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金 "잃어버린 11년 찾자"..역대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은

장윤희 2018. 4. 27. 15: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은둔형 이미지·건강 이상설 부인
【판문점=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군사 분계선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18.04.27. amin2@newsis.com

【고양=뉴시스】판문점 공동취재단 장윤희 기자 =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 원형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북 정상은 모두발언을 통해 11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에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2000·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살펴보면 이동 경로를 소재로 메시지를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상대 정상의 여정을 물으면서,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치적으로는 먼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을 곁들였다.

이날 열린 남북 정상회담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을 직접 건너 온 소감으로 모두발언을 이끌어갔다.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북측에서 남측까지 거리도 200m로 짧았지만 남북 정상이 만나기까지 11년이나 걸렸다는 점을 대조적으로 비유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200m 거리되는 짧은 거리를 왔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면서 보니까 그 분리선도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왔다"면서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넘었는데,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그 시간이 이렇게 오래였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전진적인 합의가 나왔지만 이행이 잘 안됐고,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잃어버린 11년'을 찾는 시간으로 정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이런 만남을 가지고도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낙심을 주지 않겠나"면서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간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한 200m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보다 간략했던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역시 남북 정상회담이 11년 만에 재개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큰 선물'을 만들자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국민들과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오늘 우리 통 크게 대화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오늘 하루 종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10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충분한 얘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은둔형 지도자 이미지를 깨고,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김 위원장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이동 경로를 주제로 평화 의미를 강조했다. 대표적인 표현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비행기로,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육로로 평양을 방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 발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하늘로 날아서 평화의 지름길을 열어주시고 돌파구를 이뤄놓고, 이번에 (노 대통령이) 육로로 이렇게 오신 데 대해서는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 인사를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육로로 올 수 있게 되어서 저도 아주 감동적이었다. 제 스스로도 넘어올 때 감동이 있었습니다만, 그 넘어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에게 "(평양) 주변 경관이 참 좋았다. 어제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 시민들이 나와서 일행들을 아주 따뜻하게 아주 성대히 맞아주셔서 마음속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께서 직접 나오셔서 맞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평화의 집 금강산 그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이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직접 오셨는데 제가 뭐 환자도 아니다"며 "제가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회담 참석자들이 함께 웃었다.

김 위원장 특유의 화법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난 적이 있다.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은둔형 이미지를 불식하는 모두발언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께서 공항에 나와 영접해주시고 우리가 악수하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10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했다고 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항영접이요?"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께서 오시는데 그건 기본적인 예의 아닙니까.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구라파(유럽·서방)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은둔생활을 한다'고 하고 '이번에 은둔생활을 하던 사람이 처음 나타났다'고 그런다"면서 "저는 과거에 중국에도 갔댔고 인도네시아에도 갔대고 비공개로 외국에를 많이 갔댔어요. 그런데 이번에 김 대통령이 오셔서 제가 은둔에서 해방됐다는 거예요. 뭐, 그런 말 들어도 좋습니다. 하여튼 모르게 갔댔으니까"라고 밝혔다.

ego@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