혜, 정유미, 문가영 (사진 왼쪽부터)

이처럼 하얀색이 지배했던 2018년의 레드카펫은 무리 없이 아름다웠고 소란 없이 지나갔고, 더불어 ‘소리 나는 감탄사나 특별한 이슈의 생산도 소멸시켰다. 물론 여배우들에게 하얀색 드레스가 잘 어울린다면 그것을 선호하는 것을 누가 무슨 자격으로 지적하느냐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분명히 아쉬움은 남는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레드카펫 스타일링에) 과감한 시도가 사라졌고, 워스트 드레서가 사라졌고, 결국 스타일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국내 정서에 어긋나는 독특한 스타일을 감행해 맹비난에 시달릴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안전제일 노선을 따르려는 경향이 팽배했다는 것이다

하얀색이 지배하는 지난해의
레드카펫 왕국은 무난함이 주는 편안함으로 다스려졌지만, 누군가는 소란스러운 혁명을 일으켰어도 좋았을지 모른다. 여기서 말한 소란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노출로 인한 불쾌한 잡음과 절박한 시선몰이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다만 저 여배우만의 스타일’, ‘저 스타의 남다른 취향과 같은 감탄을 자아내는 패션을 대한민국의 레드카펫에서도 자주 보고 싶은 것뿐이다.

김소현, 아이유, 서현 (사진 왼쪽부터)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