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원더풀 고스트 | 여전히 유효한 '마블리' 표 웃음코드

2018. 10. 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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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드라마, 범죄/ 조원희 감독/ 97분/ 12세 관람가/ 9월 26일 개봉
한국 영화에서 고스트, 즉 유령은 위협적이기보다는 친근한 느낌을 준다. 귀신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차태현 주연 ‘헬로우 고스트’에서도 볼 수 있듯 유령은 늘 다정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영화 ‘원더풀 고스트’가 제목에서 ‘고스트’를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거기에다 마동석이 주연을 맡아 훈훈한 느낌이 더 강조된다.

영화 ‘원더풀 고스트’는 주연 배우 마동석의 이미지에 상당 부분 기댄 작품이다.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에서 성주신 역을 맡아 일종의 유령(?)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냈던 그는 이번에는 유령을 보는 인물로 분한다. 마동석은 작품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마동석이 출연하는 영화’의 이미지는 이제 제법 확고한 편이다. 가족이 함께 봐도 무방할 것 같고 확실히 웃길 것 같고 또 해피엔딩이 기다릴 것 같다. 한국형 가족 영화의 증표로서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과거 차태현이 그런 역할을 수행했다면 마동석은 차태현이 보여주지 못했던 다른 면모를 보탠다. 엄청난 덩치기에 가능한 마동석 표 액션이다.

‘원더풀 고스트’는 배우 마동석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장수(마동석 분)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심장이 약한 딸아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유도관장이다. 지역에 몇 개 없는 체육관이지만 딸의 건강 문제에 신경을 더 쓰다 보니 아무래도 체육관 일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그는 하나의 철칙을 갖고 살아간다. ‘남의 일은 남의 일일 뿐, 괜히 참견해서 손해 보지 말자’는 주의다.

반면 경찰 태진(김영광 분)은 장수의 성격과는 정반대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작은 일도 잘못된 것이라면 바로잡고자 한다.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결국 태진은 사고를 당하고 만다. 약간의 해프닝과 오해로 서로 불편한 관계였던 장수와 태진은 사고 현장에 우연히 함께 있게 된다. 문제는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태진의 영혼이 장수에게는 보고 들린다는 사실이다.

마치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처럼 장수는, 할 말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태진의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된다. ‘원더풀 고스트’의 웃음 코드는 이런 엇갈림에서 빚어진다. 아무도 못 보는 태진을 보며 유도관장 장수가 허공에 대고 말을 한다거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하는 순간이다. 커다란 덩치와 다르게 소심한 면을 보여줄 때 관객은 기대했던 웃음을 찾는다. 영화는 악은 응징되고 선이 보상받으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됐다는 코미디 영화의 흔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 평범하고 오래된 코믹 문법 가운데서 그래도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면 아직 대중적인 호감도가 소진되지 않은 배우 마동석의 매력이다. 일상 속에서 무심히 툭툭 내뱉는 농담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지금껏 우리 영화계 안에 없었던 새롭고도 친근한 웃음 코드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줄 아는 배우다.

‘원더풀 고스트’의 또 다른 장점을 꼽자면 여느 다른 추석 성수기 영화처럼 이른바 ‘대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덩치를 키운 성수기 영화와 달리 ‘원더풀 고스트’는 크기도 이야기도 주제도 소박하다. 너무 힘주지 않은 덕분에 영화의 웃음은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부담 주지 않고도 모자람 없이 넉넉한 작품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8호 (2018.10.10~10.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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