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압 10억 볼트, 2만7000도의 벼락 경계령

성태원 2018. 6.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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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22)
여름철 폭우와 함께 찾아오는 번개·천둥·낙뢰의 시즌이 돌아왔다. [사진 매일신문]

번쩍번쩍 우르릉 쾅!

번개·천둥·낙뢰 시즌이 돌아왔다. 이들이 몰고 오는 무시무시한 섬광과 굉음은 우리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고도 남는다. 겁만 주는 게 아니라 낙뢰는 실제로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 준다.

특히 여름철 폭우와 함께 하늘을 두 쪽이라도 낼 듯 찾아오는 이들은 적란운(積亂雲)이란 소나기구름이 부리는 자객이다. 올해도 5월(16~18일) 때 이른 집중호우 때 수도권과 강원 일대에 보란 듯이 출몰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5월 17일 새벽 4시 반쯤 경의중앙선 서울 방면 망우~팔당 구간 선로에 낙뢰가 급습해 열차 운행을 세 시간가량 중단시켰다. 수도권 곳곳에서 낙뢰로 인한 단전 사고와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벼락 맞은 소나무 밑동서 불이 활활
5월 16일 오전 11시께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삼교리 임도 주변에선 비가 오는 중인데도 낙뢰를 맞은 소나무 밑동에서 불에 활활 타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지역 산불특수진화대가 투입돼 산불로 번지는 것은 막았다지만 기이한 현상이었다.

5월 3일엔 승객 248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에 내리던 아시아나 항공기(OZ 8936편)가 낙뢰를 맞은 일도 있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번개·천둥·낙뢰 중 우리에게 실제로 손해를 끼치는 낙뢰가 올해 5월에만도 이처럼 왕성하게 활동했다. 최대 시즌인 7월을 목전에 두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

낙뢰는 인명 사고, 전자장비 고장, 화재, 정전 등 연간 100건 정도의 크고 작은 피해를 남긴다. 특히 7~8월의 피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07년 7월 29일 북한산 용혈봉 낙뢰로 등산객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한 사고는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다. 같은 날 의정부 수락산에서도 낙뢰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 9일에도 북한산 인수봉 인근에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

2017년 전국 낙뢰 발생 횟수 분포도. [자료 기상청]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2017 낙뢰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낙뢰(벼락) 발생 건수가 유난히 많았다. 전국에서 31만6679 회가 관측돼 10년 평균 14만4949 회의 2배 이상이었다.

이 중 약 85%가 여름철(6, 7, 8월)에 발생했다. 특히 7월이 단연 톱이었다. 연간 낙뢰의 약 58%인 18만4544 회가 7월에 관측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8만5305 회(전체의 약 27%)로 최다였다. 2위는 전북으로 4만7094 회(약 15%)였고 3위는 경북으로 4만173 회(약 13%)였다.

기상청은 독일산 낙뢰 관측 장비인 LINET(Lightning Detection Network) 시스템을 활용해 낙뢰를 관측한다. 백령도, 서해기지, 완도, 서귀포, 포항, 울릉도, 대관령, 간성 등 전국 21곳에서 낙뢰 관측망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낙뢰 발생시각과 위치, 극성(+, -), 강도, 고도 등을 탐지한다. 한반도(북한 일부 제외)와 인근 해상 95% 이상을 커버하지만, 실제 분석은 대한민국 내륙지역(북한 제외)을 대상으로 한다.

‘번개·천둥·낙뢰’는 일란성 세쌍둥이다. 다 함께 적란운을 모태로 해서 태어나 찰나에 불과한 일생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다 간다.


번개·천둥·낙뢰는 일란성 세쌍둥이, 엄마는 적란운

번개는 적란운의 발달로 인해 구름 내부에 분리 축적된 양전하와 음전하 사이에서 방전이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급격한 불꽃현상이다. [사진 pixabay]

번개는 소나기구름인 적란운 발달로 인해 구름 내부에 분리 축적된 양전하(+전기, 구름 상층부)와 음전하(-전기, 구름 하층부) 사이에서 방전이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급격한 불꽃 현상을 가리킨다. 번개의 전기량은 1회에 전압 약 10억 볼트(V), 전류 수만 암페어(A)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또 섬광이 지나가는 곳의 온도는 태양 표면 온도의 4배 정도인 2만7000℃까지 오른다. 이 때문에 사람이 낙뢰에 맞으면 많은 경우 즉사하거나 다치게 된다.

번개는 구름 안에서, 구름 사이에서, 구름과 공기 사이에서, 구름과 땅 사이에서 각각 일어날 수 있다. 이 중 구름과 땅 사이에서 일어나는 번개를 낙뢰, 벽력 또는 벼락이라고 부른다. 낙뢰는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천둥을 동반한다.

번개는 직경 수㎝의 공기 채널을 지나게 되는데 이때 순식간에 공기를 2만~3만℃까지 상승시킨다. 그때 일어나는 폭발음이 바로 천둥 또는 뇌성(雷聲)이다. 천둥소리는 대개 20㎞까지 들리지만, 때에 따라서는 40㎞ 떨어진 곳에서도 들린다.

번개는 광속(초속 약 30만㎞)으로 이동하지만 천둥은 음속(초속 340m)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항상 번쩍하며 번개가 친 한참 후에 우르릉 쾅 하는 천둥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낙뢰가 칠 때는 빛이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천둥소리도 바로 들리게 된다.

5월 18일 한국전기연구원은 낙뢰 시즌을 맞아 야외활동이나 외출 시 낙뢰 사고 예방 행동요령을 발표했다. 우선 낙뢰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경우는 외출을 삼가는 게 상책이다. 부득이 외출할 때는 뾰족한 물체나 홀로 서 있는 나무와는 떨어지는 게 좋다. 사람이 모여 있을 땐 서로 접촉하지 말고 최소 1m 이상 거리를 유지한다. 또 낮고 움푹 팬 지형을 찾아 대피하되 눕지 말고 몸을 웅크리는 게 좋다. 차를 타고 있다면 차에서 내리지 말아야 한다.

행정안전부(http://www.mpss.go.kr)도 ‘낙뢰 시 국민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낙뢰가 예상될 때 ▷낙뢰가 칠 때- 산, 야외, 가정 ▷낙뢰에 맞았을 때 조치 요령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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