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질 하고 물건 던지고.. 출근이 무서운 직장인들

전혼잎 입력 2018. 4. 19. 16:02 수정 2018. 4. 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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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중소기업에서 학교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A씨는 지점장과 함께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가 술자리에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하자 상사가 말하는데 말을 끊는다면서 소주병과 주먹으로 머리를 강타했다"고 털어놨다.

직장 내 폭행의 가해자는 사장이나 임원, 직장상사가 88%(37건)로 절대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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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노동단체 직장갑질119에

6개월간 200여건 폭행 신고 접수

가해자 88%는 사장 등 상사

직장 내 성폭력도 여전히 극성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학교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A씨는 지점장과 함께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가 술자리에서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하자 상사가 말하는데 말을 끊는다면서 소주병과 주먹으로 머리를 강타했다”고 털어놨다. 겁이 난 A씨는 살려달라고 빌었으나 폭력은 계속됐고, 결국 그는 뇌진탕으로 전치 2주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A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회사의 태도였다. 그는 “사장님은 마치 내게 인성적 결함이 있어 맞을 짓을 해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며 “게다가 가해자는 아무 문제 없이 회사를 다니는데, 오히려 피해자인 나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됐다”고 했다.

직장 내 폭력과 성범죄에 ‘출근길’이 무섭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상사의 사내 갑질이 잇따르지만, 목소리는 낼 통로는 마땅찮고 자칫 본인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쉬쉬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때문에 직장 내 폭력이 몇 차례나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반짝 관심에 그쳤을 뿐 사내 횡포는 여전한 것으로 19일 나타났다.

시민노동단체 직장갑질119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접수된 직장 내 폭행 관련 제보는 200여건으로 이 중 신원이 확인된 건만 42건에 달한다고 이날 밝혔다. 42건 중에서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일반폭행이 57.2%(24건)로 가장 많았으며, 특수폭행도 9.5%(4건)으로 나타났다. 특수폭행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한 경우로,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폭행보다 높다. 신체에 직접적인 폭행은 가하지 않았지만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위협을 가한 준폭행도 33.3%(14건)였다.

직장 내 폭행의 가해자는 사장이나 임원, 직장상사가 88%(37건)로 절대 다수였다. 특히 중소사업장의 경우 사장이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유통업계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물건 출고가 지연되자 화가 난 사장님이 사무실로 들어와 책상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내려쳤는데, 너무 세게 치면서 주먹에 피까지 났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 제8조는 ‘사용자는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해놨지만, 피해자들은 회사를 그만둘 각오가 아니면 사장이나 상사를 신고하기 쉽지 않다. 특수폭행이 아닌 일반폭행, 준폭행은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엔 처벌도 어렵다.

직장 내 성폭력도 근절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각계에서 관련 고발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3월부터 ‘직장 내 성희롱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기로 했고, 그 결과 이달 16일까지 총 114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성폭력 범죄 역시 가해자는 사업주를 포함한 직장상사가 95.5%(111건)로 압도적 다수였다. 신고센터 개설 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매일 3, 4건의 신고가 끊이지 않고 접수되고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이용우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 내 다양한 유형의 폭력은 권력과 지위를 바탕으로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피해자가 쉽게 저항을 못해 은폐가 쉽다는 점에서 특별한 규율이 요구된다”며 “심각성을 고려해 사용자와 상사의 폭행에 대한 엄중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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