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the guest' 김재욱의 퍼스널리티 [인터뷰]

최하나 기자 입력 2018. 11. 12. 10:01 수정 2018. 11. 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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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더 게스트 김재욱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11년 전 우리가 함께 했던 가게 안의 냄새가 노스탤지어처럼 제게 다가왔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시처럼 표현하는 문학적인 표현력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 눈 앞에 인기를 쫓기 위해 쉬운 선택을 할 법도 한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소신. 배우 김재욱의 퍼스널리티는 그 자체로 멋스럽다.

지난해 드라마 '보이스'에서 희대의 살인마 모태구를 연기해 '김재욱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던 김재욱이 구마 사제가 돼 돌아왔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케이블TV OCN 수목드라마 '손 더 게스트(the guest)'(극본 권소라·연출 김홍선)에서 김재욱은 박일도로 인해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구마 사제가 돼 그를 추적하는 최윤을 연기했다.

한국 드라마계에선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오컬트 장르에 OCN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수목극. 어떻게 보면 뭐하나 쉬운 것 없는 작품이지만, 김재욱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재욱은 오히려 '손 더 게스트' 같은 작품을 기다려 온 듯했다. "기본적으로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많이 만들어오지 않았나. 우리나라도 잘 만들 수 있을 텐데 왜 못 만들까 생각했다"는 김재욱에게 '보이스'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김홍선 감독의 작품이자 오컬트 장르인 '손 더 게스트'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드라마 '커피프린스' 이후 약 11년 만에 김동욱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점도 김재욱의 마음을 움직인 것 중 하나였다.

최윤이 되기 위해서 김재욱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사제 직업에 대한 이해였다. 유명 성당에 방문해 사제들의 삶을 지켜보고 그들과 인터뷰하며 사제에 대해 공부했다고. 또한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구마 사제를 만나 구마 예식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김재욱은 "필리핀에서 구마 사제의 강의를 들었다. 악령의 존재에 대한 천주교 입장에서의 이론 접근법과 구마 예식 재현들을 보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한 연출부에서 제공한 구마 사제 관련 자료들을 참고해 김재욱은 최윤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박일도에 빙의된 형 최 신부(윤종도)가 부모를 죽이는 걸 목격한 최윤은 강길영(정은채) 모친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났으나 살인자의 동생이라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란다. 김재욱은 최윤이 양신부(안내상)의 도움으로 구마 사제가 된 뒤 우연한 계기로 윤화평(김동욱), 강길영과 얽히면서 박일도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지점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단다. 이를 위해 김재욱은 극 중반까지 기다려야 했다.

'큰 귀신' 박일도가 부마자들을 조종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종내에는 부마자들 스스로 오른쪽 눈을 찌르고 자살하게 만든다는 세계관을 탄탄하게 쌓아야 했기 때문. 시청자들이 작품의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극 후반에서 펼쳐지는 최윤의 변화가 당위성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최윤의 서사를 풀어내고 싶은 갈증도 있었지만, 김재욱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속도감으로 봤을 때 극 초반에는 부마자 에피소드를 위주로 하는 게 맞았다"고 이해했단다.

"극 중반부까지는 부마자들이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분들의 힘이 너무나도 컸죠. 극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로서 부마자들을 위해 한 발 물러나야 밸런스가 맞을 정도로 힘이 엄청났죠."

마침내 정서윤(허율) 구마 의식을 기점으로 김재욱은 변화하는 최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때가 왔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냉철하고 원리원칙을 앞세웠던 최윤은 박일도를 추격하면서 서서히 변화해 간다. 절차를 무시하고 구마 의식을 거행하고, 친구를 위해서 난생처음 거짓말을 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윤화평과 강길영을 위해 박일도 쫓는 일을 멈추지 않는 등 최윤의 변곡점들을 김재욱은 세밀한 감정 연기를 통해 완성했다.

"변화해 가는 최윤을 저는 기다렸어요. 굉장히 냉정했던 최윤이 극 진행에 따라서 변화하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죠. 캐릭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편인데, 중반부부터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극은 박일도 정체에 대한 함정을 파놓고 시청자들을 교란시켰다. 박홍주(김혜은)부터 양신부, 윤근호(유승목), 윤무일(전무송) 등 많은 인물들이 박일도 선상에 놓였다. 최윤과 윤화평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지막 회 중반에 이르러서야 윤무일이 박일도였으며, 오랜 기간 윤화평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윤화평은 박일도를 소멸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에 가두고 스스로 죽으려 했고, 최윤은 윤화평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바닷속에서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

김재욱은 결말 부분 수중 구마 의식 장면에 대해 "저희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극에 달했을 때였다. 스태프분들도 모든 걸 소진해 가면서 달려가던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신을 위해 달려왔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김재욱은 "최윤으로서 쌓아온 시간이 제 안에 오롯이 있기 때문에 계산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동욱이랑 하면 잘 나오겠지' 했다"고 했다.

수중 구마 의식 이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윤화평이 최윤, 강길영과 재회하고 박일도로 대변되는 악은 언제든지 돌아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채 극은 장대한 막을 내렸다. 김재욱은 "세명 다 살아서 일단 결말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시즌2를 염두에 둔 듯한 열린 결말에 대해서 김재욱은 "박일도는 악의 상징이다. 그 악은 아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악한 마음이 자라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는 본능"이라는 김재욱은 "만약 그것이 바닷속에 아직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인간이 타락하면 '손'은 반드시 올 것이다. 손은 동쪽의 바다에서 온다"는 내레이션을 통해 작품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담겨있다고 했다. "사회를 향한 문제제기 까지는 아니더라고 오컬트라는 장르에 실어서 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는 김재욱이다.

"작업을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긴 시간 촬영하기도 했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몰입을 하고 집중을 해야 하는 신들이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5개월 동안 최윤의 결을 이어가면서 해야 했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현장에 가는 게 즐거울 만큼 호흡이 좋았던 팀이었죠. 헤어지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 커요. 뭔가 더 찍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보이스' 성공 이후 드라마 '사랑의 온도', 뮤지컬 '아마데우스', '손 더 게스트'에 이르기까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매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믿고 보는 배우' 대열에 선 김재욱이다. 정작 그는 "별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모든 배우마다 자기만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재욱은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때로는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우회할 생각은 없다. 그 여정들이 스스로가 대중 앞에 부끄럽지 않은 배우로 존재하게끔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재욱이 걷는 길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지켜보고 싶은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김재욱|손 더 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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