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제주소년·53년산 반송·호위무사..남북정상회담 '뒷이야기'
옥류관 냉면 준비 늦어지면서 제면기 고장設 돌기도
오연준 군 '고향의 봄' 독창에 南北 영부인 따라 불러
지난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3층 연회장에서 열린 환영 만찬 막바지, 평양냉면이 식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한 남측 언론은 보도했다. 북측 기자 전언을 빌어 판문각으로 옮겨놓은 제면기가 고장 났다는 찌라시도 돌았다. 남북 취재진이 평양냉면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식사 준비가 늦어지면서 오후 8시 40분쯤 만찬장에 평양냉면이 들어간 데 따른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오기 전에 보니 만찬 음식을 갖고 많이들 얘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화제를 끄집어내기도 했다. 평양냉면이 남북정상회담의 전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 24일부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때 만찬 메뉴를 소개하며 “문 대통령이 환영 만찬 음식으로 옥류관 냉면이 좋겠다고 제안했고 북측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전한 바 있다.
북측은 남북정상회담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판문점으로 파견해 통일각에서 갓 뽑아낸 냉면을 연회장으로 배달하기로 했다. 남북은 지난 25일 냉면 운반 작업을 실전처럼 연습하기도 했다. 이날 요리사와 함께 북한 실무진은 판문각에서 만든 냉면 사리를 총 4번이나 평화의 집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옥류관 요리사들은 가마솥이 바뀌면서 원조의 맛을 100%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며 자책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만찬에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평양냉면을 10년 만에 먹는 건데 오랜만에 먹으니 역시 맛이 좋았다. 특별히 더 달라고 해서 두 그릇을 먹었다”고 했다. 먹음직스러운 원조 평양냉면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남측에는 때 이른 냉면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즉석에서 고 부대변인 제안으로 오 군이 두 번째 노래 ‘고향의 봄’을 부르자 김정숙 여사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나직이 따라 부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곡은 1927년 홍난파가 작곡하고 이원수가 가사를 붙인 노래다. 남북이 갈라지기 전부터 함께 즐겨 부른 곡인 셈이다.
남북 정상은 이날 오후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길’에 1953년 싹을 틔운 소나무를 심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태어난 해와도 같다. 두 정상은 이 반송에 백두산과 한라산의 흙을 나눠 뿌렸다. 이후에는 한강수와 대동강수를 각각 뿌리기도 했다. 가로 1.4m, 세로 0.9m 크기 화강암 표지석에는 한국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원광대 교수가 쓴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글귀와 두 정상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 글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정했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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