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민들 "박물관 화재,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 탓"
월드컵에 돈 쏟아부으며 박물관 예산은 삭감..정치인들에 비난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AP/뉴시스】유세진 기자 = 브라질 소방관들은 국립박물관의 대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3일(현지시간)에도 여전히 화재 현장을 뒤지고 있다. 브라질 국민들은 되돌릴 수 없는 귀중한 보물들의 소실을 안타까워 하며 이러한 비극을 부른 책임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불탄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남미 최대의 역사적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화재로 인한 손실은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한 브라질 관리는 전체 소장품의 최대 90%가 파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품들 중 일부만이 다른 곳에 보관돼 있었다.
많은 브라질 국민들은 200년 역사의 국립박물관이 불타 완전히 파괴된 것에 대해 부패와 경제 붕괴, 형편없는 통치 행위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브라질 국민들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은유(metaphor)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탄 박물관 앞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 참여한 라우라 알부케르케라는 29살의 무용 교사는 "박물관이 이렇게 타버리게 방치한 것은 분명한 범죄다. 정치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밤(현지시간) 일어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방 경찰이 현재 조사 중이지만 시위자들과 논평가들, 박물관 관계자들은 수년 간에 걸친 정부의 박물관 홀대로 인한 예산 부족으로 박물관 직원들이 전시를 계속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의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페르난도 디아스 두아르테 박물관 부관장은 정부가 지난 2014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박물관에는 최소한의 예산 지원도 하지 않아 박물관을 고사(枯死)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여전히 연기가 치솟고 있는 박물관 앞에서 브라질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월드컵 축구 경기장 중 하나를 짓기 위한 비용의 4분의 1만이라도 박물관에 지원해 주었다면 박물관은 안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탄 박물관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의 로베르토 레헤르 총장은 "(박물관)건물이 화재에 취약하고 광범위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며 자신 역시 위험 때문에 밤이면 모든 플러그를 빼는 것이 습관화됐다고 말했다.
민방위 당국은 내부 벽과 지붕이 추가로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화재로 인한 정확한 손실 평가를 위해서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박물관 부관장은 본관 건물에 소장돼 있던 소장품들은 모두 파괴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관장 역시 안전하게 남은 소장품은 10%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현재 2년에 걸친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계 및 재계 지도자들은 최대의 부패 수사에 연루돼 구속돼 있으며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물러나는 등 정치는 극단적 대립으로 제 기능을 잃었다.
박물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시위대는 정부에 박물관 재건을 요구했다. 이들은 손상된 유물을 확인하겠다며 박물관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후추 스프레이와 최루 가스, 경찰봉에 밀려났다. 로사나 올란다라는 35살의 고교 역사교사는 "화재는 정치인들이 현재 브라질 국민들에게 하고 있는 짓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브라질의 역사와 우리의 꿈을 불태워 버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르시오 마르틴스 박물관 대변인은 지난 2013년 13만 달러(약 1억4500만원)이던 박물관 예산은 지난해 8만4000(약 9400만원)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조금 늘어날 계획이었는데 그만 화재가 일어나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흰개미떼를 퇴치할 예산이 부족해 11.7m에 달하는 공룡 유골 전시실을 폐쇄해야만 했으며 직원들이 전시 재개를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에 나서기도 했다.
박물관은 최근 화재 예방 시스템 개선을 포함해 박물관 리노베이션을 위해 500만 달러에 가까운 예산을 승인받았지만 2일의 화재 발생으로 이러한 예산을 써보지도 못한 채 대참사를 겪어야만 했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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