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의 부탁' 임수정 "나이 듦은 내려놓는 것..엄마 역할도 편안해지네요"

입력 2018. 4. 1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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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분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자신의 의지를 반영해 원하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사진제공|명필름
■ 영화 ‘당신의 부탁’ 주연 임수정 신인 땐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뿐 정작 내가 원하는 걸 몰랐다 30대가 되니 좋아하는 걸 알게 돼 극중 아이를 낳은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위대함 느껴 최근 관심거리는 유기농과 채식 채식주의 주제 다큐멘터리도 구상

한결 여유로워졌고 한층 단단해진 듯 보였다. 최근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변화된 모습의 기원이 어디인지 조금 짐작됐다.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더 선명해졌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길을 담담하게 소개하는 배우 임수정(38)이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제작 명필름)으로 관객 앞에 서는 임수정은 지난해 참여한 ‘더 테이블’에 이어 다시 ‘작은 영화’로 향했다.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는 독립영화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데는 계기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기회가 종종 생겼다. 그때부터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들을 진지하게 보게 됐다. 완성도나 소재부터 개성 있는 인재도 많았다. 관객이 이런 작품을 더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협업 기회가 생기면 덥석 덥석 물고 있다.” ● “20대엔 오직 연기 뿐, 30대엔 원하는 게 선명”

임수정은 영화 장르뿐 아니라 최근 다양한 분야로도 관심을 넓혀간다. 벌써 1년째 영화 주제의 팟캐스트 ‘필름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신작 소개도 그가 맡은 중요한 책임이다.

“신인 때는 뭐든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잘 몰랐다. 몰랐던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내성적이고, 약간 폐쇄적인 면도 있었다. 열정적이고 싶은데 정작 내가 원하는 걸 몰라 답답해했던 것 같다.”

내면의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임수정은 당시 자신을 대표할 만한 작품을 여러 편 완성했다. 스크린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낸 영화 ‘장화, 홍련’을 시작으로 ‘...ing’, ‘새드 무비’ 등이다. 이후에도 ‘전우치’로 흥행을 맛봤고,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돌아보면 20대와 30대의 활동이 많이 다르다. 배우 이전에 두 나잇대 인간 임수정이 서로 많이 달라서였다. 20대 땐 오로지 연기밖에 몰랐다. 30대가 되니까 연기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을 알게 됐고 원하는 게 분명해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가 맞이한 변화는 또 있다. “내려놓는 법”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사는 법, 불가피하게 포기해야 하는 일엔 아쉬워하지 말자는 마음이 크다”며 “좋아하는 걸 하기에도 사실 너무 바쁜 게 지금의 내 삶”이라며 웃었다.

“나이듦”은 시나리오를 보는 그의 눈까지 달라지게 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내 길을 주체적으로 살겠소!’라고 외치는 캐릭터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겠다. 하하! 그들이 외롭게 가는 길에 ‘내가 같이 가줄게’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최근엔 그런 선택을 해오고 있다.”
영화 ‘당신의 부탁’의 한 장면. 임수정은 고교생인 연기자 윤창영(오른쪽)과 주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제공|명필름
새 영화 ‘당신의 부탁’도 비슷하다. 영화에서 임수정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의 효진. 평범한 듯 무료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그녀 앞에 남편이 남긴 16살 아들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갈 곳 없는 남편의 아들을 맡은 효진이 삶에 미묘한 변화를 맞는 과정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영화는 임수정이 처음 ‘엄마’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로 먼저 주목받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진짜 영화 속 인물이 된 듯한, 임수정을 만날 수 있다.

“아이를 낳은 엄마였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난데없이, 하루아침에 엄마가 돼야 하는 효진이 겪는 당혹스러움이나 난감함을 표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나에게 엄마 역할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 그러던 차였다. 그래서 거부하지 않았다.”

임수정은 엄마 역을 하면서 실제 자신의 엄마를 자주 떠올렸다. “우리 엄마는 나와 남동생 그리고 가정을 위해 헌신해온 분”이라며 “영화에 나오는 여러 상황의 엄마들을 보면서도 엄마라는 존재는 위대하다는 걸 새삼 알았다”고 했다.

● “채식 주제 다큐 등, 재미있는 일 원해”

요즘 임수정의 관심을 붙잡는 또 하나는 채식주의이다. 달걀과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을 3년째 유지하고 있다. 먹는 일에서 신경 쓸 게 많지만 그는 “즐겁게 하고 있다”고 했다.

“가까운 일본 교토만 가도 채식인구가 엄청나다. 채식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니 하나의 정성스러운 요리가 나온다. 채식을 하면서도 맛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요리들이다. 가끔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 채식하고 싶은데 직장 다니고, 회식하다보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채식 레스토랑이 너무 없어서 더 어렵다.” 임수정의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작품 기획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보니 채식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구체화된 건 아니지만 요즘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서로 정보를 나누거나 채식 식당 투어 체험을 하면서 같이 경험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담으면 어떨까 싶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채식 요리가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다큐멘터리나 쇼의 형태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다.”
배우 임수정. 사진제공|명필름
임수정은 비슷한 경력의 배우들과 비교해 활동의 걸음걸이가 느린 편이다.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투처럼 그의 행보는 신중하면서도 담백하다. 간혹 ‘작품에서 자주 모습을 보여 달라’는 주문도 받지만 그의 생각은 명료했다. “느리게 활동하다보니 ‘서서히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충분히 그렇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한 자신감일지 몰라도, 자신과 잘 맞는 작품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확 부활하는 게 배우의 존재 같다. 중요한 건 내가 흔들리지 않는 일이지. 자유로워진 지금이, 나는 좋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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