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흥겨웠던 교가 사라지고.. '말씀의 향연'마저 위태

장창일 기자 2018. 7. 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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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뭉개뭉개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손에 손을 마주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찾아가는 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

1950년대부터 수십 년간 사랑받던 '여름 성경학교 교가'(악보) 가사 중 일부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여름 성경학교를 뜨겁게 달궜던 말씀의 향연마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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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되어가는 여름 성경학교
찬송가·동요 작곡가 박재훈 목사

“흰 구름 뭉개뭉개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 손에 손을 마주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찾아가는 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

1950년대부터 수십 년간 사랑받던 ‘여름 성경학교 교가’(악보) 가사 중 일부입니다. 이 곡은 가사도 좋지만 유쾌한 멜로디가 더 유명합니다. 교회학교를 추억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애창곡이기도 하죠. 지금 불러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이 곡은 박재훈(96·토론토 큰빛장로교회 원로·사진) 목사가 작곡했습니다.

구순이 훌쩍 넘은 박 목사는 한국 교회음악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왕성한 작곡 활동을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어서 돌아오오’(527장) ‘지금까지 지내 온 것’(301장) ‘눈을 들어 하늘 보라’(515장)를 작곡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해방 후엔 동요 작곡에도 힘썼습니다. ‘펄펄 눈이 옵니다’ ‘여름 냇가’ ‘눈꽃송이’ 등이 그의 작품입니다.

그는 201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꼭 필요한 곡들인데 없길래 했다”고 말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해방된 뒤 소학교 교사를 지냈던 박 목사는 막상 아이들에게 가르칠 한국어 동요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당시 발행되던 잡지 ‘소년’과 ‘아이생활’ 등에 실린 동시에 곡을 붙이기 시작했죠. 1945년 8월 29일부터 3일 동안 무려 50곡을 쓴 일은 전설로 남았습니다. 그때 나온 곡 중 ‘산골짝에 다람쥐’가 있습니다. 여름 성경학교 교가도 이런 이유로 빛을 본 경우입니다. 어린이들은 교회로 몰려드는데 딱히 부를 어린이용 찬송가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 곡을 부르면서 많은 아이들이 교회에 나왔고 긴 세월이 지난 뒤에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 성경학교 교가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는 화려한 율동과 전자악기의 멜로디, 영어가 섞인 국적 불명의 ‘신세대 찬양’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교가만 실종된 게 아닙니다. 폭염 속에서 부채질해 가며 들춰보던 성경 교재도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야외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죠.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여름 성경학교를 뜨겁게 달궜던 말씀의 향연마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세월이 지나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음을 울리는 찬양과 말씀이 아닐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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