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90억장..'비닐봉투 중독' 한국인, 세계적 망신"

김봉수 2018. 5. 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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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남은 쓰레기는 압축기에서 직사각형 형태로 납작하게 압축돼 다시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태평양에는 '섬 아닌 섬'이 있다. 거대한 쓰레기로 이뤄져 '거대 쓰레기 지대'( Great Pacific Garbage Patch )로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7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이 곳은 물고기나 새들이 미세 플레스틱을 먹이로 알고 삼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인간이 일으킨 환경 문제가 앞으로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경고'의 상징이다.

쓰레기의 역사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했다. 동굴 속에 살았던 원시 인류도 각종 쓰레기로 동굴이 좁아지면 다른 동굴로 옮겼다. 정착 생활을 하는 신석기 시대엔 쓰레기를 땅에 묻거나 가축 사료로 활용했다. 유럽에서 유행한 '하이힐'이 집에 화장실이 없고 아무데나 오물과 쓰레기를 버리는 문화 때문에 탄생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흑사병ㆍ콜레라ㆍ페스트 등이 툭하면 유행해 피해를 입힌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환경 윤리를 자랑했다. 경국대전을 보면, 쓰레기 무단 투기 곤장 30대, 똥을 버리면 곤장 50대, 가축 방목시 곤장 100대 등 엄격히 처벌했다. 조선판 '그린 벨트'도 있었다. 산에서 소나무를 1그루 베면 곤장 100대를 때렸고, 두 그루를 베면 군 복무, 10그루 이상이면 국외 추방까지 했다. 조선 왕조는 '치산치수', 즉 나무를 많이 가꿔 홍수와 가뭄이 없고 땅이 비옥한 나라'를 국가 제일 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산업화 때는 몰라도, 2000년대 중반엔 쓰레기 종량제ㆍ재활용 정책의 성공으로 세계적 칭찬을 받았던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쓰레기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불명예는 여전하다. 요즘엔 수도권 아파트마다 재활용업체들의 횡포에 비닐봉투를 처리하지 못해 난리다. 특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들어 1회용품ㆍ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너도 나도 플라스틱ㆍ비닐 제품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버스 정거장, 길거리 쓰레기통, 해변가에는 먹다 버린 1회용 컵이 수북하다.

우리 국민들이 하루에 버리는 1회용품ㆍ폐기물의 양은 정확히 얼마나 될까. 22일 자원순환사회연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간 버려지는 폐지는 120만톤에 달한다. 반면 폐지 150만톤을 수입한다. 1인당 연간 종이 소비량은 170kg이다. 30년생 원목 3그루를 베어야 만들어지는 양이다. 국민 1인이 종이 1장을 덜 쓰면 연간 5000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이 230억개다. 한 사람이 하루에 1~2개를 사용해 연간 460개 정도 쓴다. 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1개당 11g)을 상쇄하려면 30년생 소나무 2343만 그루가 필요하다.

음식물쓰레기도 엄청나다. 하루에 1명당 240g, 1만3000톤이 음식 쓰레기로 버려진다. 이로 인해 지출되는 비용은 연간 20조원 이상이다. 음식물쓰레기 1톤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400kg으로 1일 52만kg에 이른다.

휴대폰으로 인한 지하자원 낭비는 또 어떤가. 연간 폐휴대폰 2000만대가 발생하지만 수거는 600만대로 30% 정도에 그친다. 1200만대가 행방불명된다. 폐휴대전화 1톤당 200~400g의 금이 포함돼 있고, 폐반도체칩에도 1톤당 200~500g의 금이 들어 있다. 광산에서 캐는 금광석 1톤에 들어있는 금이 3~5g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더군다나 휴대폰 속에는 갈륨, 알루미늄, 비소, 은, 티탄, 바륨, 납, 니켈, 지르코늄, 인듐, 주석, 동, 규소 등 희토류가 대거 포함돼 있다. 한때 지자체 주도로 폐휴대폰을 수거해 희귀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사업이 유행했지만 잊혀진 지 오래다.

재활용 처리시설에서 한 근로자가 재활용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목장갑에 팔토시, 발목까지 내려오는 앞치마를 착용하고 있다. 재활용이 안되는 의료기기 등에 의한 상해, 감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최근 문제가 된 비닐봉투 낭비는 세계적 망신거리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비닐봉투 숫자는 약 190억 개로 1인당 370장을 쓴다. 비닐봉투 9장이면 자동차 1km를 운행할 수 있는 기름이 들어 있다. 유럽의 경우 아일랜드ㆍ룩셈부르크 에선 1인당 10장 미만,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에서도 연간 60~70장 수준에 그친다. 1회용 비닐봉투 중독이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라는 얘기다. 국민 모두가 1년에 단 하루라도 비닐봉투를 쓰지 않으면 약 5200만장의 비닐봉투가 절약돼 이산화탄소 배출량 6700톤이 감축된다. 원유 95만1600ℓ가 절약된다.

이렇게 쓰레기를 펑펑 버리다 보니 국내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1836톤으로 미국(203톤)의 7배, 캐나다의 141배다. 국내 쓰레기 발생량은 2013년 기준 총 38만2081톤이다. 쓰레기 매립장 잔여 사용 년수는 약 13년에 불과하다. 쓰레기를 매각한 후 썩는 기간은 스티로폴 500년, 플라스틱 100년, 알루미늄캠은 80~100년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97%, 광물자원은 90%다. 세탁소에서 쓰는 얇은 비닐 커버가 연간 4억장, 100억원대다. 최근 서울시 등이 없애기에 나선 1회용 우산 비닐커버 사용량도 연간 1억장이나 된다.

자원순환연대 관계자는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품 사용 습관을 가져야 하며, 음식물을 남지 않고 녹색 제품을 구매해서 쓰도록 습관화해야 한다"며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쓰고 소비를 줄이는 녹색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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