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맘껏 틀라".. 사람 잡는 무더위에 新'폭염 복지'

이재은 기자 입력 2018. 8.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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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폭염에 열사병 사망 속출.. "냉방, 사치 아닌 기본적 복지"
/사진=이미지투데이

#1. 일본 홋카이도 최북단 도시, 삿포로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성이 지난 1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여성은 지난달 29일 마지막으로 이웃과 마주친 뒤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여성은 열사병으로 인한 탈수 증상으로 숨졌다. 그는 혼자 살았는데, 집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었지만 아파트가 정전된 뒤 열사병 증상을 보였다.

#2. 최근 홍콩 맥도날드에는 '맥 난민'들이 늘어났다. NGO 국제청년회의소(JCI)에 따르면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홍콩 시민들 숫자는 5년 전보다 6배나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홍콩 내 맥도날드 매장에서 잠을 잔 시민은 334명이었다. 이른바 '맥 난민'이다. 하지만 모두가 노숙자일거란 생각은 금물이다. 이들 대다수는 집이 있는 이들이었지만 에어컨이 없어 홍콩의 뜨거운 밤을 버티기 위해 맥도날드를 찾았다. 홍콩의 7~8월 낮 평균기온은 약 31도이며(밤 약 평균기온 27도), 한 달에 17~18일 비가 내려 덥고 습하다. 국제청년회의소는 "홍콩 정부는 복지 단체들에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지구촌에 '살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권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에어컨 등 냉방 가전제품 사용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는 이들은 대다수 경제적 여유가 없다. 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이 갈 수도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폭염 복지'에 비상을 걸었다.

◇"냉방, 사치 아니라 인권 보호 측면에서 다가가야"… 세계 각국 '폭염 복지'
일본은 중국 내륙의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겹쳐 우리처럼 폭염을 겪고 있다. 피해도 극심하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31일 5∼7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25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에어컨 복지에 나섰다. 지난 4월 이후 생활보호 급여를 받고 있는 가구 중 집에 에어컨이 없고, 세대원 중 고령자나 장애인, 어린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경우 에어컨 설치비용을 최대 5만엔(약 5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일본 후생노동성은 "절전을 우려하기 보다는 열사병이 걸리지 않게 만전을 기하라"면서 에어컨을 적극 사용하라는 내용의 팸플릿을 배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더위로 사망하는 이들이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교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가르치는 로이드 알터 교수는 "미국 노인들은 감기 보다 더위로 더 많이 사망한다"면서 "2003년 미국에서 더위로 사망한 노인은 1만 5000명이며, 2006년 캘리포니아에서만 582명이 더위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컨 설치는 꼭 필요한 복지라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는 LIHEAP(저소득 가정 에너지 보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981년부터 저소득층에 냉난방비를 보조하고 있는데, 알터 교수는 "난방에만 치우쳐 있으므로 냉방 복지에도 신경써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이 치솟자 LIHEAP은 여름철 폭염으로 위험해질 수 있는 환자를 둔 저소득층 가구에 냉방기기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냉방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위에 약한 환자가 있는 가구가 의사 진단서를 첨부해 지역 사회보장국 사무실에 신청하면 된다. 한해 뉴욕주 한곳에서만 저소득층 5000여가구가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유엔도 '냉방'은 이제 인권 보호 측면에서 다가가야한다며 각 정부에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유엔 지속가능에너지의 특사이자 세계은행 부총재인 레이첼 카이트는 "도시 빈민가는 교외보다 더 더운데, 이들을 보호할 냉각 장치는 거의 없다"면서 "인도, 방글라데시, 브라질, 중국 등의 국가에서 냉방이 없이 살고있는 이들은 생명에 위협이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韓 정부도 나섰다… 文대통령 "냉방 기기 사용은 국민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 복지"
우리 정부도 폭염을 국가 차원의 자연재난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폭염을 상시적인 자연재난으로 생각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폭염을 특별재난에 추가하는 것 외에도 냉방 기기 사용을 국민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 복지로 보아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모여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지원 대책 당정협의'를 가졌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사상 유례 없는 폭염 상황에서 7월과 8월 두달간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7·8월 전기요금은 가구당 평균 19.5% 가량 인하된다. 전기세 걱정으로 에어컨을 켜지 않는 이들을 위한 정책이다.

또 '폭염 복지' 차원에서 사회적 배려계층을 위한 냉방 지원 대책도 마련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 다자녀 가구, 사회복지시설 등에 적용중인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복지할인을 두 달간 30% 추가 적용한다. 냉방비 지원도 확대해 저소득층, 쪽방촌이나 고시원 거주자와 사회복지시설은 노후 냉방기 교체나 신규 에어컨 구매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더위에 양육이 힘든 출산가구를 위해 전기세 할인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할인 대상은 현행 출생 후 1년 이하 영아에서 3년 이하 영유아가구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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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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