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의 부탁' 임수정, 포기를 알다

2018. 4.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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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4월19일 개봉작 ‘당신의 부탁’ 효진 役

배우 임수정은 비거니즘(Veganism)을 실천 중이다. 딱 3년 됐단다. 비거니즘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모든 육식 성분을 거부하는 채식주의를 이르는 말. 누구의 시선에는 불편한 삶을 임수정은 ‘선택’했다.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에서 그가 연기한 효진도 마찬가지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효진의 삶에 의붓 아들 종욱(윤찬영)이 등장한다. 키워야 될 사람도, 키워야 되지 말아야 할 사람도 효진인 상황. 효진은 종욱과의 동거를 ‘선택’한다. 비건(Vegan)의 삶을 택한 임수정 그리고 엄마의 삶을 택한 효진. ‘선택’에는 포기가 수반되는 법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포기는 더 큰 가치를 얻는 하나의 과정인 듯하다.

-첫 엄마 연기라고 들었다.

진짜 처음이었다.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 감독님께서 용기를 주셨다. 아직 임수정과 엄마의 연관이 어렵지 않은가. 그 점이 효진의 당혹스러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대신 효진의 감정을 알아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 배우에게 엄마 역할은 도전이다.

도전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 나도 나이가 든다. 친한 친구들을 보면 이제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다. 엄마 배역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자연스럽게 해왔다. 더구나 효진은 처음부터 엄마인 캐릭터가 아니다. 갑자기 엄마가 된다. 덕분에 결혼도 안 했고, 아직 애를 낳아본 경험도 없는 내가 낯섦을 연기하는 것에서 오는 부담이 덜했다. 효진을 연기한다고 해도 향후 몇 년 동안은 싱글 여성을 연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큰 고민은 없었다.

지난 2001년 KBS2 ‘학교4’로 데뷔한 임수정. 그는 영화 ‘장화, 홍련’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감춘 수미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바 있다. 이후 지금까지 회자되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그 인기를 굳건히 했다. 마침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소지섭은 3월 개봉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생애 첫 아빠 연기에 도전했다. 세월이 묻어나는 배우의 배역 변화는 대중이 그 시간을 체감케 한다.

-청순의 아이콘 아닌가?

아이고. 청순의 아이콘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청순의 아이콘인가. 청순과 나를 연관 짓는 것은 아마도 그간 해온 캐릭터 때문일 테다. 보호가 필요하고, 여리고, 어리고, 여성스럽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제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연정인을 보라. 괴팍하고, 엉뚱하고, 섹시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영역의 주체 캐릭터를 많이 하고 싶다. 청순 이야기는 이제 그만 들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에서 임수정은 ‘맞다’ ‘틀리다’ 대신 간접적이고 자세한 설명으로 취재진을 이해시켰다. 다크 서클이 번진 얼굴임에도 “‘이게 효진일까?’ 싶어서 냅다 찍었다”라고 하는 임수정과 청순의 연관은 이제 정말 그만 해야 하는 금기가 아닐까. 효진이 피곤해 보이면 보일수록 “그래 이거야. 됐어” 했다는 임수정. 그는 청순보다 섹시가 어울리는 배우다.

-작품 고르는 기준이 궁금한데.

나이 들면서 기준이 달라지더라. 마찬가지다. 캐릭터가 자기 삶을 어떻게 개척하는지,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는지에 끌린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혼자 꿋꿋이 가는 캐릭터가 있지 않은가. 갑자기 엄마가 되겠다는 효진도 그런 맥락의 캐릭터다. 자기 신념에 따라 삶을 만들어가는 캐릭터가 보이면 정말 연기하고 싶은 요즘이다.

-이른바 다양성 영화에 연달아 출연 중이다.

계기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에 심사 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너무 훌륭한 완성도의 작품이 많더라. 감독도, 배우도 모두 훌륭하고 대단했다. 인재와 소재의 다양성을 보며 ‘그래. 이게 한국 영화의 힘이었지’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대중이 이것을 보려면 상업 영화에 주력하는 배우나 감독이 가끔은 눈을 돌려야겠더라. 그렇게 연달아 독립 영화 두 편을 대중에게 선보이게 됐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고 싶다. 남성 중심인 주류에서는 해볼 수 없는 캐릭터가 가능하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성장 기회가 있는 셈이다.

-비건이라고 들었다.

일체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했다. 내가 동물성 단백질에 알러지 반응이 있더라. 본의 아니게 시작했지만 아직은 정말 즐겁게 실천 중이다. 비건으로 살다 보니 환경 보호나 동물 보호에 눈길이 가더라. 신념이 변했다. 채식을 하면 자연스럽게 주변이 보인다. 환경이 보이고, 학대 받는 동물이 보인다. 점점 그렇게 된다.

-건강은 좋아졌나?

아직까지는 잘 맞는다. 즐겁고 맛있게 비건으로 사는 중이다. 채식 하면서 일상이 활기차게 변했다. 아마 채식으로 인한 다양한 경험이 이유인 듯하다. 다양한 영역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인과 베지테리언 여행도 다니곤 한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효진 앞에 남편의 아들 종욱이 나타나면서 발생한 좌충우돌 동거를 그린 작품. 4월19일부터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30만 명. 순제작비 7억 원.(사진제공: 명필름,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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