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All That Golf] 우즈 이름 맨 위에 뜬 40분.. 전세계 골프팬이 설렜다
손에 잡힐 듯하던 1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 물거품으로 끝나고 디오픈(브리티시오픈) 그린을 떠나던 타이거 우즈에게 두 아이가 달려와 품에 안겼다.
23일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에서 막을 내린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 열한 살 딸 샘과 아홉 살 아들 찰리가 직장에서 돌아온 아빠를 반기듯 환하게 웃는다. 허탈한 표정을 애써 감추던 우즈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우즈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과 포옹할 때 꽤나 감정이 벅차올랐다. 아이들이 이 경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기분으로 다시 플레이를 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너희는 아빠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많은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그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그동안 봐온 나의 모습은 고통뿐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그저 나와 축구를 하고 싶어한다. 정말 기분이 좋다."
모자 쓴 우즈에게선 신화 속 주인공 같은 골프 레전드의 모습이, 모자 벗은 우즈에게선 성 추문과 이혼, 부상, 약물로 인한 숱한 인생 풍파에 찌든 중년의 모습이 보인다. 골프 머신 같던 그의 머리숱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모자 쓴 우즈는 여전히 전 세계 골프 팬의 우상이다. 동반 플레이를 했던 선수가 "신화 속 주인공과 함께 경기하는 것 같다"고 한다. 올해 디오픈을 현장에서 지켜본 갤러리는 모두 17만2000명이었다. 커누스티에서 열린 디오픈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이다. 디오픈을 주관하는 R&A(영국왕립골프협회)는 3라운드부터 몰려든 구름 관중 상당수는 타이거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그가 나오는 대회와 나오지 않는 대회는 TV 시청률도 하늘과 땅 차이다. 이날 조선닷컴에 올린 팬들 댓글도 눈에 띈다. "우즈! 그대가 있어 골프가 재미있소이다. 재기를 축하하오!" "우즈의 골프를 보려고 새벽 3시가 넘도록 TV 앞에 앉아 있었다. 몇 년 만에 그의 경기를 보며 즐거웠다."
그가 메이저 대회 4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것은 2011년 마스터스 이후 7년 만이었다. 우즈가 리더보드 최상단에 있었던 것은 4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계의 많은 팬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설레는 마음'을 전하기 바빴다. 1996년 PGA투어 데뷔 이후 골프의 거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타이거 이펙트'는 이렇게 현재진행형이다.
설렌다면 여전히 좋아하는 것이다. 모자 벗은 우즈는 병든 중년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봄 허리 수술을 받고는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 얼마 뒤엔 집 근처에서 약물에 취해 운전대를 잡고 쓰러져 있었다. 우즈의 우승 행진은 2013년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PGA투어 통산 79승을 올린 이후 멈춰있다. 메이저 대회는 무려 10년 전인 2008년 US오픈에서 14승째를 거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즈가 디오픈을 통해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자 흩어졌던 골프 팬들이 구름처럼 다시 모였다.
모자 벗은 우즈에게 아이들이 필요하듯이, 골프에 흥미를 잃었던 팬들에게는 모자 쓴 우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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