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과 바다 그리고 신과 함께 가고시마 & 미야자키(1)

트래블조선 2018. 6. 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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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편]


화산에 쌓인 눈과 푸르게 녹아내린 바다 풍경은 일본하면 으레 떠오르는 진부한 상상을 단번에 부수어 놓았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당연한 듯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고시마 그리고 미야자키.

온천으로 유명한 규슈의 최남단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인천에서 1시간 15분 만에 도착한 가고시마공항. 최근 TV 프로그램에 방영된 이후 떠오르는 여행지가 된 탓 인지 한국인 여행객들과 간간히 마주쳤다. 그러나 먹거리와 쇼핑, 화려한 번화가를 상상하며 떠나왔던 일본 여행에서 가고시마와 미야자키는 낯선 풍경들만 끊임없이 꺼내놓았다. 살아있는 화산과 마주하며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초상을 확인했고, 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올해의 안녕을 기도했다. 몰랐기에, 감동은 더욱 크게 밀려들었다. 새로운 여행지를 갈망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감히 규슈가 숨겨둔 비밀을 꺼내어본다.

화산과 함께 살아가는 곳, 가고시마


가고시마를 여행하다 보면 헬멧을 쓴 학생들이나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1년에 몇 백 번은 분화하는 사쿠라지마의 화산 때문에 생겨난 문화란다. 실제로 가고시마를 여행하는 내내 어디서나 사쿠라지마 섬의 화산을 볼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거대한 화산이 너무나 당연하게 배경처럼 놓여있었다.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화산과 공존하는 가고시마에서, 여행자들도 어느새 그곳에 익숙해져 간다.

info 살아있는 화산섬, 사쿠라지마
가고시마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사쿠라지마는 섬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가고시마와 연결되어 있다. 과거에는 섬이었으나 화산 폭발로 흐른 용암이 가고시마와 섬을 이어놓았기 때문. 차를 타고 빙 돌아서 사쿠라지마로 들어갈 수 있지만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사쿠라지마 페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24시간 운항하는 페리는 15분 정도 소요되며, 요금 또한 인당 160엔으로 저렴한 편. 물론 차량의 선적도 가능하다.

화산탐험의 시작,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


사쿠라지마 섬 여행은 비지터 센터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쿠라지마는 물론 가고시마에 대한 여행정보까지 모두 얻을 수 있으니 여행객들에게 이만한 장소도 없다. 센터 내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사쿠라지마의 화산에 관련된 전시물도 진열하고 있다. 한국어 설명도 표기되어 있으니 한국인 방문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하다. 센터 한편에는 현재 화산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와 매년 몇 번의 화산 분화가 이루어졌는지 기록되어 있는 칠판이 보인다. 벌써 올해에만 두 번이나 분화했다고 한다. 폭발이지만 용암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 단순히 화산재가 터져 나오는 정도다. 운이 좋다면 여행 중 화산폭발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


info 기네스북에 오른‘세계에서 가장 큰 무’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이 흐른자리의 모든 식물들은 죽어버리고 말지만 수백 수천 년이 흐른 뒤에 그 땅의 토양이 비옥해져 울창한 숲이 자라난다고 한다. 이렇듯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사쿠라지마의 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무’로 기네스북에 선정되었다. 둥글고 짧뚱한 모양새가 우습기는 하지만 과연 크기는 흔히 볼 수 있는 무보다 2~3배는 더 크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용암해안공원 족욕탕

용암해안공원 족욕탕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 바로 앞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족욕탕이 있다. 길이는 100미터,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온도의 온천수가 흐른다. 눈앞의 바다와 그 건너 가고시마 시내, 그리고 그 뒤에 놓인 웅장한 사쿠라지마 화산까지. 여행 전 또는 여행 후 지친 발에 휴식시간을 내어주고 잠시 앉았다 가기에 이만한 풍경도 없다. 족욕탕 이용은 당연히 무료다.

화산과 가장 가까운 유노히라 전망대

유노히라 전망대


유노히라 전망대는 해발 373미터에 위치한, 사쿠라지마에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다. 앞쪽으로는 바다 건너편의 가고시마 시내를, 뒤쪽으로는 거대한 화산을 볼 수 있다.

