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마카롱 올려요"..진화하는 명절 차례상

박가영 기자 2018. 9. 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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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차례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결혼 34년차인 박화영씨(58)는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차리고 나눠 먹으며 그 사람을 기리는 게 차례상 취지에 더 맞는 것 같다"며 "잘 먹지 않는 한과, 옥춘 같은 전통 차례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전했다.

황이슬씨(28)는 "차례상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며 "빠르게 바뀌는 명절 문화만큼 차례상도 간편하고 실속있게 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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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이 올라간 차례상(왼쪽)과 빵이 올라간 차례상./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명절 차례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격식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새로운 명절 풍속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지난 24일 '요즘 차례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 속 차례상에는 인기 디저트인 마카롱이 나물, 송편, 약과 등과 함께 올라가 있다.

해당 게시물을 본 한 누리꾼은 "송편 모양 마카롱이 나온 걸 보고 '우리 집도 송편 대신 마카롱을 올리면 어떨까' 하고 잠시 생각했는데 진짜 올리는 집이 있다니. 다음 명절에 올려봐야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최근 차례상 차림은 기본적인 예는 갖추되 부담은 줄이자는 게 추세다. 홍동백서 등 복잡한 차례상 예법을 따르는 대신 '살아있는' 사람의 취향에 맞춘 음식을 올린다.

누리꾼 A씨는 이번 추석 차례상에 떡이 아닌 빵을 올렸다. A씨는 "치킨, 피자도 올리고 싶었는데 아직은 시어머니가 반대하시더라"며 "그러면서도 시어머니께서 '내 제사상에는 문어다리 같은 거 올리지 말고 너희들 먹고 싶은 것 사서 올려라'고 하셨다. 이렇게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차례상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 등을 올리기도 한다. 문아영씨(32)는 "우리 집 차례상에는 프라이드치킨과 브라우니가 올라간다"며 "어린 조카들이 올 때는 특별히 순살 치킨을 시켜서 올린다"고 설명했다.

생전 고인이 즐겨 먹던 음식 위주로 차례상을 차리는 집안도 늘고 있다. 누리꾼 B씨는 "아빠가 생전에 술은 입에도 못 대시고 달콤한 과자를 많이 찾으셨다"며 "술 대신 과자, 케이크, 사탕 등을 올렸다"고 말했다.

명절이 돌아오면 차례상 차리느라 바쁘게 보내야 했던 기성세대도 새 풍속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결혼 34년차인 박화영씨(58)는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차리고 나눠 먹으며 그 사람을 기리는 게 차례상 취지에 더 맞는 것 같다"며 "잘 먹지 않는 한과, 옥춘 같은 전통 차례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전했다.

차례상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차례상을 간소화하더라도 조상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전통 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형식보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시물'(時物)을 차례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황이슬씨(28)는 "차례상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며 "빠르게 바뀌는 명절 문화만큼 차례상도 간편하고 실속있게 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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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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