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독립투사 이상룡 선생의 가옥 복원한다
[경향신문]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국가원수)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의 가옥인 안동 임청각(보물 제182호)의 복원 정비 청사진이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280억원을 들여 일제가 1941년 중앙선 철로를 놓기 이전 모습으로 가옥을 복원하고, 이상룡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낙동강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임청각은 1515년(중종 10년) 지어진 가장 오래된 민가이며, 어느 방에서나 아침 저녁으로 햇빛이 들도록 채광효과를 높인 배산임수의 99칸 저택이다. 임청각의 가치는 경치에 머물지 않는다. 고성 이씨 가문의 올곶은 마음이 담겨있다. 특히 일제의 침탈에 맞선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국권이 침탈되던 해 선생의 나이는 53세였다. 1911년 1월5일 가문이 부리던 노비들을 해방시킨 선생은 가족 50여 명과 제자 200여 명 등을 데리고 서간도 망명을 단행한다. 선생이 읊은 “공자 맹자는 시렁(물건을 얹어놓는 도구) 위에 얹어두자.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는 ‘거국음(去國吟·조국을 떠나며 읊는다)’이 심금을 적신다.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내는 등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선생은 1932년 지린성(吉林省)에서 숨을 거두며 “해방이 될 때까지는 절대 내 해골을 운반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
선생 뿐 아니라 아들(준형)과 손자(병화) 등 독립투사 9명이 이 가문에서 배출됐다. 특히 아들인 이준형 선생도 1942년 “변절하라”는 일제의 요구에 “일제 치하에서는 수치만 보탤 뿐”이라며 자결 순국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반토막나는 수모를 겪었다. 1942년 일제가 행랑채와 부속채 50여 간을 헐어버리고 중앙선 철도를 떡하니 뚫어버렸다. 철로와 임청각은 불과 7m 떨어져 있다.
임청각 복원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상류층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언급한 뒤 본격화했다. 지난해 11월 임청각 종손·문중 대표·지역 전문가·문화재위원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네 차례에 걸쳐 논의하고,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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