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투수' 커쇼, 왕좌에서 내려오나

하무림 2018. 4. 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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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 투수’ 커쇼, 왕좌에서 내려오나

역투하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 출처 : 연합 프리미엄 외신 사진


현역 최다 사이영상 수상(3회·2011, 2013, 2014), 46년 만의 내셔널리그 투수 MVP(2014)

‘우주 최강 투수’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던 클레이튼 커쇼(30·LA 다저스)가 지난 21일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맥스 슈어져(33·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에서 패했다. 시즌 3패째(1승· 평균자책점 2.45)로,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한 데다 다저스 타선의 빈약한 득점 지원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현재 성적은 팬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예년 같으면 ‘커쇼는 커쇼’라며 부진(?)을 씻고 시즌 말에는 사이영상 유력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올해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이제 서서히 커쇼의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들어 뚝 떨어진 패스트볼 평균 구속

커쇼가 구사하는 구종은 총 4가지로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구사 비율 1% 정도)이다. 이중 가장 강력했던 무기는 단연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세이버스탯을 다루는 미국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커쇼가 2008년 데뷔한 후 포심 패스트볼의 구종 가치(피치밸류)는 총 196.2로 나머지 구종인 슬라이더(135.6), 커브(67.2), 체인지업(-1.7)의 구종 가치 총합(201.1)과 비슷하다. 커쇼가 첫 사이영상을 탄 2011년 이후 슬라이더가 또 다른 결정구 역할을 하긴 했지만, 강력한 패스트볼이 바탕이 됐기에 슬라이더의 위력도 배가될 수 있었다.


커쇼는 데뷔 이후 지난 시즌까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약 150~151km(93~94마일)수준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5번의 선발 등판에서의 평균 구속은 146.6km(91.1마일-선발투수 중 63위)로 지난해 149.1km(92.7마일-선발투수 중 27위)에 비해 약 2.5km 감소했다. 물론 날이 풀리면 구속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간 3~4월에도 쉽게 150km를 던지던 커쇼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4월까지 커쇼는 평균 149.8km(93.1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 사라진 강속구, 늘어나는 피홈런·치솟는 피안타율

패스트볼이 예전과 같지 않으면서 지난 시즌부터 커쇼의 피홈런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시즌 커쇼는 175이닝을 던지면서 무려 23개의 홈런을 맞았다. (패스트볼을 던져 맞은 홈런은 15개) 데뷔 후 최다 피홈런 기록이다. 이전 최다 피홈런 기록은 2012시즌 227.2이닝을 던지면서 맞은 16개. 올해도 33이닝 동안 4개의 홈런을 맞으면서 지난 시즌과 같은 이닝을 던진다면, 산술적으로 21개의 홈런을 맞게 된다.

2017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휴스턴의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3점 홈런을 맞은 커쇼


피홈런뿐만 아니라 패스트볼 피안타율도 덩달아 치솟았다. 2015시즌과 2016시즌 각각 .232, .243였던 피안타율은 지난 시즌 .255로 올랐고 올 시즌은 무려 .317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탓일까. 커쇼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패스트볼 구사 비율을 50% 이하(47.1%)로 줄였고, 올해는 41.5%까지 떨어뜨렸다. 대신 아직까지 위력이 살아있는 슬라이더를 40.6%까지 늘렸다.

■ 구속이 떨어진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나 아직 비교적 젊은 나이(30살)의 커쇼다. 그렇다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론 지난 2년 동안 그를 괴롭힌 허리 부상이 꼽힌다. 커쇼는 2016시즌과 2017시즌, 허리가 말썽을 일으키며 각각 149이닝과 175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쳐 우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사이영상 수상에 실패했다. 커쇼의 다저스 선배이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FA 계약 직전 해부터 시작된 허리 통증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 후 강속구를 잃고 부진을 겪은 바 있다.

허리 부상에 시달리면서 강속구를 잃었던 텍사스 시절 박찬호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11년간 1,968이닝을 던지면서 누적된 피로도가 꼽힌다. 또 다저스가 지난 2013년부터 5년 연속 지구 우승을 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도 지금까지 122이닝을 던졌다.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총 2,090이닝을 투구한 것인데, 지난 10년간 평균 200이닝가량을 던진 것이다.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흔히 소모품이라고 말한다. 30살을 훌쩍 넘어선 나이에도 오래 활동하며 강속구를 던졌던 놀란 라이언(5,386이닝), 랜디 존슨(4135.1이닝) 등 일부 대투수들을 제외하면 30대에도 20대 시절과 비슷한 구위를 유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커쇼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구속 저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는 이유다.

■ ‘우주 최강 투수’, 다저스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수 있을까

아직 커쇼의 성적은 매우 뛰어나다. 1승 3패에 그치고 있지만, 평균 자책점은 여전히 2점대를 기록하고 있고, '수비 무관추정평균자책점(FIP)’도 지난해(3.07)보다 좋은 2.87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도 0.8을 기록해 전체 투수 중 15위에 올라와 있다. (팬그래프닷컴 기준) 146km의 구속으로도 여전히 최고 수준의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구속 저하 현상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더는 지금과 같은 최고 수준의 선수로 남긴 힘들 것이다.

이 지점에서 소속팀 다저스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7년 2억 1,500만 달러(약 2,315억 원)에 연장 계약을 맺은 커쇼는 계약서에 2018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남은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선언하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지난 계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을 맺으려 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다저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일단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는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커쇼는 다저스 선수이며 평생 다저스 선수여야 한다”며 커쇼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계속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사이영상과 MVP 수상 등 모든 걸 다 이룬 커쇼에게 남은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다. 다저스는 지난 1988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30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전설적인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처럼 다저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주고 싶다는 열망을 항상 드러내던 커쇼. 구위 하락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저스의 영원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아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무림기자 (hagos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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