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민가출현 잦아진 멧돼지, 작다고 잡을 생각말고 "도망쳐라"

이현우 2018. 11. 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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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새벽 서울 둔촌동 일대 멧돼지 7마리 출현 소동
월동준비 위해 민가 출현 잦아진 멧돼지... 개체수 급증세
야생에선 천적없는 맹수... 총 없이 절대 못 잡아

7일 새벽 2시께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출몰했던 멧돼지의 모습(사진=YTN 뉴스 장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월동준비를 위해 먹을 것을 찾아 주택가로 내려오는 멧돼지가 급증하고 있다. 7일 새벽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대에 멧돼지 7마리가 출현해 3마리가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산에서 발견되는 멧돼지는 다 큰 개체의 경우 보통 70~80kg 정도이며 큰 것은 100kg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큰 개만한 크기라 성인 남성들의 경우, 맞서보려다가 부상당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멧돼지는 힘이 세고 머리가 영리한 맹수라 전문 엽사들이 아닌 경우엔 총으로도 잡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동소방서에 의하면 6일 오후 11시53분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대에 멧돼지 무리가 출몰했다는 신고 10여건이 접수됐다. 이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과 엽사들이 2시간 넘게 추격, 7일 오전 2시20분께 멧돼지 3마리를 사살했다. 도주한 멧돼지는 4마리로 알려졌으며, 이 무리는 근처 공원 등으로 달아났다. 소방당국은 신고 내용 등을 종합할 때, 둔촌동 일대에 출몰한 멧돼지는 총 7마리로 근처 산에서 서식하다가 먹이를 찾아 도심에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절기상 겨울의 문턱인 '입동(立冬)'이 되면서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택가 및 민가에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고 있다. 멧돼지는 10월과 11월, 월동준비를 위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민가로 자주 내려온다. 우리나라의 멧돼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호랑이와 함께 유해조수로 분류, 일제의 남획으로 거의 멸종상태가 됐었으나 해방 이후 1960년대 본격적으로 추진된 삼림녹화작업과 1980년대부터 자연복원을 위한 방생 등으로 개체수가 크게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서울 근교 산지를 비롯해 전국 야산에 상당수가 살고 있으며, 먹이가 부족해지는 겨울철이 되면 민가로 내려와 각종 피해를 끼치고 있다.

멧돼지를 제압하려다 부상당하는 사람들의 모습. 보통 우리나라 민가에 출현하는 멧돼지는 큰 개만한 크기로 성인 남성들이 도구를 이용해 제압하려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작아보여도 멧돼지는 전문 엽사가 총을 동원하지 않으면 쉽게 제압할 수 없는 맹수다.(사진=MBC 뉴스 장면 캡쳐)

호랑이의 멸종으로 천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밀렵도 줄어들면서 멧돼지의 개체수는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16년 전국 멧돼지 개체수는 45만마리로 2011년 이후 5년만에 10만마리 이상 급증했다. 이에따른 농작물 피해와 사망, 부상 등의 인명피해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에따라 각 지자체에서 포획 및 사살허가도 늘리고 있지만, 멧돼지의 급격한 번식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야생 멧돼지(Sus scrofa)는 보통 크기가 100~180cm, 체중은 50~150kg 정도까지 자란다. 간혹 250~300kg까지 초대형으로 자라나는 개체도 있다. 지난 2014년에는 경상남도 함양에서 240kg짜리 야생멧돼지가 포획되기도 했다. 흔히 민가에서 발견되는 개체는 겨울철 새끼들을 대동하고 내려온 다 자란 암컷 개체로 보통 70~80kg 정도다. 큰 개 정도로 크기로 인식돼 성인 남성들의 경우에는 도구를 이용해 사냥에 나서다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 멧돼지와 마주친 경우에는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도주하고, 재빨리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 2007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11세 소년이 잡은 호그질라의 모습. 호그질라는 농장을 탈출한 집돼지와 야생 멧돼지간의 혼혈종으로 알려져있으며, 거대하게 성장하는 집돼지의 특성과 멧돼지의 강력한 공격성과 높은 지능을 보유한 무서운 괴물로 알려져있다.(사진=AP연합뉴스)

멧돼지는 집돼지와 달리 야생에서는 총을 든 전문 엽사 외에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무서운 맹수이기 때문에 사냥용 총 없이 멧돼지와 대결하려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로 알려져있다. 멧돼지는 순간적으로 시속 5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돌진하여 사람을 공격할 수 있고, 날카로운 어금니와 단단한 두개골로 들이박을 경우,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또한 가죽이 상당히 두껍기 때문에 일반 총기로도 한방에 죽이기가 힘들고, 대형 멧돼지의 경우에는 엽사들이 팀을 짜서 20~30마리 이상 전문 사냥개와 함께 사냥해야 겨우 제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집돼지와 야생 멧돼지의 혼종인 '호그질라(hogzilla)'란 개체가 급증하며 미국 전역에서 사냥 및 퇴치가 늘고 있다. 호그질라는 돼지 농장에서 품종개량을 통해 만든 400kg 이상 자라나는 집돼지가 농장을 탈출, 미국 야생멧돼지와 짝짓기를 통해 탄생한 하이브리드종으로, 집돼지의 거대한 몸집에 멧돼지의 지능과 공격력을 갖춘 괴물로 불린다. 다 큰 개체의 경우 크기가 4m, 무게는 400~500kg에 나간다. 지난 2007년 미국의 11세 소년이 무게 476kg, 길이 3.1m의 초대형 호그질라를 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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