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113. 식습관이 바뀐다..채식주의로

한정선 2018. 1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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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슈퍼마켓 웨이트로즈 베지테리안 섹션(사진=이민정 통신원)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인 8명 가운데 1명꼴로 채식주의자나 비건(음식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동물성 제품을 피함)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영국인 가운데 21%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채식을 주로하면서 때때로 육류를 조금씩 섭취)으로 집계됐습니다. 즉 영국의 인구 가운데 약 3분의 1 정도가 육식보다는
채식 중심의 식단을 먹고 있는 것이죠.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웨이트로즈’가 영국 내 모든 슈퍼마켓 체인의 수백만 고객들의 식료품 구매 데이터와 여러 슈퍼마켓을 이용해 식료품을 구입하는 2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이같은 결과가 담겼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인 식습관의 혁명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웨이트로즈는 영국 슈퍼마켓 체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5월 134개 매장 내 비건 섹션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건과 채식주의자를 위한 간편 식품도 만들어 팔고 있죠. 비건 메뉴와 채식에 집중한 레스토랑도 영국 곳곳에서 생기고 있는 등 영국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나탈리 미첼 웨이트로즈 브랜드개발 대표는 “올해 비건 식품이 대세가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집에서 비건 재료를 조리하거나, 간편 식품을 사거나, 레스토랑에서 비건 음식을 맛볼 때나 사람들은 채식 위주의 식단이 꽤 괜찮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웨이트로즈 조사에서 비건 가운데 60%, 채식주의자 가운데 40%가 지난 5년 내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55%는 동물의 복지 때문에 채식식단으로 바꿨으며, 45%는 건강상의 이유, 38%는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로 바꿨다고 밝혔습니다.

18~34세 그룹이 비건으로 바꾸는 데 적극적이었으며 55세 이상 그룹에서는 덜 의욕적이었습니다.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로 바뀐 사람들의 일부는 “베이컨 샌드위치, 돼지껍데기 튀김(pork scratchings)이 그립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비건 단체인 ‘비건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영국에서 유제품이나 달걀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는 비건의 수는 지난 4년간 15만명에서 6만명으로 4배나 늘었습니다.

앞서 여러 연구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피하는 것이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악영향을 줄일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사람이 먹는 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토지 오염, 물 오염 등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영국인이 채식 중심의 식습관을 바꾸고 있는 것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올 초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된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는 인간이 육류와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 세계 가축 농장 등을 75% 줄일 수 있고, 그럼에도 인류의 식량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119개국 4만개의 농장, 40개의 육류 및 낙농 제품 자료 등을 바탕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은 인간이 섭취해야 할 칼로리의 18%, 단백질의 37%만 공급하는데, 생산 과정에서는 세계 농장의 83%나 사용하며 농축산업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60%를 차지합니다.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대 조세프 푸어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나 항공기 이용을 줄이는 것은 단지 온실가스 배출만 줄이는 방법인데 반해 비건 식단을 지키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 부분뿐 아니라 토양, 물 등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며 “인간이 환경을 지키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농업계 관계자인 닉 팔머는 가디언에 “많은 영국인들이 축산물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라며 “여러 과학 연구에서 건강한 식습관은 채식 위주라는 것을 보여준다.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 중심의 식단 섭취에서 나아가 동식물 원료가 아예 들어가지 않은, 그래서 먹거리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줄인 합성 식품 개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솔라 푸드’ 연구진이 개발하는 이 식품에는 원료가 수소산화박테리아, 태양광 패널에서 추출한 전기, 물 약간, 공기 중으로부터 얻은 이산화탄소와 질소, 그리고 칼슘, 나트륨, 칼륨, 아연 등입니다. 이 원료들로 완성된 식품은 50~60%가 단백질로 이뤄져 있으며 나머지는 탄수화물과 지방입니다.

이 미래 식량 프로젝트는 유럽우주기구(ESA)의 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돼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1년 첫 제조 공장을 건립하고 생산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구진들에 의하면 자사의 기술을 이용해 합성 식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토지 규모(태양과 등을 얻기 위한)는 같은 양의 콩을 생산할 때의 2만배 분의 1 정도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현재 섭취하는 수준의 단백질을 이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면 미국 오하이오주 규모의 토지 정도만 사용하면 됩니다.

한정선 (pilgr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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