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에 앉았을 뿐인데"..사람 잡는 '살인진드기'

유승목 기자 2018. 4. 1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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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 늘며 진드기 활동 활발..반려견 관리도 신경 써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따뜻한 날씨와 활짝 핀 들꽃이 봄을 알리자 가벼운 옷차림으로 야외 활동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공원 풀밭에 앉아 쉬거나 봄을 만끽하는 등산객들을 찾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살인 진드기'다.

◇풀밭 곳곳에 진드기, 감염자 꾸준히 증가 중=4월이 되자 수업을 마친 대학가 교정이나 퇴근 후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한 달 간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은 약 78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봄맞이 나들이객들이 많다.

이처럼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들이객이 늘고 농업·임업 종사자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에 걸린 환자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SFTS는 주로 야외에 서식하는 작은소피참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감염될 경우 약 2주 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38-40℃), △오심·구토·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 △백혈구 감소에 따른 혈뇨·혈변 △피로감·근육통·경련 등 신경학적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날씨가 화창했던 지난 3월3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사진 왼쪽)과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학교 교정에서 따뜻한 오후를 즐기고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 남궁민 기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36명에 불과했던 SFTS는 감염자는 지난해 272명으로 5년 만에 약 8배가 증가할 정도로 감염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감염된 272명 중 사망자가 54명일 정도로 사망률도 높다.

SFTS는 봄철에 가장 주의해야 한다. 지난 11일 국립환경과학원의 'SFTS 바이러스 감염 실태 조사'에 따르면 3~6월 평균 감염률은 0.8%로 7~12월 평균(0.4%) 비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3월(1.6%)과 4월(0.7%)의 감염률이 높은데 봄이 시작되며 야외활동객과 야생동물의 활동이 늘어 진드기의 흡혈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야외활동 후 세탁 필수=이처럼 매년 풀밭에 서식하는 진드기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지만 SFTS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나들이나 야외 작업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이 최우선이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며 소매가 짧거나 펑퍼짐한 옷을 착용하고 외부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풀밭에 앉을 때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2015년 양성찬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원 등이 발표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매개 참진드기 교상사례 및 국내 분포' 에 따르면 SFTS 관련 민원 1065건 중 대퇴부(허벅지) 인근(18.6%)과 무릎 및 오금을 포함한 하퇴부(13.6%)에 물린 사례가 가장 많았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매개하는 작은소피참진드기. /사진제공= 뉴시스

단순히 야외활동 중 피부노출을 최소화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피부에 닿지는 않았지만 옷이나 잔디밭에 깔았던 돗자리에 진드기가 붙어 집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참진드기에 노출된 536건의 사례 중 집 안에서 접촉한 경우도 20여 건으로 적지 않았다. 따라서 야외활동 후 입었던 옷과 돗자리, 물건 등을 깨끗하게 세탁해 햇볕에 말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진드기 기피제 사용 △산책·등산 시 지정된 경로 이외 장소 진입하지 않기 △야외활동 후 고열·소화기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의료기관 방문 등을 조언한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야생진드기나 물리지 않도록 피부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견도 조심해야=따뜻한 봄을 맞아 반려동물과 산책을 즐기는 반려인은 진드기 예방에 한 번 더 힘써야 한다. 털이 수북하고 풀숲이나 잔디밭에 들어가 노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견도 진드기 노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려견에 붙은 진드기로 반려인의 SFTS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강원도 인제군에 사는 60대 여성이 반려견에 붙은 진드기를 손으로 떼고난 뒤 SFTS에 감염돼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반려인들 사이에서 진드기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 않다. 지난해 수의학 진단 서비스 회사 '아이덱스'가 반려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진드기매개질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진드기는 동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반려견도 진드기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사람처럼 고열과 관절염·호흡곤란 등을 보이는 라임병 △체중감소과 구토를 유발하는 엘리히증 △빈혈과 황달을 동반하는 바베시아 등이 대표적인 진드기매개질환이다.

따라서 반려견과 외출 시 인적이 드문 풀숲에 들어가는 것을 자제하고 산책 후 촘촘한 빗으로 빗어주는 것이 좋다. 또 개인적으로 반려견의 피부에서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반드시 핀셋으로 제거해야 한다. 손으로 잘못 제거할 경우 흡혈 중인 진드기의 머리가 남거나 몸통이 터져 2차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매달 진드기 유무 확인·예방약 처방 △진드기에 물렸을 경우 2차 전염병 검사 등을 통해 진드기를 예방해야 한다. 수의사인 김현빈 기운찬동물병원장은 "진드기는 반려견과 사람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진드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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