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예술가·지자체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운 발전" 한뜻 [젠트리피케이션 넘어 상생으로]

이귀전 2018. 9. 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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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전 광주에서 처음으로 근대문화를 받아들인 양림동은 선교와 교육을 위해 온 외국인들이 거주해 일제강점기 때 '서양촌'으로 불렸다.

양림동은 2010년부터 근대역사문화마을사업이 진행됐고, 2014년 문화활동가, 예술가, 주민들의 참여가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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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수입보다 주민 떠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광마을 조성 목표/'양림쌀롱' 등 복합문화축제 운영

100여년 전 광주에서 처음으로 근대문화를 받아들인 양림동은 선교와 교육을 위해 온 외국인들이 거주해 일제강점기 때 ‘서양촌’으로 불렸다. 이들이 세운 기독병원과 수피아여학교 등 곳곳에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 남아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품고 있다. 이장우 가옥과 최승효 가옥 등 전통한옥도 만날 수 있다. 이장우는 동강대, 동신대 등 학교를 세운 교육자로 이장우 가옥은 현재 동신대 학교법인에서 관리한다. 

1960∼80년대의 모습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양림동 펭귄마을이다. ‘펭귄마을’이란 별칭은 연세가 높은 마을 주민들이 걷는 걸음걸이를 빗대서 붙여졌다. 주민들이 폐품과 골동품으로 만든 작품을 텃밭과 담벼락에 걸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도 모여들어 작업실을 내고 깡통이나 철사 등을 이용해 정크아트 작품 등 각자의 작품을 내걸고 있다. 양림동은 우리나라 고택과 근대 문화, 서양식 건물, 예술가들의 창작품이 어우러진 ‘핫’한 장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관광객이 몰리자 옛 모습을 간직한 광주의 원도심 양림동에도 외부 자본이 들어와 임대료가 오르고 땅값이 올랐다. 양림동에 자리 잡고 있던 예술가들은 상승하는 임대료에 부담이 늘었고, 원주민들도 집을 팔고 떠나기도 했다.

이에 주민과 문화활동가, 지자체가 힘을 합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과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외부 자본의 영향으로 먹거리촌이나 카페촌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주민들이 떠나 양림동의 기존 모습이 사라지는 상황은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광주 양림동 주민과 문화활동가, 지자체는 주민들이 떠나 옛 모습이 사라지는 상황을 최소화하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양림동은 2010년부터 근대역사문화마을사업이 진행됐고, 2014년 문화활동가, 예술가, 주민들의 참여가 본격화됐다. 여기에 지자체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근대예술여행도시로 개발을 도모했다. 전주나 부산처럼 제 색깔을 잃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치중하기보다 관광객이 적더라도 주민들이 떠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광지 조성이 목표가 됐다.

문화기획을 하는 이들은 2016년부터 예술가와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표적으로 양림동 일원의 카페나 문화공간에서 광주의 근대를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복합문화축제 ‘1930양림쌀롱’을 매월 마지막 수요일 개최 중이다. 외지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작지만 주민들에게 혜택이 가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외지인이 입장권 개념인 ‘텀블러’를 구매하면 양림동 카페에서 최대 3잔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만약 이를 다 사용하지 않고 기부하면 주민과 학생들이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까지 진행했고, 내년부터 방식을 보완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젊은 예술가들은 임대료 등 지가 상승에 따른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위해 지자체 등의 협조를 받아 건물을 매입해 양림동에 뿌리내렸다.

거기에 양림동 공공부지를 관리하는 지자체와 많은 대지를 소유한 대학재단, 병원 등의 역할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들이 소유한 부지에 서양식 건축물과 한옥, 근대 문화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외부 상업 자본에 대지를 넘기면 양림동은 옛 모습을 잃고 전주처럼 먹거리촌으로 변할 가능성 크다.

양림동의 고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행사 등을 주관하는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양림동은 종교단체 부지, 공공부지가 많아 다른 마을 관광지보다 외부 자본이 들어오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훼손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에게 관광지 개발에 따른 혜택이 있어야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양림동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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