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되살아난 슬래셔 영화의 전설 [시네프리뷰]

2018. 11. 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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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고전적 슬래셔 영화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주제와 기법 등 다방면에서 현대적 요소들이 눈에 띄게 보강되었다.

제목 할로윈(Halloween)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06분

장르 공포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제이미 리 커티스, 주디 그리어, 윌 패튼, 닉 캐슬

개봉 2018년 10월 31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UPI
어느새 한국인들에게도 할로윈이란 명절이 꽤나 익숙해 보이는 풍경이다. 이제는 인테리어 소품점이나 문구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대형마트나 주변의 생활용품점에서 쉽게 할로윈 장식용품 판매대를 목격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할로윈이란 명절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특별한 소재를 등장시켜 확장시키는 것을 즐기는 공포영화의 특성상 국경일이나 명절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공식적인 귀신의 날로 알려진 할로윈이야말로 더 없이 좋은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할로윈을 등장시킨 영화들이 꽤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인정받는 작품은 1978년 ‘존 카펜터’ 감독이 연출한 〈할로윈〉이다. 일단 제목부터 반은 먹고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악역 ‘마이클 마이어스’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레더페이스’,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부히스’,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와 더불어 역대 공포영화 속 연쇄살인마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유년시절 자신의 누나를 잔인하게 식칼로 난자해 살해한 마이클 마이어스는 정신병원에 장기 수감된다. 하지만 15년이 지나 탈출에 성공한 그는 고향인 해든필드로 돌아와 평화로운 마을을 다시 피로 물들인다.

현대적 슬래셔 영화의 효시라 평가받는 원작

오리지널 〈할로윈〉은 소위 칼부림 영화 또는 난도질 영화라 일컬어지는 ‘슬래셔’ 장르의 현대적 형태를 완성하고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물론 이런 평가에는 제작비의 100배가 넘는 흥행수익이라는 상업적 성취가 큰 뒷받침이 됐다. 뒤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13일의 금요일〉(숀 S. 커닝햄 감독·1980)의 또 다른 성공신화는 슬래셔 장르의 부흥에 기름을 부었고 이후 10여년 동안 무수히 쏟아져나온 유사영화들이 써내려간 흥망성쇠의 역사는 80년대 할리우드 근대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장르적 특성상 오해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할로윈〉이 비슷한 장르영화들과 크게 구분되는 지점은 매우 정적인 작품이란 것이다. 폭력의 묘사보다는 다양한 시점과 차분한 호흡의 편집을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데 어떤 장면들은 차라리 시적(詩的)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감독 ‘존 카펜터’가 직접 작곡한 단조로운 반복 리듬의 음악도 영화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관객들의 신경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효율적으로 쓰였다. 이후 테마음악은 다양한 BGM으로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곡이 되었는데 한때 희귀판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국내 출시 비디오 표지에 ‘70년대를 풍미했던 카펜터즈의 존 카펜터가 음악과 메가폰을 잡은 공포영화의 결정판’이라고 소개되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장르를 초월해 과거 성공작들을 재해석해 부활시키는 ‘리부트’ 붐이 있었다. 당연히 70~80년대 추억의 공포영화들도 상당수 다시 만들어졌지만 〈힐즈 아이즈〉, 〈이블 데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대 이하의 결과로 실망감을 안겼다.

원작의 품격에 현대적 각색이 더해진 수작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할로윈〉의 리부트가 독특한 것은 1978년 첫 작품 이후 선보였던 공식속편 7편, 외전 1편, 리메이크 2편을 포함해 10편이나 만들어진 연관 작품들을 모두 무시하고 오리지널의 뒤를 다시 새롭게 잇는 파격적 기획이라는 점이다. 제작진은 78년 작이 확립했던 명성과 전통을 되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는데, 이를 위해 원작에 참여했던 주요 인물들을 모셔왔다. 연출과 음악을 맡았던 ‘존 카펜터’가 모처럼 기획과 음악을 담당했고, 시리즈 최악의 속편으로 낙인찍힌 8편 〈할로윈: 레저렉션〉(2002)의 도입부에서 장엄한 죽음을 맞이한 후 더 이상 시리즈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여주인공 로리 역의 ‘제이미 리 커티스’도 제작진의 꾸준하고 적극적 구애 끝에 다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고전적 슬래셔 영화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주제와 기법 등 다방면에서 현대적 요소들이 눈에 띄게 보강되었다. 무기력한 피해자로서 단순한 눈요깃거리 정도로 소비되던 여성의 모습이 변화되었는데, 세대를 초월한 연대를 통해 강화된다는 점은 확실한 차별점이다. 하지만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원작의 정서와 호흡을 고스란히 되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말초적 자극이 난무하는 공포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경하거나 지루하게까지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이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영화 〈할로윈〉의 진정한 가치이자 미덕이었다는 점이다.

제이슨 블룸의 블룸하우스

이번 새로운 〈할로윈〉이 기획부터 화제가 된 것은 영화사 ‘블룸하우스’가 제작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하우스 대부분의 작품들은 중규모 이하의 저예산이지만 기발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가져다 평균 이상의 매끈한 만듦새로 뽑아낼 뿐 아니라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고 있어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신뢰와 더불어 일종의 팬덤 현상까지 양산하고 있다. 저예산 파운드푸티지 장르를 개척한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고전적 오컬트 장르의 신선한 해석이 돋보였던 〈인시디어스〉(2010)와 〈살인소설〉(2012) 등은 고전 장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뒤집을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들이다. 어떠한 폭력도 합법적으로 묵인되는 하루를 그린 〈더 퍼지〉

(2013), 오로지 노트북 화면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 죽음이 찾아드는 생일날이 무한 반복되는 〈해피 데스데이〉(2017), 인종차별의 노골적 불안을 기발한 반전으로 역전시킨 〈겟 아웃〉(2017) 등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그들의 재능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단물 빠졌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기사회생시킨 〈더 비지트〉(2015)와 〈23 아이덴티티〉(2016), 최근 〈퍼스트 맨〉을 통해 거장으로 거듭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초기작 〈위플래쉬〉(2014) 등도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다.

영화사 블룸하우스는 창립자인 ‘제이슨 블룸’이란 인물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부산영화제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그는 여느 스타 못지않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았는데, 자신이 제작한 작품에 호응이 큰 한국에 감사하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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