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맞잡은 남북 정상, 군사분계선을 넘다

이민찬 2018. 4. 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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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9시28분 판문점 북측 판문각.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잇길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자 MDL로 다가서 양손을 펼쳐 맞이했다.

평소 남북 군의 삼엄한 경계로 숨죽였던 길이 20m, 폭 4m 가량의 이 길에서, 남북 정상은 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오전 정상회담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고, 문 대통령의 오른쪽엔 서훈 국정원이, 왼쪽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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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복 입은 김정은, 약속된 시간에 남쪽으로
문 대통령과 손 잡고 MDL 넘어…의장대 사열
숨차고 긴장한 표정…여동생 김여정 인접 수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27일 오전 9시28분 판문점 북측 판문각. 검정색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공식수행원과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김 위원장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군사분계선(MDL)으로 다가섰다.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정전위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잇길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자 MDL로 다가서 양손을 펼쳐 맞이했다. 평소 남북 군의 삼엄한 경계로 숨죽였던 길이 20m, 폭 4m 가량의 이 길에서, 남북 정상은 MDL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남북 정상은 손을 잡은 채 높이 5㎝의 MDL 턱을 넘어 남쪽으로, 또 다시 북쪽으로 넘어갔다. 북측 최고지도자가 정전 이후 처음 남측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이 북쪽으로 넘어간 것은 김 위원장의 즉석 제안이었다.

두 정상은 북측 판문각과 남측 자유의집을 바라보고 각각 기념촬영을 했다. 남북 정상이 군사정전위 사잇길을 빠져나오자 화동 두 명이 남북 정상에게 꽃을 전달하고 기념활영을 했다. 이어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공식환영식장으로 이동했다. 전통의장대 취타대는 '아리랑'을 연주했다. 남측에선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북측에선 김여정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수행했다.

두 정상은 판문점광장 레드카페트 위에서 육·해공·군 300여명으로 이뤄진 남측 의장대를 사열했다. 3분 가량 걸어서 이동한 김 위원장은 숨이 찬 듯 크게 호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장대 사열에 문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했지만, 김 위원장은 별다른 포즈를 취하지 않았다. 의장대 사열이 진행되는 동안 4성곡과 봉안곡이 연주됐다. 이어 남북 정상은 공식수행원들을 각각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소개할 때는 김 위원장의 등을 툭 치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남측 공식수행원들은 거수경례나 과도하게 허리를 굽혀 김 위원장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반면 군복 차림으로 참석한 리명수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 대통령에게 각각 거수경례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남북정상은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 기념촬영 또한 예정에 없던 것으로 김 위원장이 제안했다.

기념촬영을 마친 두 정상은 130m를 걸어 정상회담장이 마련된 평화의집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짧은 이동 시간에도 수시로 대화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오전 9시42분 평화의집에 도착,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했고 문 대통령을 흐뭇하게 이를 지켜봤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4.27'이라고 적었다. 이후 평화의집 1층에 설치된 '북한산'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눈 뒤 오전 9시44분 비공개 사전환담을 시작했다. 약 30분 가량의 사전환담을 마친 두 정상은 오전 10시15분 평화의집 3층으로 자리를 옮겨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오전 정상회담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고, 문 대통령의 오른쪽엔 서훈 국정원이, 왼쪽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앉았다. 김 위원장의 왼쪽엔 김여정이 오른쪽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자리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평화번영·남북관계 새 역사의 출발선"이라며 "미래를 내다보자"고 말했다. 이어 "멀리까지 준비한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어달라.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통 크게 대화하고 합의에 이르자"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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