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섬' 변요한X공승연, 꿈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무비뷰]

김샛별 2018. 11. 17.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별리섬' / 사진='별리섬'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꿈은 꿈을 낳는다. 꿈을 이룬 사람은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하고, 누군가의 꿈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아직도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을 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잔잔한 응원을 담은 영화 '별리섬'이다.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에게 영어, 수학 학습을 제공하는 드림클래스 제도를 소재로 한 '별리섬'(감독 배종·제작 제일기획)은 스펙을 쌓기 위해 외딴 섬에 신입 영어 강사로 들어간 대학생 한기탁(변요한)과 3년 차 베테랑 수학 강사 정석(공승연)이 중학생들을 가르치며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30분 러닝타임의 단편 영화다.

'별리섬'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조작된 도시'를 연출한 박광현 감독이 배종으로 활동명을 바꾼 이후 첫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자 변요한이 오랜만에 참여한 단편 영화, 공승연의 첫 스크린 데뷔작 등 여러 가지로 의미가 남다른 영화다. 드림클래스라는 소재 또한 눈길을 끌었다. 가상의 제도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와 이 제도가 주는 순기능을 알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끔 했다.

극은 학생들을 교육하며 이들의 성장기를 주로 그리지만, 사실 아이들의 '꿈'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대학생들이 진정한 교사로서의 꿈을 갖는 과정,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자 하는 꿈, 그리고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부모의 꿈 등을 모두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별리섬'은 꿈은 어렸을 때만 꾸는 게 아니라 누구든 언제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먼저 영화는 한기탁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이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섬으로 향하는 한기탁의 착잡하고 힘없는 표정은 취준생들의 지친 모습을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관련되지 않으려 하는 한기탁의 모습과 신경 쓰지 말고 할 것만 하고 가자는 다짐은 그가 이 섬에 의무적으로 왔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교에 가야 할 시간, 부모의 뱃일을 돕는 학생을 보고 결국 울컥하는 한기탁의 모습은 그가 내심 품고 있던 선생님으로서의 열정을 내비친다.

한기탁은 섬에서 만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점차 관계를 쌓아나가며 선생님으로서의 열정과 꿈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취업 준비, '스펙' 쌓기 등에 지쳐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그의 열정과 꿈은 아이들의 꿈을 만나 지켜주는 과정에서 다시 피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별리섬'은 '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든 언제든 각양각색으로 가질 수 있으며, 꿈은 또 다른 꿈의 출발점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꿈의 다른 예도 있다. 학생 상구(정윤석)에게는 아버지(박희순)의 재혼으로 새어머니(로렌부르고스)가 있다. 하지만 모자는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 새어머니는 매일 밤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주며 아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이 또한 아이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부모의 '꿈'을 보여준다.

'별리섬' / 사진='별리섬' 스틸컷

영화를 그려내는 배종 감독의 연출은 섬세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영화 초반과 엔딩의 상관관계와 내레이션이 돋보인다. 상구의 부모는 영화 초반, 한기탁과 정석을 반기는 마을 사람들 틈에서 빠져 있었지만 엔딩에서는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여 새롭게 들어오는 드림클래스 강사를 환한 웃음과 함께 환영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타지에서 섬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마을 사람들과 벽도 있고, 오해도 쌓였던 이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점차 벽이 허물어져 이제는 누구보다 섬에 동화됐다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레이션의 경우, 초반 한기탁이 섬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유와 심정이 한기탁을 연기한 배우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설명돼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 의문은 엔딩 장면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강사의 모습과 함께 "내가 받은 것을 나 역시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는 내레이션이 같은 목소리로 흘러나오며 풀린다. 한기탁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생이 자신 역시 드림클래스 강사로 참여하며 선한 영향력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것. 마지막 장면은 꿈은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별리섬'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드림클래스에 실제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당시 느꼈던 감정과 아이들과의 추억, 인상 깊었던 이야기 등을 덧붙이며 마지막까지 감동을 더한다.

"감정의 변화와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갖고 있다 보니 내 의도를 단편으로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털어놓을 만큼 우려도 있었다는 배종 감독이다. 그럼에도 '별리섬'은 그가 담고 싶은 메시지로 가득했고 전하고 싶은 잔잔한 응원과 위안을 받기에 충분했다. 도리어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아쉬운 영화였다.

김샛별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