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레스, 골로프킨과 재대결서 2-0 판정승..새로운 최강자 등극

카넬로 알바레스(왼쪽)가 겐나디 골로프킨을 향해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겐나디 골로프킨(오른쪽)이 카넬로 알바레스의 안면에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계 미들급의 ‘신성’ 카넬로 알바레스(28·멕시코)가 현역 최고의 복서 ‘트리플 G’ 겐나디 골로프킨(36·카자흐스탄)과의 재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새로운 최강자로 우뚝 섰다.

알바레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에서 골로프킨과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2-0(115-113 115-113 114-114)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알바레스는 새로운 미들급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알바레스의 총 전적은 50승(34KO) 2무 1패가 됐다. 유일한 1패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에게 당한 패배다. 골로프킨에게 밀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반면 38승(34KO) 1무의 무결점 전적을 가졌던 골로프킨은 생애 첫 패배를 맛봤다. 외할아버지(세르게이 박)가 고려인인 골로프킨은 판정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고 인터뷰를 거부한 채 링을 빠져나왔다.

지난해 9월 17일 첫 대결 이후 정확히 1년 만의 재격돌이었다. 첫 번째 맞대결은 무승부였다. 경기를 지배한 시간이나 유효타 숫자에서 골로프킨이 앞섰지만 부심의 석연치않은 채점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논란 속에서 곧바로 재대결이 성사됐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에 경기가 열렸어야 했다. 하지만 알바레스가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징계를 받으면서 대결이 미뤄졌고 1년 만에 두 선수가 다시 링에서 만났다.

경기 전 전문가나 스포츠 도박사들의 예상은 엇갈렸지만 근소하게 골로프킨의 우위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전날 계체에선 두 선수가 머리를 부딪히고 신경전을 펼치는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상대로 경기는 팽팽했다. 1년 전 1차전에서 초반 아웃복싱으로 나섰던 알바레스는 이날 초반부터 인파이팅으로 맞섰다. 항상 전진스텝을 밟으며 상대를 압박해왔던 골로프킨이 이례적으로 백스텝을 밟을 정도였다. 부심들은 접전이었던 1~3라운드를 알바레스의 우세로 채점했다.

골로프킨이 잽으로 선제공격을 펼치면 알바레스는 작정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며 연타로 되갚아줬다. 거의 로프에 기대지 않고 경기 대부분 링 가운데서 펀치 공방을 주고받았다. 경기 후반에 들어 알바레스의 왼쪽 눈 위가 깊게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골로프킨의 오른쪽 눈 주위도 부어올랐다.

골로프킨은 10라운드 알바레스에게 강력한 라이트 훅을 적중시켰다. 충격을 받은 알바레스는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졌다. 승기를 잡은 골로프킨은 11라운드에서도 빠른 잽과 스트레이트로 알바레스를 몰아붙였다. 알바레스도 끝까지 묵직한 펀치를 휘두르며 맞섰지만 경기 초반에 비해 주먹을 내미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다.

골로프킨은 12라운드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어퍼컷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알바레스도 남을 힘을 모두 짜내 반격에 나섰다. 마치 1라운드를 치르는 선수처럼 치열한 싸움이 계속됐다.

12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는 순간까지 주먹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경기가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두 선수는 곧바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함께 명승부를 치른 상대를 격려했다.

부심 판정 결과 2명의 부심이 115-113으로 알바레스의 근소한 우세를 채점했다. 1명은 114-114 동점을 주면서 알바레스의 2-0 승리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유효타 면에선 골로프킨이 확실히 앞선 경기였다. 하지만 부심들은 경기 초반 보여준 알바레스의 적극성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이 경기 역시 판정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두 선수의 3차전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