눈앞의 멋진 바다와 시원한 전망보다도 유노히라 전망대에 도착한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빼앗는 것은 뒤편에 병풍처럼서 있는 기타가케와 미나미다케. 산 정상에 쌓인 하얀 눈이 활화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거친 산등성에서 희미하게 피어 오르는 연기만 보아도 여전히 뜨겁게 끓고 있는 화산이라는 사실을 어김없이 상기시 켜 준다. 어찌나 높은지 지나가던 먹구름이 계속 화산의 정상에 걸려있다. 전망대 건물 안에는 작지만 기념품과 스낵, 음료를 파는 가게도 있다.

사쿠라지마 온천 파기 체험


info 사쿠라지마 온천 파기 체험
사쿠라지마의 아리무라 해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온천 파기 체험. 검은 모래를 직접 삽으로 파면 온천수가 나온다. 다만 날씨에 따라 체험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사전에 사쿠라지마 비지터 센터에서 반드시 확인해보자.
- 체험료 500엔
- 소요시간 1~2시간

CITY TOUR, 가고시마의 또 다른 풍경


바다와 산을 품은 별장, 센간엔

센간엔은 시마즈 가문의 제19대 미쓰히사가 1658년에 별장으로 만든 정원이다. 바로 앞에 놓인 사쿠라지마와 긴코만을 모두 가문 소유의 별장이라 여긴 시마즈 가문은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센간엔을 지었다. 총 15,000평의 넓은 면적에 산책로까지 조성되어 있어, 단순히 들러서 구경만 하는 것 이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정문에서 천천히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영주만 지날수 있었던 붉은 대문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입구에서부터 빨간 정문까지 가는 길들이 모두 바다였다고 한다. 대문 너머로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작은 정원과 일본 전통 가옥이 보인다. 마치 최근에 새로 지은 것처럼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된 모습을 보니, 역시 일본답다는 생각이 스친다. 별장을 지나 우측으로 걷다 보면 작은 연못과 개울, 그리고 숲이 보인다. 과거 영주들이 이곳에서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했을 시간을 상상해본다.

반려동물이 함께 오래 살 수 있도록 기원하는 나무패


info 네코가미 신사
에도시대에 가고시마에서는 고양이 눈동자의 동공이 변하는 모양으로 시간을 체크했다. 이곳 네코가미 신사는 당시에 시간을 체크했던 고양이를 숭배한 신사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신사 옆에는 반려동물이 함께 오래 살 수 있도록 기원하는 나무패가 매달려있다.

가고시마의 번화가, 덴몬칸

가고시마의 번화가, 덴몬칸


가고시마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여행객들도 가고시마 시민들도 한데 모이는 덴몬칸은 가고시마의 번화가이자 쇼핑거리이다. 돔 형태의 높은 천장을 갖춘 꽤 긴 쇼핑 스트리트로 다양한 브랜드 숍은 물론 기념품 숍과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일본에서 돔 천장으로 이루어진 가장 긴 쇼핑 스트리트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럼에도 반나절 정도는 쇼핑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아 가고시마에서의 일정이 여유롭다면 분명, 한 번 이상은 방문하게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단단하게 막혀있는 높은 천장 덕분에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루후의 라멘 - 일본 특유의 진한 돼지육수로 끓인 라멘. 기본 베 이스 육수는 같으며 차슈와 일본 김, 삶은 달걀 등 토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입구에 비치된 자판 기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직원에게 건네주면 주문 완료. 장어덮밥, 미소라멘, 국물에 찍어먹는 아지타 마 라멘 등 다양한 메뉴를 보유하고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

가고시마 여행의 완결편, 시로야마 공원 전망대


가고시마에 왔다면 한 번쯤은 꼭 올라가봐야 할 전망대. 107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산에 위치한 시로야마 공원은 가고시마 시티뷰 버스를 타고 한번에 오를 수도 있고,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갈 수도 있다. 오래된 고목과 우거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가고시마 시내 풍경과 그 너머의 사쿠라지마 섬의 모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야경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으로 어느 시간대에 찾아와도 좋은 곳. 남쪽에 위치해 겨울에도 늘 따듯한 가고시마에는 1년에 한두 번 눈이 내린다고 한다. 살폿 눈이 쌓인 활화산이라니,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가능하게 한다.

· editor 엄지희
· PHOTO GRAPHER 김좌상
· sponsored by 규슈운수국, 규슈관광추진기구
· 기사 제공: 여행매거진 GO ON(☞ GO ON 포스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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