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22년..여성 캐릭터 이렇게 달라졌다

송형국 2018. 7. 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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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폴 아웃’. 전편에 이어 실력 있고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가 활약한다.

첩보 액션 속 여성 인물은 대개 이랬다. 주인공을 유혹하는 임무를 맡지만 악당에게 모욕당하고 최후를 맞는다('미션 임파서블1', 1996). 미인계로 적진에 침투해 악당의 여인이 됐다가 결국 구출 대상이 된다('미션 임파서블2', 2000). 첩보영화의 대명사 '007' 시리즈의 거의 모든 '본드 걸'들은 이런 사례의 대표선수다. 남성 주인공은 여자를 구하고, 쟁취한다. 남성 관객의 마음속 숨은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이들의 미션이다.

‘미션 임파서블’(1996)의 엠마누엘 베아르


‘미션 임파서블2’(2000)의 탠디 뉴튼.


'미션 임파서블3'(2006)가 여성을 도구로 삼는 방식은 한층 정교하다. 적에게 생포된 여성 대원을 구해 헬기로 탈출하는 초반 장면. ①상대편 헬기가 추격해오고 ②풍력발전 단지의 발전기 날개들 사이를 곡예비행해야 하고 ③구출한 대원이 죽기 전 심장충격기를 충전해야 하는 와중에 ④또 다른 여성 팀원(매기 큐)이 미끄러지면서 헬기 다리에 매달리니 그 또한 구해야 한다.

‘미션 임파서블3’(2006)의 매기 큐.


이처럼 위기가 중첩되는 액션 설계는, 2000년대 중반 할리우드 활극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가져오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한다(요즘 관객들은 한 장면에 위기가 서너 가지씩 겹쳐 있지 않으면 지루해하기 일쑤다). 위 장면에서 여성 팀원이 맡은 임무는 위기를 추가하는 일이다(더욱이 그녀는 유색인종이다). 전반부에 미인계로 활약하는 그녀는 후반부에 총에 맞으며 또 한 차례 위기를 얹는다. 수많은 첩보 액션에서 여성은 이렇게 사용된다.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2011)의 두 여성 캐릭터.


■성적 대상화·도구화한 여성들…4편까지 남성 중심 시선 못 벗어나

4편인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선 변화한 양상이 엿보인다.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치밀한 여성 악역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배우의 위상이나 극 중 인물의 역량 면에서 반가운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새로 합류한 여성 팀원(폴라 패튼)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 두 여성이 보석을 탐하거나 사적인 복수심에 일을 그르칠 뻔 한다는 설정은, 남성 중심의 첩보 장르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역시나 여성 팀원은 미인계를 쓰며 결정적인 순간 총에 맞는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의 레베카 퍼거슨. 그의 ‘허벅지 무술’은 여성의 생존법을 대변한다.


5편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2015)에 이르러 이 시리즈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비약적으로 전환한다. 영국 정보국 요원 일사(레베카 퍼거슨)는 실력에서 주인공 에단(톰 크루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모터사이클 추격 장면에서 에단을 보란 듯 따돌리는데, '미션 임파서블2' 여주인공의 어설픈 운전 실력과는 15년의 세월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남성과 격투할 때 그녀는 주로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 상대방을 제압한다. 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의 효과적인 전략으로서 이 같은 선택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여성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애써 찾아내는 나름의 생존법을 떠올리게 한다. 이전 같았으면 여성에게 주어졌을, 결정적인 대목에서 구출 대상이 되는 인물은 남성 동료 벤지(사이먼 페그)다.

■실력과 태도에서 동등한 여성들…시대 변화 반영

25일 개봉하는 시리즈 6편 '미션 임파서블:폴 아웃'은 전편의 팀원들과 함께 여성 정보원 일사, 그리고 4편에서 얼굴만 비쳐 아쉬움을 남긴 에단의 아내 줄리아를 재소환한다. 일사와 줄리아는 남성에게 의존하거나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4편에서처럼 감정에 휘둘리는 여성은 없다.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해결한 다음 추스르기 어려운 자신의 마음까지 맺고 끊는다.

'미션 임파서블' 1편으로부터 22년이 흘렀다. 34살에 시리즈를 시작한 톰 크루즈는 올해 56살이 됐다. 5편부터 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영향이 없지 않았겠으나, 이 시리즈의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가 4편까지는 남성 우월주의자였다가 5편부터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됐을 리는 없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성차별적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당히 되받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미투 운동에 앞장선다. 상업영화는 변한 세상을 자연스레 반영할 뿐이다.

송형국기자 (spiana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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