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끝까지 이어갔으면" 학생들이 바라본 남북정상회담

서울 양천구 신은초등학교 4학년 물오름반 학생들이 27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시청에 앞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발표하고 있다.

“저도 김정은 만나 통일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전국의 초중고교학생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학생들은 오전 9시 30분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통일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과 함께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신은초등학교에선 생중계 시청과 함께 통일 교육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민통선 안에 있는 대성동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2명이 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꽃다발 나눠주고 싶다. TV에 나온 저 여자애가 나였으면”이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역사적인 만남을 본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4학년 물오름반 하준수(10)군은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통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며 “기술과 문화를 나누는 교류를 하면 좋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같은 반 하은서(10)양도 “조만간 이산가족이 만났으면 좋겠다”며 “정상회담에서 통일하자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6학년 잎새반 교실에선 정상회담 시청 후 통일에 대한 토론 수업이 진행됐다.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두 정상의 모습을 보고 덩달아 웃음 지은 김경진(12)군은 “악수할 때의 느낌을 끝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지민(12)양도 “지금 이 순간 역사적으로 남을 수 있는 장면인데 지금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에 들떴다”면서 “두 나라가 휴전 중인데 정전으로 전쟁을 끝내자는 이야기가 오갔으면 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구로구 서서울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27일 오전 강당에 모여 남북정상회담 생중계 시청 후 통일계기교육을 받고 있다.

생중계를 지켜본 고등학생들의 반응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이날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의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정상회담을 지켜봤다. 고등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뿐 아니라 통일 이후 우려를 함께 전했다.

이 학교 2학년 김민철(17)군은 “통일이 되면 외국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면서도 “지금까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는 등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통일하는 척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두렵기도 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1학년 강지민(16)양은 “통일이 돼 북한가수와 우리나라 가수가 콜라보 무대를 하는 콘서트에 놀러 가고 싶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북한에 빈민층이 많다 보니 경제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자원이 많다고 하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통일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지난해 통일부가 전국 597개교 초중고교생 10만1224명을 대상으로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5∼6학년) 74.4%, 중학생 59.3%, 고등학생 50.2%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이 오를수록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평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분석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최규빈 박사는 “이전에는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 핵개발 때문에 전 세대에 걸쳐 통일이 필수라는 인식이 낮았다”면서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고 한반도 평화나 대화의 국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인식이 희망적으로 바뀔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