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천국이구나" 소리 절로 나온 김녕미로공원

이명주 2018. 5. 27. 09: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화해녀민속오일시장.

5일과 10일, 15일, 이렇게 5일에 한 번씩 열린다.

시장 입구 바로 안쪽에 자리한 분식집에 앉아 모처럼 보는 빨간 떡볶이와 이제 곧 기름에서 건져질 노릇노릇한 오징어 튀김을 주문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김녕미로공원으로.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제주 열셋째 날

[오마이뉴스 이명주 기자]

세화해녀민속오일시장. 5일과 10일, 15일, 이렇게 5일에 한 번씩 열린다. 화창한 날씨에 바다색은 그간 본 중에 가장 투명하고 곱다. 바닷가 장터답게 각종 생선을 필두로 채소, 과일, 다채로운 식물 모종, 투박하게 생긴 도넛과 옛날 과자 등 군것질 거리도 가득하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시장 입구 바로 안쪽에 자리한 분식집에 앉아 모처럼 보는 빨간 떡볶이와 이제 곧 기름에서 건져질 노릇노릇한 오징어 튀김을 주문했다. 익숙해서 반가운 맛이었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일 돕는 아주머니를 너무 타박해서 음식만 먹고 있기가 불편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시장 구경을 마치고 김녕미로공원으로. 강호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고양이 50여 마리가 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 방문을 결정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세계문화유산인 만장굴이 바로 있어 들러볼까 했지만 반려동물 입장을 금지하고 있었다.

혹시 1시간쯤 강호를 안전하게 맡길 곳이 있나 하여 입장권을 확인하는 직원 분에 물었더니 근처 물품 보관함에 넣어두라 했다. "(고양이가)숨을 쉴 수 있냐" 물으니 "(문을)열어 놓으라"고. "누가 데려 가면요?" 했더니 "누가 가져 가겠냐"고 무책임한 조언을 계속 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만장굴 관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김녕미로공원으로. 매표소 앞 표지판에 적힌 글귀부터 반가웠다. '고양이와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언어, 고양이와 친해지는 법, 고양이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주변엔 큰 인형의 집처럼 고양이들의 공간이 자연스럽고도 다양하게 조성돼 있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고양이를 만나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이곳의 또 하나의 상징은 미로 모양의 숲. 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은 얼룩 고양이와 인사 하며 가벼운 놀이 삼아 입장. 불과 5분 만에 '출구 발견!'인 줄 알았으나 착각. 12분 때 '이번에야말로!' 했지만 또 착각. 30분 경과…… 40분……. 결국 지도를 보며 줄 지어 걷던 어느 가족의 꽁무니에 슬쩍 붙어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이제 본격 고양이들을 만나는 시간.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좀처럼 보이지 않던 고양이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이동장에서 나온 강호의 소리를 듣고서였다. 우습게 생긴 점박이와 애교 많은 흰둥이가 강호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며 내게도 애교를 떨었다. 강호와 판박이처럼 닮은 녀석도, 그 옆에 눈을 감으면 활짝 웃는 표정이 되는 순둥이 녀석도 만났다.

떠날 때가 되어 매표소 앞으로 돌아가니 낯익은 직원이 곧 고양이들의 밥때이니 고양이들을 더 보고 가라 했다. 부르지 않아도 때를 아는 야옹이들이 근처로 모이기 시작했다. 십여 마리 고양이가 평화롭게 밥을 먹고 그것을 즐겁게 지켜보는 사람들과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세상 많은 존재의 행과 불행이 사람 마음 먹기에 달렸는데 안타깝다.

두 발 고양이 강호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이명주
김녕미로공원의 고양이와 미로숲


김녕미로공원은 제주도와 고양이를 사랑한 미국인 F.H 더스틴 교수가 설립한 곳으로 이곳에 사는 고양이들은 그가 재직했던 제주대학교의 수의대학으로부터 TNR(안전하게 포획해 중성화를 한 뒤 다시 방사함) 및 기타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미로숲은 더스틴 교수가 자신의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국의 미로 디자이너 애드리안 피셔와 함께 제주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오랜 노력으로 조성했다. 

김녕미로공원 고양이들 더 만나기▼
김녕미로공원의 고양이들
ⓒ 이명주
이전 글 : 다랑쉬 오름 가는 길, 벅찬 즐거움과 슬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우리의 실시간 여행이 궁금하다면? https://www.facebook.com/pg/travelforall.Myoungju http://blog.daum.net/lifeis_ajourney 뺑소니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강호에게 휠체어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여행 중에 만나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도 할 수 있는 만큼 돕고자 합니다. 이 여행이 끝나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쉬고 놀 수 있는 여행자 공간(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열고자 합니다. 저희의 여행을, 동물들의 보다 행복한 삶을, 다시 열 게스트하우스에 초대 받고 싶은 분은 '원고료'로 응원해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