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영광과 상처 다 겪은 김연자.. 여전히 환하게 노래하고 있지 않나

기자 2018. 7.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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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노래채집가

■ ‘아모르 파티’

내일 날씨를 TV에서 미리 보려면 지루한 뉴스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햇빛이 요란하니 자외선을 차단하라, 비 올 것 같으니 우산을 준비하라,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착용하라…. 틀린 적도 있지만 친절하고 자상하다. 그리고 단순하다. 뉴스에 비해 날씨는 거의 반복화면 수준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기상캐스터는 바꿀 수 있어도 날씨는 못 바꾼다.

음악동네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이별마다 비가 내리고 가슴마다 바람이 불고 분진도 날린다. 그 얘기가 그 얘기다. 그런데도 음악은 계속된다. 뉴스를 보면 좋은 사람도 나오고 나쁜 사람도 나온다. 하지만 나쁜 날씨는 없다. 명언도 유행을 타는지 존 러스킨의 말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햇빛은 달콤, 비는 상쾌, 바람은 시원,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음악동네에서도 나쁜 노래는 없다. 여기선 노래 가사도 시로 대우한다. “아∼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산울림이 쩡쩡거릴 때 발표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1978)에서 절정을 향해 치달을 때 외치는 절규다. 40년이 지난 지금 자우림이 다시 이 노래를 부른다. 하기야 40년 전 음악동네에선 산울림이 방탄소년단이었다. 무대에서 열심히 부르는 노래는 일종의 초혼제다. 가수는 혼을 부르듯 노래를 부른다. 집 나갔던 노래가, 추억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노래는 움직이는 시다.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어떤 노래는 화살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가슴에 꽂혀 좀체 뽑히지 않는다. 노래는 약수도 되고 비수도 된다. 하지만 노래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일은 드물다. 시의 생명은 공감이다. 노래 역시 교감, 공감을 목표로 한다. 노래채집가인 나는 노래 가사를 통해 세상의 온도를, 사랑의 풍속을, 마음에 침투한 먼지의 위태로움을 공유할 참이다.

‘공유의 일상을 공유하라’는 광고 카피를 봤다. 공유라는 배우는 이름 덕도 좀 보는 듯하다. 알다시피 집 지은 사람이 집주인은 아니다. 노래를 만든 사람도 노래의 주인이 아니다. 지금 노래를 부르는 그 사람이 노래의 주인이다. 그러고 보니 노래야말로 공유경제의 산물이다.

요즘 주인 많은 노래 중 하나가 ‘아모르 파티’다. 김경호는 ‘불후의 명곡’에서 이 노래로 우승을 차지한 후 아예 연관검색어가 ‘아모르 파티’다. ‘열린음악회’ 1199회에서도 김경호는 김종서, 박완규와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이어서 1200회 특집에선 오리지널 가수 김연자(사진)가 이 노래를 또 불렀다. 대세긴 대세인 모양이다.

‘파티를 사랑하라’는 뜻인 줄 알았다면 오답이다.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운명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운명을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운명은 상처다. 돌이 상처를 피해 자꾸 숨으면 그냥 돌로 남을 것이다. 누가 계속 찍어 상처를 줘야 돌은 보석이 될 수 있다.

하루하루가 가파른 이에게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권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런 운명을 사랑하라고까지 말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희망을 전하는 부분은 있다. 과거의 운명이 그대로 미래의 운명으로 연결, 연장되지 않을 거라는 증언과 증인이 꽤 많아서다. 김연자만 해도 과거에 높은 영광이 있었고 깊은 상처도 있었다. 그가 지금 우리 눈앞에서 환하게 춤추며 이 노래를 부르니 운명 그거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불멸의 영광도 없고 불후의 상처도 없다는 건 이미 뉴스에서 확인하지 않았는가.

서울문화재단 대표·노래채집가

이번주부터 ‘주철환의 음악동네’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원조’ 스타 예능 PD로, MBC에서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연출했으며 OBS 경인방송 대표이사, JTBC 제작본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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