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흥망사] 닷컴 버블과 함께 사라진 '라이코스(Lycos)'

김영우 2018. 11. 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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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인터넷은 1969년에 '아르파넷(ARPANET: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범했다. 초창기의 인터넷은 전쟁시에 데이터의 보관 및 공유를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 국방부에서 구축한 것이라 기능이나 이용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1991년, 현대적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월드 와이드 웹(WWW, World Wide Web)'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인터넷은 양적, 그리고 질적으로도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라이코스(LYCOS)의 로고

인터넷 상의 정보가 방대해지면서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찾아주는 검색엔진 프로그램, 그리고 유용한 정보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포털(Potal) 서비스가 각광을 받게 된다. 특히 WWW의 여명기인 1990년대 초에는 다수의 기업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해 주목을 받았는데, 1994년에 처음 등장한 '라이코스(LYCOS)'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검색 엔진과 포털 서비스의 본격적인 결합

1990년대 초,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마이클 로렌 멀딘(Michael Loren Mauldin)은 피츠버그의 명문 대학인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인터넷에 최적화된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 1994년에 라이코스(LYCOS)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검색엔진은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럽게 상용화를 고려하게 되었다.

초대 CEO로 2001년까지 라이코스를 이끌었던 밥 데이비스(Bob Davis)

<초대 CEO로 2001년까지 라이코스를 이끌었던 밥 데이비스(Bob Davis)>

마침 벤처기업 투자 전문업체인 CMGI가 인터넷 관련 사업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멀딘은 CMGI로부터 2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1995년, 검색엔진 및 포털 서비스 기업인 ‘라이코스’를 설립하게 되었다. 라이코스의 첫 CEO로는 컴퓨터 제조사 왕 연구소(Wang Laboratories) 출신의 전문 경영인 밥 데이비스(Bob Davis)가 선임되었는데, 그는 초대 CEO이자 라이코스의 첫번째 직원이기도 했다.

라이코스의 마스코트인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광고에도 다수 출연했다

<라이코스의 마스코트인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광고에도 다수 출연했다>

라이코스(LYCOS)라는 이름은 늑대거미과를 뜻하는 'lycosida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종은 거미줄을 이용하지 않고도 재빨리 먹이를 사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빠르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의 개로 정해졌는데, 이는 여러 견종 중에서도 충성심이 높고 움직임이 민첩한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라이코스의 검색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 이었다.

과감한 사업확장, 몰려드는 투자자들

라이코스는 당시 경쟁하던 야후(Yahoo!) 등의 다른 포탈 서비스에 비해 웹 문서 검색 능력이 뛰어났으며, 한층 체계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외부 기업과의 제휴, 그리고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추진, 파트너사의 서비스(도서, 항공권 등)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뉴스, 음악, 여행, 구인구직, 전자상거래, 게임 등의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대, 2000년 전후의 라이코스는 한 사이트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거대 포털 서비스로 성장하게 된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라 본거지인 북미 외에 남미, 아시아, 유럽 등지에 지사도 설립, 그야말로 인터넷 세계의 '대세'로 등극했는데, 특히 미국에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야후보다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정도였다.

1998년의 라이코스

<라이코스는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포털 업계의 강자로 등극한다(1998년의 라이코스)>

라이코스가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산업에 엄청난 돈이 몰리던 시기였다. 조금이라도 성장가능성이 있거나 인지도가 있는 인터넷 관련 기업이라면 어김없이 대규모 투자나 인수 요청이 들어오곤 했는데, 라이코스는 당연히 이 분야에서 최고로 몸값이 높은 기업 중 하나였다.

특히 남미 시장 점유율 1위이자 스페인 최대의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Telefónica)에서 라이코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결국 2000년 5월에 라이코스는 텔레포니카의 자회사인 테라 네트웍스 (Terra Networks)에 인수되었는데, 인수 비용은 무려 125억 달러에 달했다. 테라 네트웍스와의 합병 후, 라이코스는 회사명을 '테라 라이코스'로 바꾸고, 인터넷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꺼져가는 거품, 1% 이하로 추락한 가치

하지만 테라 라이코스의 출범에 즈음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이른바 ‘닷컴 버블’이 급속도로 꺼지기 시작했다. 사실 라이코스는 거의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만 신경을 썼을 뿐,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개발하는데 실패해서 거의 매년 적자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라이코스에 돈을 쏟아 부었는데, 테라 네트웍스가 라이코스를 합병한 이후, 인수 비용으로 지출한 거액의 자금 때문에 라이코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었다.

또한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경쟁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한층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면서 라이코스 이용자 수는 급속도로 줄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하나 둘 라이코스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비록 수익성은 낮더라도 이용자 수가 많다는 점 하나로 모든 것을 상쇄하던 라이코스의 장점이 빛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텔레포니카 그룹 입장에서 라이코스는 적자만 내는 짐 덩어리가 되어버렸으며,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2002년 전후부터 라이코스는 서비스를 점차 축소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라이코스의 존재감은 더욱 약화되었다. 견디다 못한 테라 네트웍스는 2004년 8월, 한국의 다음(Daum, 현재의 카카오)에 라이코스를 매각하게 되는데, 이때 다음이 지불한 라이코스의 매입 자금은 불과 9,54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테라 네트웍스가 라이코스를 합병할 때 지불했던 125억 달러에 비하면 1% 이하였는데, 불과 4년만에 헐값 수준으로 기업 가치가 추락한 것이다.

2004년, 라이코스는 4년 전 대비 1% 이하의 헐값 수준으로 한국의 다음에 매각된다

하지만 다음 역시 이렇게 싸게 인수한 라이코스를 이용해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결국 2010년 8월, 다음은 인도의 인터넷 마케팅 기업인 와이브랜트(Ybrant)에 라이코스를 약 3,600만 달러에 판다고 발표했다. 이는 헐값이라고 평가받은 6년 전 라이코스 매입 금액보다도 1/3 이나 감소한 수준이었다. 2018년 현재, 라이코스의 웹 사이트 자체는 남아있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다. 한편, 라이코스의 한국 지사였던 라이코스 코리아의 경우, 라이코스 본사와는 별도로 2002년 12월 SK텔레콤에 인수, SK그룹의 포털사이트인 네이트(Nate)에 합병되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비전'과 '거품'을 구별하라

라이코스는 인터넷 시대의 여명기에 혜성같이 등장, 우수한 검색엔진 및 다양한 포털 서비스를 선보이며 열렬한 호응을 받은 기업이다. 특히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모든 서비스를 한 사이트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후의 다른 포털 서비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라이코스의 급성장은 당시 세계를 휩쓸고 있던 닷컴 버블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어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과감한 사세 확장을 통해 몸값을 올리는 데만 열중했을 뿐, 정작 중요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실패했다. 때문에 거품이 사라진 후, 거짓말처럼 빠르게 사업 규모가 쪼그라들었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 및 인수 기업들에게 막대한 손해만 안기고 존재감이 사라지고 말았다.

기업 및 서비스의 가치는 당시의 상황 및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현재가치보다 높게 평가되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과대포장이나 과잉투자가 시작되는 순간, 극소수를 제외한 절대다수의 관련자들이 비극을 향해 질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비전'과 '거품'을 구분할 수 있는 냉정한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라이코스의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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