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헬스] 씻어도 씻어도 더러운 느낌.. 완벽주의가 아닌 정신질환 강박증

정명진 2018. 11. 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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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고 숫자 세고 샤워하고 대칭 맞추고.. 반복해도 잠깐 편할뿐
속으로 '합'! 외치거나 살짝 손뼉치기 혹은 일정시간 강박행동 금지
강박 벗어나기 위한 나만의 의식 만들어야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 '강박증'에 의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특정한 생각이나 충동, 이미지가 갑작스럽게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한 가지 행동에 집착하고 비정상적으로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15일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완벽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강박증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 생각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점에서 완벽과 차이가 있다"며 "정도가 심하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정신질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강박증, 정도 심하면 완벽주의자 아닌 질환

불안에 압도되도록 만드는 생각을 강박 사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하는 특정한 행동을 강박 행동이라고 한다. 강박 사고가 일으킨 불안을 강박 행동이 감소시켜 주는 것이다.

강박장애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인지적 입장에서 보면 우연히 떠오른 불쾌한 생각에 대해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 사고를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오히려 더 자주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강박장애로 발전한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강박증상이 악화되고 주위 상황이 호전되면 강박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생물학적 입장에서 보면 뇌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기능이상이 강박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눈 바로 위쪽에 있는 뇌인 안와전두엽에서 뇌의 깊은 부분인 기저핵으로 이어지는 뇌 신경회로의 이상에 있다는 것이다. 신경회로의 손상으로 부적절한 자극에 집착하게 만들어 강박 증상을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뇌의 대표적인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다. 임상 약물 실험 상 세로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강박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강박증은 여러 가지 증상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결벽증이다. 결벽증은 오염 강박이라고도하며 자신이 병균에 오염됐고 이로 인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주 손을 씻거나 샤워를 하면서 불안을 감소시키려고 한다. 결벽증인 사람들이 손이나 몸을 씻는 행동은 일반인들과 조금 다르다. 되는 대로 씻는 것이 아니라 순서와 횟수가 정해져 있다. 또 피부가 손상될 정도로 과도하게 씻기도 한다.

가스 밸브,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집에 불이 나거나 물난리가 날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껴 어느 정도 수준이상 반복적으로 점검을 하는 확인 강박도 있다. 이외 강박적 행동에는 확인하기, 숫자세기, 손씻기, 대칭맞추기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일시적인 편안함을 제공할 뿐 결과적으로 불안을 증가시킨다.

■일상생활에 지장있다면 치료해야

강박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강박증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중요하다. 강박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다소 과장돼 있는 걱정에 몰두한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강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속으로 '합!'하고 외치거나 손뼉을 살짝 치는 등 자신만이 의식할 수 있는 행동을 정해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강박증의 치료는 인지 및 행동 치료와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강박증 환자들은 강박적인 생각과 관련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방법 중 하나가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이다. 강박증 환자가 불안을 느끼는 어떤 상황에 노출시킨 후에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보이는 강박행동을 못 하도록 막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염강박이 있는 경우에는 손을 씻도록 하는 상황에 노출시킨 뒤, 손을 씻으려는 행동을 일정시간동안 금지한다. 처음에는 환자가 매우 불안해 하지만 반복적인 치료로 불안을 유발시키는 상황에 대해서 익숙해진다. 이후 강박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불안이 줄어들게 된다.

이 기법은 다른 치료와 병행하지 않고 단독치료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동기가 강해야 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인지 및 행동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경증을 넘어선 경우 시행된다. 증세의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80~90%는 증상이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행동 및 인지치료와 병행하는 경우 더 효과가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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