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남극 물고기, 국내 아쿠아리움에서도 만난다
살아있는 극지방 물고기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극지연구소는 남·북극 바다에만 서식하는 생명체를 국내로 옮겨와 연구하기 위해 극지 해양생물 아쿠아리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매번 남극이나 북극에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극지 생물을 관찰, 추적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연구목적으로 설치된 시스템의 안정성이 확보되면, 극지 해양생물의 양식이나 관상용 아쿠아리움 등 다른 분야로도 사용처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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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바다서 독특하게 진화한 해양생물...골다공증ㆍ빈혈 치료 등 연구가치 높아
남극과 북극의 바다는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산소 포화도가 다른 바다에 비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해양생물들도 이러한 환경에 맞춰 독특하게 진화해 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세종과학기지 해양조사팀이 발견한 ‘남극 빙어’는 피가 흰색이다. 수중의 산소가 풍부하다 보니, 산소 전달을 위해 존재하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이 그다지 필요치 않게 된 것. 혈액을 선홍색으로 보이도록 하는 헤모글로빈이 적다 보니, 피가 흰색을 띠게 된 것이다.
극지연구소 유전체사업단의 김진형 선임연구원은, “남극 어류는 극히 적은 헤모글로빈을 갖고도 문제없이 살아간다. 인간으로 치면 만성 빈혈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셈”이라며 “이러한 특징을 잘 연구하면 빈혈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5t 규모의 아쿠아리움 수조에는 현재 남극암치ㆍ검은암치ㆍ대리석무늬암치 100마리가 적응 중이다. 이들 어류는 물속에서 상하이동을 하는 데 쓰는 '부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부레의 도움 없이 헤엄을 치다보니 운동량이 많고, 때문에 뼈가 유연해지도록 진화해 왔다. 이를 ‘연골화 현상’이라고 한다.
김 연구원은 “연골화는 사람으로 따지면 골다공증을 갖고 살아가는 것과 유사하다”며 극지 생물 연구가 골다공증 치료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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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에 가지 않고도 국내서 인공산란 가능...핵심은 ‘순환여과 시스템’
따라서 AFP를 잘 응용하면 갑작스러운 한류로 인해 양식장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현상을 막고, 나아가 혈액이나 장기를 저온에서 손상 없이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극지연구소의 설명이다.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딱딱하게 얼리지 않고 부드러운 상태로 보관하는 데에도 AFP가 쓰이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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